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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일 낮 12시 구름 낀 경기 성남 서울공항.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과 부인 펑리위안(彭麗媛) 여사가 전세기에서 내리자 경호원들의 움직임이 분주해졌다. 윤병세 외교부 장관 내외와 퍼스트레이디 대행으로 펑 여사의 의전을 맡은 조윤선 청와대 정무수석 등 10여명이 영접했다. 시 주석 내외는 의장대를 사열한 뒤 청와대가 제공한 의전차량을 타고 서울 장충동 신라호텔로 이동했다.

◆미국은 하얏트호텔·일본은 롯데호텔

[한·중 정상회담] 시진핑, 삼성과의 '특별한 인연'…일정 대부분 신라호텔서 소화
차량은 박근혜 대통령이 당선인 시절 경호와 의전용으로 사용했던 ‘메르세데스 벤츠 S600L 가드’다. 1박2일간 국빈 방문을 위해 청와대 의전실과 외교부는 최고 수준의 경호팀을 지원하고 의전차량, 숙소도 최고급으로 신경 썼다.

시 주석 내외는 신라호텔의 국빈용 객실인 프레지덴셜 스위트에 짐을 풀었다. 숙박료는 1박에 1400여만원이다. 중국은 국빈 방한 때 신라호텔을 선호한다. 2000년 주룽지(朱鎔基) 총리를 시작으로 원자바오(溫家寶) 총리, 리커창(李克强) 부총리 등 중국 지도부가 잇달아 투숙했다.

2010년 방한한 후진타오(胡錦濤) 주석이 투숙할 때 발생한 정전 사태로 중국 VIP들이 한동안 롯데호텔로 발걸음을 돌리기도 했다. 이 일로 호텔신라 측은 중국 마케팅 전문가를 기용하고 적극적으로 중국 고위급을 공략했다는 후문이다. 2006년부터 ‘쑤저우 신라호텔’을 위탁경영한 것도 중국인들에게 신라호텔에 대한 인지도를 높인 한 요인으로 꼽힌다.

동양적인 영빈관 모습이 중국인의 취향에 맞는 데다 중국이 미국 호텔 체인을 기피하기 때문이라는 분석도 있다.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을 비롯한 미국 고위 간부들은 한남동 하얏트호텔을 이용한다. 후방 경호가 쉬운 남산 기슭에 위치해 테러 위험이 작고 미국 측 인사의 ‘필수 방문 코스’인 용산 미군기지가 가깝다는 이유에서다. 일본은 자국 브랜드인 롯데호텔을 선호한다. 하토야마 유키오(鳩山由紀夫) 전 일본 총리 부부를 비롯한 국빈들이 소공동 롯데호텔에 묵었다.

◆펑리위안, 조윤선 수석 안내로 창덕궁 관람

중국 공산당과 삼성 간의 ‘특별한’ 관계도 작용했다는 분석이다. 삼성은 2000년부터 중국 청년 지도급 간부를 삼성에 초청해왔다. 공산당 간부를 양성하는 엘리트 기관인 ‘중앙당교’는 학생들을 삼성전자에 보내 교육하는 프로그램을 만들었다. 시 주석은 중앙당교 교장을 지냈다.

펑 여사는 이날 오후 조 수석과 나선화 문화재청장의 안내로 창덕궁 경내를 둘러봤다. 펑 여사는 “대장금 안에 들어와 있는 것 같다”고 말했다. 조 수석은 중국에서 인기를 끈 드라마 ‘별에서 온 그대’를 언급하며 조각보로 된 스카프와 한글로 ‘별’과 ‘꽃’이 새겨진 병따개를 선물했다. 펑 여사는 조 수석에게 연꽃이 올려진 큰 접시를, 문화재청에는 실크 위에 자금성이 그려진 그림을 선물했다.

시 주석은 방한 이튿날 한·중 경제통상협력포럼과 삼성·LG 전시관 관람 등 대부분의 일정도 신라호텔에서 소화한다. 삼성전자는 시 주석의 방한에 맞춰 호텔에 260㎡(약 80평) 규모의 임시 삼성관을 마련했다.

전예진 기자 ac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