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중 정상회담] 10년내 관세철폐 품목 확대…내주 대구 FTA 협상서 본격 조율
한·중 정상회담은 자유무역협정(FTA) 협상이 고비를 맞을 때마다 돌파구를 만들어왔다. 2012년 5월 첫 만남 이후 장기 교착상태에 빠져있던 1단계 협상의 물꼬를 튼 것도 지난해 6월 박근혜 대통령과 시진핑(習近平) 국가주석과의 정상회담이었다. 이번에도 두 정상은 양측 실무협상단이 좀처럼 진전시키지 못하고 있던 협상 타결의 전체 윤곽을 ‘통 크게’ 제시했다는 평가다.

◆연말→연내

이번 정상회담에선 “한·중 FTA의 연내 타결을 위한 노력 강화”가 처음으로 양국 정상의 공동성명서에 반영됐다. 지난 3월 네덜란드 헤이그에서 열린 핵안보정상회의에서 진행된 양국 정상회담에서도 이 같은 발언은 있었지만, 공동성명서에 들어가긴 이번이 처음이다. 청와대 관계자는 “한·중 FTA를 매듭짓자는 양국 정상의 정치적 의지가 한 단계 더 높아진 것”이라고 설명했다.

당초 산업통상자원부는 정상회담을 위한 자료에 “연말 타결을 위한 노력 강화”라고 적어 제출했다. 이를 청와대가 ‘연내’ 타결로 정정한 것은 11월 초 중국 베이징에서 열리는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정상회의를 염두에 둔 것이란 분석이다. 통상 당국 고위 관계자는 “APEC 정상회의 기간에 미국과 일본이 현재 개별 협상 중인 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TPP)을 매듭지을 수 있다”며 “중국 입장에선 베이징에서 열리는 회의에서 자유무역에 대한 성과를 내는 게 좋을 것 같다는 판단을 하고 있는 것 같다”고 설명했다.

◆개방률 90%→95% 이상

이 같은 분위기 속에서 ‘높은 수준’이란 문구가 중요한 변수가 됐다. 시기를 목표로 삼는 중국과 달리 내용을 목표로 두고 있는 한국 정부 입장에선 계속 주장하던 바를 공동성명서에 넣었기 때문이다.

지난해 하반기 마무리된 1단계 협상에서 한·중 양국은 품목 수 기준으로 90%, 수입액 기준으로 85%에 대해 관세를 10년 이내 철폐하기로 합의했다. 현재 진행 중인 2단계 협상에서 이를 더 높은 수준의 FTA로 격상시키려면 개방률을 더 높여야 한다. 지난 3월 타결된 한·캐나다 FTA에선 10년 내 관세 철폐 대상은 품목 수 기준 97.5%, 수입액 기준 98.7%(한국 기준, 캐나다 기준으로는 98.4%)였다. 결국 ‘높은 수준’이라는 얘기는 품목 수 기준으로 95% 이상을 의미한다고 볼 수 있다. 이는 결국 양측이 개방을 꺼리는 민감·초민감 품목을 최대한 줄여야 한다는 것으로 귀착된다. 한국 기업들의 대(對)중국 수출에 청신호가 켜지는 셈이다. 하지만 중국이 강력 요구하고 있는 한국 농산물 시장의 빗장도 더 열어야 하는 부담을 안게 된다. 올 하반기 중 일부 농민단체의 반발에도 쌀 관세화 문제를 매듭지어야 하는 정부로서는 이중의 부담을 안게 된다는 얘기다.

◆속전속결로 가나

어쨌든 한·중 양국은 이번 정상회담을 계기로 2년2개월째 협상을 벌이고 있는 FTA를 연내 타결하기 위해 속전속결식 협상에 들어갈 가능성이 높아졌다. 그 첫 무대는 다음주부터 대구에서 열리는 12차 협상이다.

그동안 양국이 민감 또는 초민감품목으로 지정한 철강·석유화학·기계(중국)와 농수산물·영세중소기업 제품(한국) 부문의 개방 확대를 놓고 양측의 샅바싸움이 거세질 전망이다. 하나를 주고 하나를 받는 협상으로 전개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는 상황이다. 서비스 분야의 개방에 대해서도 논의가 신속히 진행될 전망이다.

■ 민감품목, 초민감품목

시장 개방 시 자국 산업에 피해가 예상되는 정도가 큰 품목을 일컫는다. 협상 국가들은 일반 품목에 대해 즉시 또는 10년 내 관세를 철폐하는 것을 원칙으로 하지만 민감품목은 관세 철폐시기를 10~20년 이내로 늦출 수 있고 초민감품목은 아예 관세 철폐 대상에서 제외할 수 있다.

세종=김재후 기자 hu@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