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맞짱 토론] 건보료 '소득 중심 단일화' 서둘러야 하나
건강보험료 부과체계를 소득 중심으로 단일화하겠다는 정부 방침이 제시되면서 그 개편 절차와 속도에 논란이 일고 있다.

현행 건보료 부과체계는 직장·지역가입자로 이원화돼 있다. 같은 돈주머니(건보 재정)를 쓰면서도 직장가입자냐, 지역가입자냐에 따라 건보료 부과 기준이 완전히 다르다. 직장가입자는 근로소득만을 중심으로 건보료를 내지만 자영업자 등 지역가입자는 재산과 자동차 등까지 부과 기준에 포함된다. 이에 따른 불형평성 문제가 꾸준히 제기돼왔고 이를 해결하기 위해선 소득기준으로의 단일화가 필요하다는 공감대가 형성된 것도 오래전 일이다.

이전까지 정부는 지역가입자의 소득 파악이 어렵다는 이유로 개편을 미뤄왔다. 하지만 이젠 공식적인 소득 파악률이 95%에 달하는 상황. 국민건강보험공단 등이 건보료 부과체계의 전면적이고 즉각적인 개편을 요구하고 있는 이유다.

반면 부과체계 개편을 급격하게 추진하면 지역가입자 부담이 직장가입자에게 그대로 전가될 수 있다는 우려 또한 나온다. 소득 중심으로의 부과체계 개선은 물론 필요하지만 전면적 개편보다는 국민 저항을 고려해 점진적으로 바꿔 나가는 게 더 바람직하다는 것이다. 김용하 순천향대 금융보험학과 교수와 정창률 단국대 사회복지학과 교수가 찬반 논쟁을 벌였다.

찬성 “이원화된 부과체계 ‘지역’ 불리…자영업 소득파악률 95% 달해”

임대소득 관리 강화로 부작용 보완


[맞짱 토론] 건보료 '소득 중심 단일화' 서둘러야 하나
건강보험료 부과체계 개편을 더 이상 미룰 필요는 없다. 근로소득 외에도 다양한 소득과 재산을 갖고 있는 직장가입자에겐 근로소득만을 중심으로 보험료를 부과하면서 지역가입자에게는 소득 외에도 재산이나 자동차, 전·월세 금액 등을 기준으로 부과하는 현행 체계는 저소득 지역가입자에게 불리하다는 지적이 많다.

직장가입자가 퇴직 후 소득이 없어졌는데도 보험료는 역으로 더 높아졌다든지 주거용 집이나 생계용 자동차를 가지고 있다는 이유로 보험료가 무겁게 부과되는 사례는 현행 체계의 대표적인 문제점이라고 할 수 있다. 고액 자산가가 보험료 부담을 회피하기 위해 직장가입자로 위장해 사회적 물의를 일으킨 배경도 형평성이 결여된 이원화된 보험료 부과체계에 기인하는 것이다. 따라서 직장가입자, 지역가입자 구분 없이 소득을 중심으로 보험료 부과체계를 단일화하는 것이 시급한 과제다.

2012년 국민들이 국민건강보험공단에 제기한 보험료 관련 민원은 5800만건으로 전체 민원의 81%다. 또 부과기준이 직장가입자, 지역가입자, 피부양자, 지역가입 가구원 등 서로 달라 생긴 자격 변경 건수가 연 5215만건에 달한다. 이는 현재 이원화된 건강보험 부과체계에 대한 국민들의 불만을 단적으로 보여주는 동시에 보험료 부과체계가 소득 중심으로 개편될 경우 보험료 부과와 관련된 불필요한 행정업무가 획기적으로 감소할 수 있다는 사실을 보여준다.

직장가입자와 지역가입자로 이원화된 건강보험료 부과체계는 25년 전 자영업자 등의 소득 파악이 어려웠던 상황에서 차선책으로 만들어진 것이다. 1989년 10%에 불과했던 자영업자 소득 파악률이 신용카드 사용 확대와 현금영수증 제도 도입 등으로 2013년엔 80.8%로 높아졌고 분리과세되는 금융소득 등 다양한 소득자료까지 포함하면 95% 수준이 됐다. 소득 중심 단일 보험료 부과체계로 전환할 수 있는 여건이 충분히 조성된 것이다.
[맞짱 토론] 건보료 '소득 중심 단일화' 서둘러야 하나
그럼에도 불구하고 제도 개선이 지연되는 것은 무엇보다 제도 변경에 따른 불안 때문일 것이다. 재정 중립적으로 제도를 개편할 때 현재보다 보험료가 올라가는 가입자는 620만가구, 보험료가 내려가는 가입자는 1593만가구로 예상된다. 전체적으로 보면 인상되는 가구보다 인하되는 가구가 훨씬 많지만 인상되는 사람들이 불만을 제기할 것이란 사실은 틀림없다. 하지만 제도를 정상화하는 과정에서 생겨날 수밖에 없는 민원을 두려워할 필요는 없다. 보험료의 급격한 변화가 있을 수 있는 가구에 한해서는 연차적인 조정 과정을 둬 충격을 최소화하는 등 충분히 극복할 수 있다.

소득 중심 보험료 부과체계 이행에 대한 또 다른 우려의 목소리는 소득은 없지만 재산은 있는 지역가입 가구주가 311만명에 이르기 때문에 소득이 없는 고액 자산가에게 이득이 갈 수 있다는 것이다.

그러나 이는 누락된 임대소득에 대한 관리 강화 등으로 보완할 수 있다. 8240원의 기본 보험료가 부과될 때 이보다 적게 보험료를 납입해왔던 저소득 가구(전체 가입자 중 약 5% 추정)의 보험료가 인상될 수 있다는 우려에 대해서도 현재 보험료와 기본보험료의 차액만큼을 한시적으로 정부가 지원하는 방안을 검토할 수 있다.

건강보험료 부과체계를 바로 세우는 것은 국가 개조의 기반작업이기 때문에 다소 어려움이 있더라도 반드시 넘어서야 할 우리 세대의 숙제다.

반대 “소득파악률 여전히 신뢰 못해…직장가입자에 부담 전가 우려”

생계용 車 등 불합리한 중과는 우선 폐지


[맞짱 토론] 건보료 '소득 중심 단일화' 서둘러야 하나
건강보험료 부과체계 개편은 단순히 건강보험 제도의 일부를 수정하는 차원이 아니다. 국세청 자료보다도 더 많은 통계와 자료를 반영하고 있는 것이 바로 건강보험 부과자료다. 이 자료는 단순히 건강보험료 산정 외에도 대학생 장학금 산정 등에 활용돼 국민 실생활에 큰 영향을 끼치고 있다.

그동안 건강보험료 부과체계는 너무 복잡할 뿐 아니라 공정하지 못하다는 지적이 계속돼왔다. 현행 건강보험료 부과체계는 크게 보면 직장가입자와 지역가입자로 나뉜다. 직장가입자는 가입자 본인의 근로소득만을 기초해서 보험료가 산정된다. 반면 지역가입자의 경우 지역가입자 가구 전체의 각종 소득, 재산, 자동차, 인구학적 기준 등 복잡한 공식에 따라 산정하도록 설계됐다.

물론 현행 부과체계가 현재와 같은 형태로 정해진 데는 그 이유가 있다. 건강보험 통합 이전의 조합방식 아래 직장조합들은 근로소득만으로 보험료를 부과할 수 있었지만 지역조합들은 소득 파악이 부족한 상태에서 재산, 자동차 등 다양한 대리변수를 사용해 보험료를 산정했다. 문제는 건강보험 통합 이후에도 부과방식의 이원화를 통일하지 못한 채 오늘날까지 이어져왔다는 점이다.

따라서 재정 등 건강보험이 통합된 지 10년이 훨씬 지난 시점에서 다양한 문제가 얽힌 부과체계를 개선하려는 시도는 제도의 공정성 차원에서 볼 때 타당한 방향임이 틀림없다. 소득으로 부과 요소를 단순화하는 시도 역시 사회보험방식으로 건강보험을 운영하는 선진국들의 경험을 고려할 때 올바른 시도다.

그러나 소득 중심 부과체계로의 전환은 사회적 수용성을 고려해 시간을 갖고 점진적으로 이뤄져야 한다. 왜냐하면 지역가입자 소득 파악률이 여전히 미약한 상태에서 성급하게 소득 중심 부과체계로 전면적으로 전환하는 것은 다른 차원에서의 공정성 문제를 또다시 야기할 개연성이 높기 때문이다.
[맞짱 토론] 건보료 '소득 중심 단일화' 서둘러야 하나
사실 부과체계 개선이 지금까지 어려웠던 결정적인 이유는 직장가입자와 지역가입자 모두 본인들이 불공정하게 높은 보험료를 부담한다고 생각하고 있기 때문이다. 직장가입자의 경우 흔히 유리지갑이라고 말하듯이 소득이 모두 드러나 소득이 드러나지 않는 지역가입자에 비해 부당하게 높은 보험료를 부담하고 있다고 믿는다.

지역가입자는 실제 부담 능력이 없는 경우라도 재산이나 전·월세 등을 고려해서 부당하게 높은 보험료를 부담해왔다고 생각한다. 이런 갈등 요소가 남아 있는 상태에서 소득 중심으로의 성급한 전환은 소득 파악이 낮은 지역가입자의 보험료를 직장가입자에게 일시에 전가하는 결과를 낳음으로써 건강보험에 대한 신뢰를 무너뜨릴 개연성이 높다.

소득 중심 부과체계로의 전환이 잘못된 방향이라고 주장하는 것이 아니다. 다만 현 시점에서 전면적 전환은 득보다는 공정성 차원에서의 분쟁을 증가시킬 것으로 판단된다. 전면적 전환보다는 지역가입자 보험료 부과 요소 가운데 자동차나 인구학적 기준과 같은 불합리한 요소는 우선적으로 폐지하고 재산 기준에 대해서는 그 가중치를 점진적으로 줄여 나가는 단계적 접근이 요구된다.

다수의 국민이 지역가입자의 소득 파악에 대해 신뢰할 수 있는 시점이 됐을 때 소득 중심 부과체계로의 일원화를 한다고 해도 늦지 않다. 전면적 전환이 가져올 수 있는 사회적 충격을 과소평가하지 말길 바란다.

고은이 기자 kok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