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모 사피엔스(Homo sapiens). 현생인류를 일컫는 생물학적 학명이다. 요즘 아이들에겐 여기에 디지털을 뜻하는 ‘디지투스’라는 단어를 붙여야 한다는 이들도 있다. 요즘 아이들은 아날로그 세대와는 종(種)이 다른 디지털 신인류라는 뜻일 것이다.

아이들은 복잡한 최신 디지털 기기도 한두 번 만져보고는 금방 사용법을 터득한다. 트위터나 블로그 등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 계정 한두 개는 기본이다. 이런 아이들이 어떤 규제도 받지 않는 사이버 공간에 무방비 상태로 내던져져 있다.

인터넷은 교육, 문화, 오락 등의 유익한 콘텐츠를 제공하고 더 넓은 세상과 대화할 수 있는 중요한 플랫폼이다. 다른 한편으로 음란물과 도박, 사이버 폭력, 온라인게임 중독 등 위험이 상존한다. 스마트폰 사용이 일상화되면서 유해 음란물이나 성매매 등에 대한 노출도 심각해지고 있다. 익명으로 가입할 수 있는 일부 SNS는 음란물 유포의 온상이 되고 있다. 아이디를 새로 만드는 속칭 ‘세컨드 계정’(익명으로 개설한 두 번째 계정)을 통해 음란물을 게재하더라도 누군지 전혀 알 수 없기 때문이다. ‘표현의 자유’를 보장하기 위한 인터넷의 익명성 보장이 또 다른 가치인 ‘사이버 공간에서의 아동보호’를 어렵게 만드는 것이다.

온라인에서의 위험성이 높아지고 있지만 한국의 아동 보호 관련 규제는 오프라인에 집중돼 있다. 미국은 지난해 이미 ‘아동 온라인 개인정보보호법(COPPA)’ 개정안을 발표하는 등 온라인 아동 보호를 위한 발빠른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국경이 의미가 없는 사이버 공간의 특성상 온라인 아동 보호의 문제는 국제사회의 공통 노력이 필수적이다. 이에 따라 최근 국제사회는 온라인 아동 보호를 위해 국제기구를 포함한 정부, 기업, 시민사회 등 다양한 이해관계자 간 협력 활동을 강화하고 있다. 그중에서도 정보통신기술(ICT) 분야의 세계 최대 및 최고 국제기구인 국제전기통신연합(ITU)은 온라인 아동 보호를 최우선 과제의 하나로 설정하고 국제 협력 활동을 시도해왔다.

특히 오는 10월 부산에서 열리는 ‘2014 ITU 전권회의’에서는 ‘온라인 아동 보호’를 주요 의제로 선정해 집중 논의할 예정이라고 한다. 세 살 어린이부터 스마트폰을 쥐고 산다는 한국에서 ‘온라인 아동 보호’가 핵심 의제로 논의된다는 것은 매우 의미 있는 일이다.

‘2014 ITU 전권회의’는 인류 공통의 행복을 증진시킬 수 있는 기회다. 한국이 이번 기회를 통해 온라인 아동 보호를 비롯한 다양한 ICT 의제 관련 의장국으로서 전 세계를 선도할 수 있길 기대한다.

홍성걸 < 국민대 행정정책학부 교수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