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BC ‘소원을 말해봐’, SBS ‘사랑만 할래’ 등 방송사 일일 드라마가 재혼, 미혼모, 입양 등 달라진 가족상에 눈을 돌리고 있다. 전 연령층을 대상으로 하는 일일극은 주로 가족 이야기를 다루는 장르. 최근 방영작들은 다양한 형태의 새로운 가족상을 조명하고, 흔히 ‘결손 가정’으로 불리는 소외계층의 아픔을 따뜻한 시선으로 그리고 있다.

매주 월~금 오후 7시15분에 방송하는 ‘소원을 말해봐’는 주인공 한소원(오지은분)과 그의 계모 이정숙(김미경분)이 온갖 역경을 딛고 성공하는 이야기다. 이정숙은 ‘계모’란 단어가 주는 고정 관념에서 탈피해 의붓딸의 아픔을 감싸주고, 성공을 뒷바라지하는 다정다감하고 강인한 어머니로 묘사된다.

같은 시간대에 방송 중인 ‘사랑만 할래’는 주인공 김샛별(남보라분)을 ‘싱글맘’으로 설정했다. 과거 조연 캐릭터로 그려지던 싱글맘이 주연 캐릭터로 격상했다는 것은 이미 긍정적인 시선을 담보한다. 최근 방송된 MBC 일일극 ‘지성이면 감천’도 주인공을 입양인으로 설정하고, 입양 가족과 친가족 사이에서 정체성 혼란을 느끼다 성장해가는 과정을 주요 스토리로 삼았다.

일일극이 변화한 가족상을 적극적으로 반영하는 이유는 무엇보다 리얼리티와 공감이란 두 마리 토끼를 잡기 위해서다. 드라마 제작사의 한 관계자는 “다양한 형태의 새로운 가족이 살아가는 시대에 드라마가 전통적인 가족상만 조명한다면 가족의 현실을 제대로 반영하기 힘들다”고 강조했다. 그는 “과거에는 미혼모나 이혼 가정의 자녀 등 소외 계층을 다소 부정적이고 우울하게 나타냈던 것과 달리, 요즘 드라마들은 이를 최대한 긍정적으로 묘사하고 있다”며 “더 이상 외면할 수 없는 이 시대 가족의 상처를 감싸 안아 공감을 이끌어내기 위해서”라고 설명했다.

물론 한계도 여전하다. 여주인공이 부유한 재벌 2세와 결혼하는 신데렐라식의 결말에 머문다. ‘소원을 말해봐’에서 한소원은 미국 식자재 유통회사 사장의 외아들 강진희(기태영분)와의 결혼이란 결말로 향해 달리고 있고, ‘사랑만 할래’ 김샛별도 대기업 상무 최재민(이규한분)과 맺어진다.

배선영 한경 텐아시아 기자 sypova@tenasi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