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기선 오로라월드 사장이 지난달 25일 미국 로스앤젤레스 판매법인 쇼룸에서 인어 모양 인형 ‘시 스파클스’ 인기 비결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추가영 기자
홍기선 오로라월드 사장이 지난달 25일 미국 로스앤젤레스 판매법인 쇼룸에서 인어 모양 인형 ‘시 스파클스’ 인기 비결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추가영 기자
1981년 설립된 오로라월드는 한국보다 미국에서 장난감을 더 많이 파는 회사다. 매출(지난해 1000여억원)의 60%가량을 미국에서 벌어들이고 있다.

이런 비중에 걸맞게 오로라월드는 미국 현지법인 대표인 홍기선 사장을 2008년부터 창업주인 노희열 회장과 함께 회사 전체를 이끄는 대표이사(각자대표 체제)로 선임했다. 오로라월드가 세계 최대 장난감 시장인 미국에서 정착하는 데 홍 사장의 역할이 그만큼 컸다는 얘기다.

○캐릭터 완구는 문화상품

홍 사장은 1986년 오로라월드에 입사한 뒤 1992년 미국 현지법인 설립 당시 본부장으로 미국에 갔다. 이후 줄곧 미국에서 일했다.

미국 로스앤젤레스에 있는 오로라월드 현지법인에서 일하는 70여명의 직원 가운데 한국 국적을 가진 사람은 홍 사장 한 명이다. 현지문화를 이해하고 유행을 따라가려면 현지인을 채용해야 한다는 것이 홍 사장의 설명이다. 명품 캐리어에 넣고 다니는 애완동물 인형인 팬시팔스(Fancy Pals) 같은 상품이 현지인들의 아이디어로 탄생했다는 것이다.

홍 사장은 “장난감은 대표적인 문화상품”이라며 “다양한 소비자를 만족시키기 위해선 철저한 시장조사를 통해 수많은 상품군을 개발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세계 캐릭터 완구시장의 40%를 차지하는 미국에 진출하기 위해 가장 신경 썼던 부분이 사내 문화의 현지화였다”고 강조했다. 서울 본사는 미국 영국 홍콩에 있는 해외법인의 상품기획 아이디어 및 디자인을 통합 관리하는 역할을 주로 하고 있다.

○캐릭터 완구 6만5000여종

오로라월드는 1980년대 초 봉제인형 주문자상표부착생산(OEM)업체로 출발했다. 자체 브랜드를 개발해 미국 시장에 뛰어든 때는 10여년이 지난 1992년이었다. 미국 ‘기프트 베스트 매거진’에 따르면 오로라월드는 현재 미국 캐릭터완구 시장에서 미국 완구업체인 타이(Ty)에 이어 브랜드인지도 2위 업체로 성장했다.

오로라월드는 6만5000여종의 캐릭터 완구를 생산하고 있다. 홍 사장은 “새로운 상품을 개발할 때 배경 이야기도 각각 만든다”며 “인형으로 성공한 캐릭터에 이야기를 담아 애니메이션 게임 등 다른 옷을 입히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오로라월드는 다른 캐릭터 콘텐츠 기업이 갖고 있지 않은 완구 제조기술을 이용해 캐릭터 콘텐츠의 ‘테스트베드(시험대)’로 완구시장을 활용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예컨대 애니메이션으로도 방영한 ‘유후와 친구들’ 등 캐릭터 라이선스 사업으로 지난해 약 10억원의 매출을 올렸다.

홍 사장은 “지난해 미국법인의 매출은 약 6000만달러였다”며 “1억달러 달성이 단기목표”라고 밝혔다. 이어 “궁극적으론 미키 마우스처럼 누구나 아는 캐릭터를 만들어 세계 최고의 캐릭터 콘텐츠 기업으로 도약하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직원들 친밀도 중요”

홍 사장은 해외에 둔 법인을 성공적으로 운영하기 위해서는 ‘소통’이 매우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문화와 언어 장벽 등을 이유로 한국인과 현지인의 간극이 벌어지게 되면 회사를 경영하기가 매우 어려워진다는 것이다.

홍 사장은 직원들과의 소통을 강화하기 위해 본사 건물에 있는 옥상 정원에서 비정기적으로 직원들과 파티를 하며 자연스럽게 교류의 장(場)을 만든다. 업무 접점이 많지 않은 부서 직원들을 모아 함께 점심을 먹으며 회사 발전방안이나 건의사항 등을 받기도 한다.

홍 사장은 “평소에 직원들과 친밀도를 높여두면 상품개발 회의에서 제작부터 판매까지 다양한 부서 직원들이 협력하고 결론을 도출한다”고 전했다.

로스앤젤레스=추가영 기자 gychu@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