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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취재수첩] 국회 외면에 찬밥된 '2300억 복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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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고은이 경제부 기자 koko@hankyung.com
    [취재수첩] 국회 외면에 찬밥된 '2300억 복지'
    “말 그대로 ‘찬밥’입니다. 한시가 급한 일인데 국회가 왜 이리 느긋한지 모르겠습니다. 2300억원이 그대로 날아가게 생겼어요.”

    국회가 1년째 방치 중인 국민기초생활보장법 개정안에 대해 보건복지부 관계자가 한숨을 쉬며 토로한 말이다. 이 개정안이 담고 있는 ‘맞춤형 개별급여’는 기초연금과 함께 박근혜 정부의 대표적 복지공약이었다. 최저생계비를 한꺼번에 지급하는 기존 방식과 달리 생계급여, 주거급여 등으로 나눠 기존 제도의 한계를 보완하고 빈곤층의 혜택을 늘리자는 취지로 마련했다. 당초 계획대로라면 오는 10월부터 실시될 예정이었다.

    하지만 올 상반기 기초연금을 두고 여야가 줄다리기를 벌이는 사이 맞춤형 개별급여는 완전히 소외돼버렸다. 노인들의 표를 의식한 국회가 기초연금에만 집중하고 수혜자가 비교적 적은 기초생활보장법 개정엔 관심을 두지 않은 탓이다. 복지부 관계자는 “본격적인 논의가 제대로 시작되지도 않은 상태”라며 “아직 개편 내용을 이해하지 못하는 의원들도 꽤 있는 것 같다”고 말했다.

    복지부는 늦어도 지난 6월까지는 개정안이 국회를 통과해야 연내 시행이 가능하다고 말해왔다. 기초연금보다 전산시스템 등 준비과정이 훨씬 복잡해 최소 5~6개월의 시간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복지부 관계자는 “10월 시행은 완전히 물 건너갔고 12월 시행은 노력해볼 테지만 지금 상태로는 어렵다”고 털어놨다. 연내 시행이 불가능해지면 올해 추가로 책정해놓은 예산 2300억원은 그대로 불용처리될 수밖에 없다.

    맞춤형 개별급여 중 주거급여에 관한 시범사업은 이미 이달부터 시작했다. 전국 4만여가구가 이 시범사업으로 9월까지 월평균 5만원의 혜택을 받고 있다. 10월 맞춤형 개별급여 시행에 맞춰 짜놓은 일정이지만 국회 통과가 차일피일 미뤄지면서 이 4만가구는 10월 이후 받게 되는 주거급여가 오히려 줄어드는 어처구니없는 상황에 처하게 됐다. 복지부 관계자는 “줬다 다시 뺏는 상황이 된 만큼 피해를 보는 가구들의 민원이 속출할 것”으로 예상했다. 국회의 ‘하세월(何歲月)’에 빈곤층의 신음만 깊어지고 있다.

    고은이 경제부 기자 koko@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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