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경데스크] 부동산, 7월 국회에 달렸다
지난달 한 상갓집에서 만난 대형 건설사 임원은 “요즘 사업 잘되시죠”라는 인사성 질문에, 대답 대신 소주 한 잔을 입에 털어 넣었다. “건설을 대표적인 내수 업종으로 꼽고 있지만 정작 국내에서 건설업 하는 게 갈수록 힘들어지고 있다”는 답이 이어졌다. 정부의 사회간접자본(SOC) 투자는 계속 줄고, 주택 사업 리스크는 여전하며, 풀리지 않는 각종 규제 등으로 국내 건설업이 지속 가능할지 의문시된다는 얘기였다. 이 임원의 결론은 “해외 공사 부실을 대거 털어내는 아픔도 겪었지만 그래도 해외 시장에서 답을 찾을 수밖에 없다”는 것이었다.

건설사 임원의 얘기는 사석에서 자리를 함께한 중견 식품업체 대표의 하소연과 겹쳐졌다. “이젠 과자도 안 팔립니다. 15년 가까이 마케팅을 해왔는데 상반기 매출이 전년도에 비해 감소하기는 올해가 처음입니다.” 이 식품회사도 성장 열쇠를 해외에서 구해야 할 상황이라고 했다. 대표적인 내수 기업 경영진이 내수 시장에서 성장 돌파구 찾기를 포기한 것 아니냐는 우려까지 나왔다.

건설·부동산, 일자리 寶庫

대부분의 사업장을 국내에 둔 내수 업종 기업들의 경영 위축은 바로 국내 일자리 감소로 연결될 공산이 크다는 점에서 문제의 심각성이 있다. ‘내수기업 경영난→고용 위축→추가적인 소비 부진’으로 이어질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최경환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 후보자가 “현재 부동산 규제는 한겨울에 여름 옷을 입은 격”이라며 부동산 규제를 대폭 손질하겠다는 뜻을 밝힌 것은 이런 소비부진 악순환 차단이 시급하다는 방증이다.

내수 활성화 핵심 축이 건설·부동산 시장 회복이라는 점에 의견을 달리하는 사람은 거의 없다. 무엇보다 일자리 창출 기여도가 다른 제조업에 비해 높아서다. 지난달 한국은행이 내놓은 ‘산업연관표를 이용한 경제구조 분석’이 이를 잘 보여준다. 2012년 기준 건설업 취업유발계수(10억원어치를 생산하는 데 필요한 취업자 수)는 14.6명으로 공산품 제조업의 8.5명을 크게 앞질렀고 전력·가스·수도 업종(7.2명)보다는 2배 이상 높았다.

규제 완화 통해 투자 살려야

그럼 부동산 시장을 되살리기 위한 전제 조건은 뭘까. ‘집값의 안정적인 상승과 크게 오른 전셋값의 하락 안정세’라고 보는 전문가들이 많다. 이를 위해 꼭 필요한 게 주택 거래 활성화다. 집을 살 여력이 있는 전세입자를 매매시장으로 끌어들여 집값이 더 떨어지지 않는 분위기를 만들고 동시에 ‘전세 수요 감소→전·월세 가격 안정’을 통해 서민 주거여건도 개선하는 것이다.

이런 점에서 임대소득 과세 강화 방침을 담은 ‘2·26 전·월세 선진화 방안’은 과세 형평 실현 등의 당위에도 불구하고 시기상 적절치 못했다는 게 중론이다. 거래세 인하 등 각종 규제완화로 작년 하반기부터 회복 조짐을 보이던 부동산 시장은 이 방안 발표 이후 급속도로 냉각됐다. 지난달 서울지역 기존 주택거래량은 작년 6월의 절반 수준으로 떨어졌다.

‘시장은 심리, 정책은 타이밍.’ 건설·부동산 업계에서 흔히 하는 말이다. 재건축 초과이익 환수제 폐지, 연간 2000만원 이하 임대소득 분리과세, 분양가 상한제 탄력 적용 등 부동산 시장 회복에 큰 영향을 줄 관련 법안들이 국회에서 이번주부터 다뤄진다. 국내 부동산 시장 향방이 7월 국회에 달렸다.

김철수 건설부동산부장 kcso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