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5년 새 공기업에서 자회사로 내려간 낙하산이 파악된 것만 144명이라 한다. 철밥통 행정관료들의 관(官)피아, 정치권 인사들이 전리품처럼 앞다퉈 내려가는 정(政)피아 못지않은 ‘공(公)피아’ 적폐다. 거듭된 혁신 구호에도 공기업이 비효율의 대명사처럼 굳어지게 된 또 하나의 이유일 것이다.

국회 예산정책처의 ‘2013 회계연도 공공기관 결산 평가 보고서’를 분석한 한경 보도(7월5일자 A 1, 8면)에 따르면 공피아의 폐단도 관피아, 정피아에 못지않다. 144명이란 숫자도 전체 295개 공공기관 중 현황이 파악된 30곳만의 낙하산이다. 기획재정부가 공공기관 경영정보시스템(알리오)에 출자회사로 내려가는 고위직 퇴직자들을 공시토록 했지만 이 규정부터 무시되고 있다. 간판급 공기업인 한전 같은 곳도 실태조차 파악이 안됐다.

해당 공기업들은 모기업에서 쌓은 전문성을 살리는 것이라고 변명할지 모른다. 관피아, 공피아 다 부정하고 내부 순혈주의로 과연 필요한 인재를 다 채울 수 있겠느냐는 현실론도 늘 있었다. 하지만 전문성과는 무관한 인사 사례가 너무 많다. 예산정책처 보고서에서도 이 점이 지적됐다. 사실 공공기관들이 스스로 전문성이라고 주장하는 것도 많은 경우 한때 스쳐가는 보직관리상의 경력 등에 그쳐 실제로는 대단치 않은 것일 때가 많다. 명실상부하게 전문성이 있다면 공기업들은 왜 방만경영과 적자 수렁에서 헤어나지 못하고, 폐쇄적 조직문화도 떨치질 못했겠나.

국회에서 행정부에 대해 정정당당한 감독보다는 부당한 감시나 일삼으며 선거철 논공행상격으로 낙하산을 일삼는 것이 큰 문제다. 관피아를 견제할 도덕적 권위도, 정치적 힘도 잃게 되는 것이다. 관료들이 부처별로, 소관 업무별로 수십년간 관피아의 철옹성을 다질 수 있었던 이유다. 상하 공무원들이 잘 짜여진 직급테이블에 맞춰 빈틈없이 낙하산을 타니 공기업들도 ‘형님들 행태’를 그대로 뒤따라 한다. 그 결과는 공기업의 경쟁력 저하요, 부실의 누적이다. 세월호 참사도, 한수원 납품비리도 그런 먹이사슬의 산물일 뿐이다. 기재부의 공기업 경영정상화 정책에 이런 실태가 낱낱이 적시되고 차제에 실현가능한 대안까지 국민들에게 제시돼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