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역사 배우기 19년…부부의 情도 돈독해졌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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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성철·김진환 주도 95년 결성
2004년부터 부부회원제 32명
중·일·유럽 등 세계사까지 '열공'
이날 강연 주제는 ‘일본 근대화와 메이지유신의 원로들’, 강사는 전 동북아역사재단 이사장인 김용덕 광주과학기술원 석좌교수다.
귀를 쫑긋 세우고 경청하는 이들 중 낯익은 얼굴이 많다. 전 회장을 비롯해 김진환 법무법인 충정 대표(전 서울중앙지검장)와 이상철 LG유플러스 부회장, 김상헌 네이버 사장과 신준식 자생한방병원 이사장 등이 눈에 띈다. 조수철 서울대 소아정신과 교수는 골절상 때문에 발목에 깁스를 한 채 목발을 짚고 강연에 참석했다. 학연, 지연과 무관할 뿐 아니라 직업도 다른 명사들이 모여 역사 공부도 하고 세상 사는 얘기도 하는 모임이다.
자운회 회원 중 ‘막내’인 김 사장은 “자운회에 나온 지 3년째”라며 “단순 친목모임은 많지만 이렇게 특정 주제를 깊이 있게 공부하는 모임은 별로 없어 세상 사는 지혜를 얻는 데 큰 도움이 된다”고 말했다.
자운회가 출범한 시점은 1995년 9월. 김영삼 대통령 시절 청와대 정책기획비서관과 법무비서관으로 각각 근무하던 전 회장과 김 대표가 의기투합해 만들었다. 국가적 차원에서 ‘한국의 세계화’를 주창하기 시작하던 무렵이었다. “세계화를 하려면 우리 스스로 한국의 역사와 문화를 제대로 알고 알려야 하는데 그동안 과연 얼마나 관심을 둬 왔을까”라는 반성에서 비롯됐다는 게 전 회장의 설명이다.
처음에는 두 사람의 지인을 중심으로 회원이 7~8명 정도였다. 첫 강연자로는 조선시대 역사 연구로 이름을 떨치고 있는 정옥자 서울대 명예교수(전 국사편찬위원장)를 초빙했다. 자운회란 이름도 정 교수가 지어줬다. ‘자운(紫雲)’은 ‘상서로운 구름’이란 뜻이다. ‘자줏빛 자(紫)’ 자가 ‘상서롭다’는 뜻으로 쓰이는 이유는 자주색이 예로부터 왕실과 귀족만 쓸 수 있는 귀한 색이었기 때문이다.
또 경기 파주에 조선시대의 대학자 율곡 이이를 기리기 위해 세워진 서원의 이름 또한 자운서원(紫雲書院)이다. 지금도 자운회의 멘토 역할을 맡고 있는 정 교수는 “각자 일에도 바쁠 텐데 꾸준히 역사 공부에 매진하는 모습을 보며 ‘자운’이란 말이 자연스럽게 떠올랐다”며 “보통 스터디 모임은 얼마 못 가 없어지는 경우가 많은데 자운회가 20년 가까이 계속 이어질 줄은 상상도 못했다”고 말했다.
자운회는 2004년부터 부부가 함께 참여하는 방식으로 바꿨다. “공부 모임을 통해 부부간 애정과 회원 간 단합을 돈독히 하자”는 취지에서다. 회원 수는 현재 총 32명이다. 최근엔 한국사뿐만 아니라 중국과 일본, 유럽과 중동 등 다양한 지역의 세계사를 공부하고 있다. 현재 총무를 맡고 있는 김 대표는 “자운회엔 회장은 따로 없고 1년에 한 번씩 회원들끼리 돌아가면서 총무를 한다”며 “지금은 회원이 주로 50~60대인데 이를 40대까지 넓힐 계획”이라고 말했다.
이미아 기자 mia@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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