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 10나노대 메모리 반도체 올인"
김기남 삼성전자 DS부문 반도체총괄 겸 시스템LSI사업부장(사장·사진)이 10나노대(회로 선폭) 메모리 반도체 양산에 승부를 걸었다. DS부문의 기술 개발과 투자 초점도 설계기술에서 공정기술로 바꾸고 있다. 1993년부터 20년 넘게 메모리 시장 세계 1위를 유지하고 있는 비결인 공정기술을 더 높여 경쟁사와 ‘초격차’를 만들겠다는 것이 김 사장의 판단인 것으로 알려졌다.

6일 업계에 따르면 김 사장은 올 2월 메모리사업부를 맡은 뒤 “평면 메모리 반도체 미세화에 역량을 집중하라”는 특명을 내렸다. 메모리사업부는 지난해까지 낸드플래시 반도체를 통제하는 시스템 반도체인 컨트롤러와 40나노급 낸드를 위로 쌓아 올리는 3D기술에 역량을 집중했다. 하지만 올 들어 김 사장의 지시에 따라 평면 메모리 미세화에 더 많은 역량을 쏟는 것으로 전해졌다. 삼성 관계자는 “미국 등 해외 업체에 대한 기술 투자로 미세화를 위한 공정 및 소재기술을 강화하고 내부적으로도 ‘쿼드로플패터닝(QTP)’ 등 미세화 기술 상용화에 집중하고 있다”며 “3D기술도 꾸준히 개발하겠지만 지금은 평면 낸드 미세화에 더 많은 공을 들이고 있다”고 말했다.

메모리 반도체는 크게 D램과 낸드로 나뉜다. D램은 주요 업체인 삼성, SK하이닉스, 마이크론 등이 모두 20나노대를 주력으로 생산한다. 낸드는 삼성과 도시바가 19나노까지 미세화한 뒤 3D로 방향을 틀었고, SK하이닉스는 16나노 제품 양산을 준비하고 있다.

미세화는 회로 선폭을 줄이는 작업이다. 선폭이 줄어들면 전자 이동이 쉬워져 전력 소비가 줄고 작동 속도도 빨라진다. 한 장의 웨이퍼(기판)에서 만들 수 있는 반도체 숫자가 늘어나 가격도 싸진다. 문제는 극한 수준인 20나노대로 들어서면서 2012년부터 미세화에 한계가 왔다는 점이다. 삼성이 2002년부터 꾸준히 지켜오던 ‘황의 법칙’도 이때부터 사실상 깨졌다.

20나노 이하의 메모리 반도체를 만들기 위해서는 회로 패턴을 찍는 장비인 노광기를 ‘극초단파(EUV)’ 방식으로 바꿔야 한다는 게 업계의 대체적인 의견이다. 네덜란드 업체 ASML이 독점 개발한 이 장비는 대당 1000억원이 넘을 정도로 비싸다. 삼성, 인텔 등 반도체 업체들이 2012년 이 업체에 총 64억달러를 투자한 것도 EUV 노광기를 잘 개발해 달라는 ‘읍소’였다. 하지만 2년이 지난 지금도 EUV 노광기의 성능은 제대로 나오지 않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삼성이 미세화 대신 3D나 컨트롤러 기술 개발에 주력한 것도 이 같은 배경에서다.

그럼에도 김 사장은 올초 메모리사업부를 맡으면서 “미세화에 다시 주력해야 한다”며 방향을 바꿨다. 삼성 관계자는 “EUV를 안 쓰고도 D램과 낸드 모두 15나노 이하 제품을 양산할 수 있는 기술을 확보하는 게 목표”라고 말했다.

낸드 컨트롤러나 3D기술은 경쟁사가 비교적 쉽게 따라올 수 있는 반면 10나노급에서 추가적인 미세화를 이뤄내면 경쟁사와 간격을 더욱 크게 벌릴 수 있다. D램은 낸드와 달리 위로 쌓는 것이 어렵다는 점도 반영한 것으로 알려졌다.

김 사장은 1982년 입사 이래 30년 넘게 메모리 분야에만 매달려온 세계적 전문가다.

남윤선 기자 inkling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