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상춘의 '국제경제 읽기'] 글로벌 머니게임 최대 희생양…'원화 절상 쇼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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돈 무기로 '3차 대전' 발생 조짐
각종 위험 미해결 상태로 잠복
한상춘 객원논설위원 schan@hankyung.com
각종 위험 미해결 상태로 잠복
한상춘 객원논설위원 schan@hankyung.com
글로벌 머니게임이 갈수록 치열해지고 있다. 주식, 부동산 등 전통적인 투자 대상뿐만 아니라 예술품, 골동품에 이어 심지어는 송아지, 물에 이르기까지 돈만 되면 어디든 투자한다. 이 때문에 세계경제 질서는 가히 ‘혁명적’이라 불릴 만큼 급변하는 가운데 차기 위기를 우려하는 경고음도 잇따르고 있다.
더 주목되는 것은 각국이 글로벌 머니게임에 본격적으로 나설 태세라는 점이다. 프랑스, 아일랜드, 노르웨이에 이어 중국이 싱가포르 투자청의 테마섹을 벤치마크 삼아 보유 외화자산을 외국으로 돌려 국부를 증대시키려는 움직임이 가시화하고 있다. 돈을 무기로 한 3차 세계대전이 일어나지 않을까 하는 예상이 나오는 것도 이 때문이다.
각국이 글로벌 머니게임에 나서는 것은 그만큼 유동성이 많아졌기 때문이다. 양적완화로 상징되는 선진국의 울트라 금융완화정책은 6년 동안 지속되고 있다. 최근에는 선진국의 글로벌 머니게임에 희생양이 되지 않기 위해 신흥국도 속속 동참하고 있다. 한국만 금리 인하와 유동성 공급에 인색하다. 홀로 되면 희생양이 되고, 그 결과가 ‘원화 절상 쇼크’다.
세계 국민의 자산운용 방식이 저축에서 투자로 바뀌는 것도 커다란 요인이다. 이제는 선·후진국 가릴 것 없이 저금리 자금 차입으로 고수익이 기대되는 국가와 재테크 대상에 투자하는 재정거래가 일반화됐다. 각종 펀드의 레버리지 비율(원금 대비 총투자 금액)도 올라가는 추세다.
옛 사회주의 국가의 부(stock)가 빠르게 유동화(flow)하고 있는 것도 종전보다 국제유동성이 풍부해지는 요인이다. 이 많은 자금이 뒷받침됨에 따라 주식과 부동산 가격은 거품이 우려될 정도로 동반 상승세를 보이고 있다. 일부에서는 이 현상을 ‘신유동성 장세(neo-liquidity market)’라고 부른다.
현재 금융자본 크기가 실물경제보다 3배나 많다는 것이 국제금융시장 참여자들의 지배적인 시각이다. 돈이 돌기 시작해 통화유통 속도와 통화승수가 높아지면 금융자본 규모는 더 늘아날 가능성이 높다. 많은 경우의 수 가운데 최근에는 선진국 자금과 신흥국 자금 간의 ‘글로벌 머니게임’이 갈수록 치열해지는 점이 눈에 띈다.
투자의 3원칙인 수익성·안정성·환금성으로 볼 때 선진국은 수익성이 낮은 대신 안정성이 높으나 신흥국은 이와 반대다. 때문에 선진국 자금은 수익성을, 신흥국 자금은 안정성을 우선적으로 고려해 투자함에 따라 글로벌 머니게임이 진전될수록 선진국 자산은 늘어난다.
문제는 갈수록 심화하는 국제수지 불균형으로 미 국채를 비롯한 선진국 자산의 안정성이 떨어지면서 지금까지 유지돼온 국제 간 자금흐름 메커니즘이 흐트러지고 있다는 점이다. 최근 들어 중동 산유국과 중국 등 아시아 국가의 과잉 저축분이 미 국채에서 선진국의 기업 인수와 같은 실물자산으로 투자 방향을 옮기는 추세가 뚜렷하다.
그중 신흥국 자본이 선진국의 항만, 에너지와 같은 기간산업을 인수하면서 선진국에는 경제 안보상 위협을 주고 있다. 이 점이 2차대전 이후 ‘세계화’로 상징되는 신자유주의를 외쳐왔던 선진국이 모든 경제 현안을 자국의 주권 확보 차원에서 바라보고 판단하는 경제 애국주의(economic patriotism)를 낳게 하는 가장 큰 요인이다.
또 하나 주목해야 할 것은 글로벌 머니게임을 주도하는 헤지펀드를 비롯한 글로벌 펀드 움직임이 새로운 변화를 보이면서 세계경제와 국제금융 질서에 많은 변화를 초래하고 있는 점이다. 여러 변화 가운데 투자 대상과의 관계는 ‘수동적’에서 ‘능동적’ 지위로 바뀌는 경향을 눈여겨볼 필요가 있다.
종전에는 투자해 놓고 수익을 기다렸으나 최근에는 투자이익이 기대되는 투자 대상을 적극 매입하거나 지분 확보를 통해 기업지배구조를 개선하는 등의 주주행동주의(shareholder activism)로 수익을 내려는 성향이 강화되는 추세다. 이 과정에서 기업사냥꾼들이 ‘지배구조 개선의 승리자’로 탈바꿈하면서 제2의 전성기를 누리고 있다.
글로벌 펀드의 벌처펀드 성격도 되살아나고 있다. 역사적으로 글로벌 펀드 투기 성향이 높아지면 벌처펀드 규모는 급증한다. 같은 맥락에서 전반적으로 떨어지는 투자수익을 올리기 위해 인수합병(M&A)을 가장 선호하고 있다. 대내외 증시에서 M&A가 당분간 최대 재료가 될 것으로 보는 것도 이런 이유에서다.
유념해야 할 것은 글로벌 머니게임이 치열해지는 과정에서 각종 위험요인이 미해결된 상태로 잠복된다는 점이다.
재닛 옐런 등 선진국 중앙은행 의장들이 금리 인상을 주저하는 이유다. 이 때문에 어느 순간 노출될 잠복위험을 효과적으로 대비하기 위해 각 경제주체는 위험관리 책임제를 도입해야 한다.
한상춘 객원논설위원 schan@hankyung.com
더 주목되는 것은 각국이 글로벌 머니게임에 본격적으로 나설 태세라는 점이다. 프랑스, 아일랜드, 노르웨이에 이어 중국이 싱가포르 투자청의 테마섹을 벤치마크 삼아 보유 외화자산을 외국으로 돌려 국부를 증대시키려는 움직임이 가시화하고 있다. 돈을 무기로 한 3차 세계대전이 일어나지 않을까 하는 예상이 나오는 것도 이 때문이다.
각국이 글로벌 머니게임에 나서는 것은 그만큼 유동성이 많아졌기 때문이다. 양적완화로 상징되는 선진국의 울트라 금융완화정책은 6년 동안 지속되고 있다. 최근에는 선진국의 글로벌 머니게임에 희생양이 되지 않기 위해 신흥국도 속속 동참하고 있다. 한국만 금리 인하와 유동성 공급에 인색하다. 홀로 되면 희생양이 되고, 그 결과가 ‘원화 절상 쇼크’다.
세계 국민의 자산운용 방식이 저축에서 투자로 바뀌는 것도 커다란 요인이다. 이제는 선·후진국 가릴 것 없이 저금리 자금 차입으로 고수익이 기대되는 국가와 재테크 대상에 투자하는 재정거래가 일반화됐다. 각종 펀드의 레버리지 비율(원금 대비 총투자 금액)도 올라가는 추세다.
옛 사회주의 국가의 부(stock)가 빠르게 유동화(flow)하고 있는 것도 종전보다 국제유동성이 풍부해지는 요인이다. 이 많은 자금이 뒷받침됨에 따라 주식과 부동산 가격은 거품이 우려될 정도로 동반 상승세를 보이고 있다. 일부에서는 이 현상을 ‘신유동성 장세(neo-liquidity market)’라고 부른다.
현재 금융자본 크기가 실물경제보다 3배나 많다는 것이 국제금융시장 참여자들의 지배적인 시각이다. 돈이 돌기 시작해 통화유통 속도와 통화승수가 높아지면 금융자본 규모는 더 늘아날 가능성이 높다. 많은 경우의 수 가운데 최근에는 선진국 자금과 신흥국 자금 간의 ‘글로벌 머니게임’이 갈수록 치열해지는 점이 눈에 띈다.
투자의 3원칙인 수익성·안정성·환금성으로 볼 때 선진국은 수익성이 낮은 대신 안정성이 높으나 신흥국은 이와 반대다. 때문에 선진국 자금은 수익성을, 신흥국 자금은 안정성을 우선적으로 고려해 투자함에 따라 글로벌 머니게임이 진전될수록 선진국 자산은 늘어난다.
문제는 갈수록 심화하는 국제수지 불균형으로 미 국채를 비롯한 선진국 자산의 안정성이 떨어지면서 지금까지 유지돼온 국제 간 자금흐름 메커니즘이 흐트러지고 있다는 점이다. 최근 들어 중동 산유국과 중국 등 아시아 국가의 과잉 저축분이 미 국채에서 선진국의 기업 인수와 같은 실물자산으로 투자 방향을 옮기는 추세가 뚜렷하다.
그중 신흥국 자본이 선진국의 항만, 에너지와 같은 기간산업을 인수하면서 선진국에는 경제 안보상 위협을 주고 있다. 이 점이 2차대전 이후 ‘세계화’로 상징되는 신자유주의를 외쳐왔던 선진국이 모든 경제 현안을 자국의 주권 확보 차원에서 바라보고 판단하는 경제 애국주의(economic patriotism)를 낳게 하는 가장 큰 요인이다.
또 하나 주목해야 할 것은 글로벌 머니게임을 주도하는 헤지펀드를 비롯한 글로벌 펀드 움직임이 새로운 변화를 보이면서 세계경제와 국제금융 질서에 많은 변화를 초래하고 있는 점이다. 여러 변화 가운데 투자 대상과의 관계는 ‘수동적’에서 ‘능동적’ 지위로 바뀌는 경향을 눈여겨볼 필요가 있다.
종전에는 투자해 놓고 수익을 기다렸으나 최근에는 투자이익이 기대되는 투자 대상을 적극 매입하거나 지분 확보를 통해 기업지배구조를 개선하는 등의 주주행동주의(shareholder activism)로 수익을 내려는 성향이 강화되는 추세다. 이 과정에서 기업사냥꾼들이 ‘지배구조 개선의 승리자’로 탈바꿈하면서 제2의 전성기를 누리고 있다.
글로벌 펀드의 벌처펀드 성격도 되살아나고 있다. 역사적으로 글로벌 펀드 투기 성향이 높아지면 벌처펀드 규모는 급증한다. 같은 맥락에서 전반적으로 떨어지는 투자수익을 올리기 위해 인수합병(M&A)을 가장 선호하고 있다. 대내외 증시에서 M&A가 당분간 최대 재료가 될 것으로 보는 것도 이런 이유에서다.
유념해야 할 것은 글로벌 머니게임이 치열해지는 과정에서 각종 위험요인이 미해결된 상태로 잠복된다는 점이다.
재닛 옐런 등 선진국 중앙은행 의장들이 금리 인상을 주저하는 이유다. 이 때문에 어느 순간 노출될 잠복위험을 효과적으로 대비하기 위해 각 경제주체는 위험관리 책임제를 도입해야 한다.
한상춘 객원논설위원 scha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