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랜드그룹이 여성복 계열사 데코네티션을 전격 매각했다. 기업을 인수하는 경우는 많아도 매각하는 일은 별로 없던 이랜드로선 이례적이다. 데코네티션은 이랜드가 고급 여성복을 강화하기 위해 인수합병(M&A)한 회사로, 손실을 만회하지 못하고 헐값에 되팔리면서 사실상 ‘실패한 M&A’로 남게 됐다.

M&A 강자 이랜드, 고급 여성복서 철수
이랜드월드는 지난 4일 데코네티션의 보통주 지분 75.93%와 우선주 지분 100%를 총 225억원에 JP컨소시엄에 매각하는 계약을 맺었다. 데코네티션은 ‘데코’ ‘EnC’ ‘96NY’ 등 백화점에 입점한 여성복을 판매하는 회사다.

중저가 캐주얼이 모태인 이랜드는 2003년 데코, 2006년 네티션닷컴이라는 두 여성복 업체를 인수한 뒤 2010년 9월 데코네티션으로 합병했다. 상대적으로 취약한 고급 여성복 부문을 강화하기 위해서였다.

하지만 데코네티션은 이렇다 할 시너지 효과를 내지 못했다. 2011년 1904억원이던 매출은 계속 줄어 지난해 1326억원까지 밀렸고, 해마다 영업손실을 내는 ‘골칫거리’가 됐다. 주력 브랜드인 ‘데코’ ‘EnC’ ‘96NY’ 등은 이랜드에 인수된 이후 매출이 오히려 적게는 10%, 많게는 60%까지 감소했다.

M&A 강자 이랜드, 고급 여성복서 철수
패션업계 관계자들은 “이랜드가 중저가 의류로 큰 회사이다 보니 고급 여성복 시장에서는 경험이 부족해 고전했다”고 지적했다. 이랜드는 데코와 네티션닷컴의 경영권을 인수하는 데 각각 103억원, 210억원을 썼지만 JP컨소시엄에는 225억원만 받고 되팔았다.

이랜드는 향후 패션 부문에서 ‘스파오’ ‘미쏘’ 등 저렴한 가격의 제조·직매형 의류(SPA) 브랜드에 집중한다는 계획이다. 윤경훈 이랜드 상무는 “데코네티션을 통해 고급 여성복 분야의 노하우를 많이 쌓았고, 이젠 어느 정도 역할을 다했다는 판단에서 매각한 것”이라며 “중국법인은 매각 대상에서 제외해 ‘데코’와 ‘EnC’의 중국 판권은 이랜드가 그대로 갖는다”고 설명했다.

이랜드가 계열사를 매각한 사례는 2008년 그룹 전체의 유동성 위기를 불러왔던 홈에버와 2011년 킴스클럽마트 둘뿐이다. 반면 국내외에서 새로 인수한 기업은 2010년 이후에만 패션·유통·레저 등 20개에 육박한다.

잇단 M&A로 빚이 과도하게 늘어난 이랜드그룹은 올해 금융당국으로부터 주채무계열로 새로 지정돼 채권단 관리를 받게 됐다. 이랜드리테일은 만기가 돌아오는 채무의 상환을 연장하기 위해 지난달 3000억원 규모의 전환상환우선주(RCPS)를 발행했다. 이 때문에 업계에선 데코네티션 매각을 그룹 차원에서 저수익 부문을 구조조정하는 ‘신호탄’으로 해석하기도 한다.

하지만 이랜드는 “계열사를 추가 매각할 계획은 없다”고 밝혔다. 회사 관계자는 “그룹의 현금흐름에 문제가 없다”며 “이랜드차이나의 홍콩 증시 상장 등의 카드도 남아 있는 만큼 재무구조를 둘러싼 일부의 시각은 억측에 불과하다”고 반박했다.

임현우 기자 tardi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