업종 내에서 라이벌인 업체들은 증시에서도 주가가 엎치락뒤치락하는 경우가 많다. 그러나 올 들어서는 시장의 거래가 줄어들면서 라이벌 업체 중 한 종목으로 쏠리는 경향이 심해져 주가에 희비가 갈리는 경향이 두드러지고 있다.

6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정보기술(IT) 부품 대장주로 꼽히는 삼성전기 주가는 올 들어 7만3000원에서 5만7600원으로 20% 넘게 하락했다. 반면 LG그룹 대표 부품주인 LG이노텍은 8만3700원에서 14만8000원으로 수직 상승하며 대조를 이뤘다. ‘큰 형님’인 삼성전자LG전자 스마트폰 사업 전망이 엇갈리고 있는 탓이다.
라이벌株, 쟤만 잘나가…
전문가들은 이 같은 주가 차별화가 한동안 더 지속될 것으로 봤다. 노근창 HMC투자증권 연구원은 “LG이노텍은 ‘G3’의 글로벌 흥행 등을 배경으로 실적과 재무구조가 개선되면서 재평가가 이어지겠지만, 삼성전기는 적어도 3분기까지 실적 악화에 따른 주가 부진을 면하기 어려울 것”으로 내다봤다.

특히 내수업종에서 라이벌주들의 주가가 ‘극과 극’인 경우가 많다. 대부분 히트상품의 존재 여부가 주가를 갈랐다. 아모레퍼시픽은 올 들어 주가가 58% 치솟으며 화장품 업종 시가총액 1위(4일 기준 9조2364억원) 자리를 재탈환했다. ‘설화수’ 등 중국인들에게 인기가 많은 주력 제품의 판매가 급증하면서 부진했던 실적이 증가세로 돌아섰기 때문이다.

지난해 아모레퍼시픽(작년 말 기준 5조8458억원)을 멀찌감치 따돌렸던 LG생활건강(8조5587억원)은 올 들어 시가총액이 6조7300억원대로 20% 넘게 쪼그라들었다. 화장품과 생활용품 등 주요 사업 부문의 실적이 시원찮았던 데다 차석용 부회장의 지분 매각 등 악재가 겹치면서 주가가 미끄러졌다.

오뚜기농심도 경쟁업체 간 시가총액 규모가 역전된 경우다. 농심 주가는 올 들어 11% 상승했지만 오뚜기는 37.7% 급등했다. 덕분에 오뚜기 시가총액은 1조8851억원으로 불어나며 처음으로 농심(1조7031억원)을 제쳤다. 김윤오 신영증권 연구원은 “오뚜기는 다양한 제품군을 발판 삼아 탄탄한 수익성을 이어갈 것”으로 내다봤다. 하지만 농심은 내수 부진이 주가 발목을 잡고 있다는 지적이다.

이 밖에 ‘클라우드’로 맥주시장에 진출한 롯데칠성은 주가가 181만9000원으로 작년 말 대비 19% 오르며 200만원 돌파 가능성을 높여가고 있지만 하이트진로는 주류시장 점유율 하락으로 ‘어닝쇼크’를 이어가면서 주가도 약세권에 머물고 있다.

지기호 LIG투자증권 리서치센터장은 “외국인과 연기금을 제외하면 주식시장에 유동성이 부족한 상황”이라면서 “이런 경우 투자자들은 비슷한 종목을 동시에 매수하기보다 실적이 뒷받침되고 스토리가 있는 종목에 매수세를 집중하는 경향이 있다”고 설명했다.

강지연 기자 serew@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