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주간 행군…체중 5㎏빠져
"인대 파열되고 침도 맞았지만
우렁찬 병사들 보니 자랑스러워"
이달 말로 36년간의 군대 생활을 마감하는 임국선 육군본부 정책관(59·중장·사진)은 지난 6일 한국경제신문과 인터뷰를 하고 “4월 말 전역이 결정된 뒤 남들처럼 부부 해외여행에 나서지 않고 분단조국의 냉엄한 현실이 담겨 있는 155마일 DMZ 종주를 결심했다”며 이같이 말했다.
임 중장은 4월 육본 정책관으로 발령나면서 3개월간의 전역대기 기간을 받은 뒤 7군단장과 협의해 지프 한 대를 빌렸다. 전방부대의 경계작전에 폐를 끼치지 않기 위해 합동참모본부의 협조 아래 사단장들에게 연락해 해당 부대 지휘관이 영접이나 안내를 하지 않도록 당부했다. 이런 준비가 끝난 뒤 6월9일부터 21일까지 경기 최서북단 1사단 도라산 도라 관측소(OP)부터 강원 최동북단 22사단 717 OP까지 휴전선 대부분을 매일 오전 7시부터 오후 6시까지 행군했다. 수색매복 및 정찰에 동참, 다음날 새벽에 철수한 뒤 후방 사단으로 이동해 오전엔 자고 오후부터 철책선을 따라 행군하는 바쁜 일정을 반복했다. 한여름 같은 무더위가 이어졌고 억수 같은 비가 3일간 내렸지만 임 중장은 멈추지 않았다. 군단장이나 사단장이 철책을 도보로 순시하더라도 자신이 맡은 구역을 넘지 않는다. 3성 장군이 11개 사단 22개 연대가 지키는 최전선의 수많은 계단을 오르고 내리면서 경계 및 매복작전까지 동참한 것은 전례없는 일로 알려졌다.
“12사단 사천리계곡의 OP 정상까지 4500여개의 계단이 기다립니다. 태권도 5단에 합기도 3단인 저도 높은 계단을 걷다보니 2주차부터 오른쪽 무릎이 너무 아프더라고요. 파스를 15장 정도 붙인 채 그날 목표한 거리를 걷고 나서 사단 의무대에서 인대가 파열된 부위를 치료받고 침도 맞았습니다. 대장정을 마치고 나니 체중이 4~5㎏ 빠져 있더군요.”
임 중장은 원광대 국어교육과를 졸업하고 1979년 ROTC 17기로 임관했다. 소위 시절 특전사에서 근무하며 부마민중항쟁과 10·26사태 등을 경험한 뒤 호국의 간성이 되기 위해 장기복무를 신청했다. 소령까지는 주로 특전사에서 근무한 뒤 이후 합참, 육군본부 등에서 경력을 쌓았다. 장군으로 진급한 뒤 이라크에 파병돼 여단장으로 복무했으며 20기계화사단장, 합참 전력발전부장, 7기동군단장을 역임했다.
“병사들이 철책선 옆을 걷는 3성 장군을 보고 약간 어리둥절해하다가 대화를 주고받은 뒤에는 감탄하는 눈치더라고요. 병사들의 어깨를 두드리며 ‘힘내고 경계 잘해’라고 격려하면 모두 우렁차게 ‘예, 완전작전하겠습니다’라고 복창해요. 웃음을 잃지 않고 임무 완수를 위해 땀을 흘리는 병사들을 지켜보면서 ‘이곳에 정말 잘 왔구나’라고 생각했습니다.”
임 중장을 사단장으로 모셨던 인연으로 행군을 같이 했던 20사단의 박정원 상사(45)는 “철책을 쓰다듬듯 만지며 북녘을 매섭게 쳐다보는 눈초리와 행군 도중 만나는 병사마다 손을 잡아주며 용기를 북돋워주는 모습을 보며 군인의 길이 과연 무엇인지 확인했다”고 전했다. 임 중장은 지휘관 시절 “해야 할 것, 하도록 돼 있는 것은 보든 안 보든, 시키든 안 시키든, 똑바로 야무지게 하라”고 강조했던 것으로 유명하다. 박 상사는 “이번 행군 중에도 언행일치의 중요성을 보여줬다”고 설명했다.
임 중장은 “전역한 뒤 군 생활 중 체득한 지식과 경험을 바탕으로 국가와 군의 발전을 위해 밀알이 되겠다”고 다짐했다.
최승욱 선임기자 swchoi@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