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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천자칼럼] 교황과 퇴마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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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고두현 논설위원 kdh@hankyung.com
    [천자칼럼] 교황과 퇴마사
    지난 3월 시사주간지 ‘타임’에 흥미로운 기사가 났다. 무슬림과 크리스천의 대립이 최고조에 이른 카이로에서 양측 신자 2000여명이 한 성당에 모여들었다. 무슬림 여성에게 씐 악령을 쫓기 위해 이슬람 종교 지도자가 퇴마(退魔·엑소시즘)를 시행하다 실패하자 영험있는 퇴마신부에게 도움을 청한 것이다. 두 종교 신자들이 서로 손을 잡고 기도하는 가운데 신부는 퇴마에 성공했다.

    퇴마사는 귀신을 쫓아내는 사람이다. ‘가톨릭 의식서’에는 악령 들린 자가 전혀 알지 못하는 외국어나 고대어로 말하는 것, 초자연적인 능력이나 힘, 알 방도가 없는 숨겨진 물건을 알아맞히거나 찾는 일, 성스러운 것에 대한 혐오와 극심한 모독 등을 퇴마 대상으로 적시하고 있다. 신약성경에도 예수와 사도들이 악령 들린 사람을 고친 사례가 여럿 나온다.

    1973년 전 세계를 뒤흔든 공포영화 ‘엑소시스트’는 1949년 미국에서 있었던 실화를 토대로 한 것이다. 실제 주인공은 소녀가 아니라 남자 아이였고 엑소시즘 시행 장소는 성당이었으며 신부는 4명 이상이었다. 5개월 이상의 사투 끝에 소년은 살아났다. 분석심리학의 아버지 카를 구스타프 융은 생전에 “환자의 상태가 엑소시즘 뒤 호전되는 것은 정신적 치료효과가 있다는 걸 의미한다”고 했다. 그러나 부작용도 있다. 독일에서는 간질병에 걸린 여대생이 퇴마의식 중에 영양부족으로 죽은 사건도 있었다.

    바티칸은 오랜 기간 사제들로 구성된 엑소시스트 집단을 운영해왔다. 국제퇴마사협회에는 30개국 사제 250명이 가입돼 있다. 바티칸에 쏟아지는 퇴마 요청이 매달 1000건이나 돼 전문 퇴마사 양성기관까지 생겼다. 의뢰가 급증하자 이탈리아와 스페인에선 올 들어서만 18명의 퇴마 신부가 신규 채용됐다.

    엊그제는 교황이 국제퇴마사협회의 정관을 공인했다. 평소 사탄을 의인화하는 등 퇴마에 관심이 많은 현 교황의 지원 덕이라고 한다. 지난해 5월에도 교황이 악령에 들렸다는 남성의 머리에 두 손을 얹고 퇴마 행위를 해 관심을 모았다. 그러나 우려의 목소리도 많다. 퇴마사 자격증 발급을 둘러싼 불협화음과 지나친 교리 확대 해석, ‘공포 마케팅’의 폐해 등 부작용이 크다는 것이다.

    퇴마사는 사회적 불안 요인과도 밀접한 관계를 갖고 있다. 경기불황이 장기화되고 현실 도피적인 분위기가 확산되면 퇴마사 수요가 늘어난다. 몇 년 전 금융위기 때도 그랬다. 이래저래 교황의 방한이 관심을 끈다. 온갖 잡귀들도 이때만큼은 물러서겠고….

    고두현 논설위원 kdh@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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