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삼성·LG디스플레이, 인재 양성 '적과의 동침'
국내 전자업계의 대표적 앙숙인 삼성디스플레이와 LG디스플레이가 손을 잡고 인재 양성에 나서 화제다. 공대생을 대상으로 여름방학 동안 디스플레이 교육과정을 개설하게 된 것. 대학에서 디스플레이 관련 지식을 제대로 가르치지 못하는 상황이어서 두 회사가 함께 비용과 강사를 대 교육에 나선 것이다.

LG디스플레이와 삼성디스플레이는 한국정보디스플레이학회(KIDS)와 함께 홍익대에서 오는 21일부터 29일까지, 그리고 다음달 4일부터 12일까지 두 차례에 걸쳐 ‘KIDS 디스플레이 스쿨’을 개설한다.

대상은 학부 학생 및 대학원생이며, 일반인도 참여할 수 있다. 디스플레이 개론, 재료, 회로, 공정, 광학 등 5개 과목이 개설되면 과목당 70~120명이 들을 수 있다. 수업시간은 1주일에 42시간이다. 과목별로 30만~50만원을 수업료로 받지만, 결석하지 않고 수료하면 100% 되돌려준다.

이 교육과정은 5년 전 LG디스플레이가 정보디스플레이학회를 후원해 개설했다. 국내 디스플레이 산업이 세계 1위지만, 디스플레이 관련 지식을 따로 가르치는 학과가 없는 현실이다 보니 인재를 발굴하고, 학생들의 관심을 높이기 위해 기업이 직접 나선 것이다. 실제 1~3회 수료생 가운데 성적우수자 50여명이 LG디스플레이에 신입사원으로 입사하거나 산학장학생으로 선발됐다.

이희국 LG 사장은 “기존 대학에서 할 수 없는 것을 기업이 필요하니까 나서서 하는 것”이라며 “성적 우수자는 취업 기회도 준다”고 밝혔다.

올해부터는 삼성디스플레이도 후원에 동참했다. 경쟁사 주도로 만든 행사지만, 행사 취지에 적극 공감해서다.

삼성디스플레이 관계자는 “작년까지는 KIDS 스쿨과 별도로 개별 대학들에서 특강을 해왔지만, 올해부터는 정보디스플레이학회에서 후원을 거듭 요청해온 데다 디스플레이 저변을 확대하는 차원에서 행사를 후원하기로 했다”고 말했다.

박동건 삼성디스플레이 사장은 올해부터 정보디스플레이학회 회장을 맡고 있다.

두 회사는 교육과정 운영 비용뿐 아니라 강사도 반반씩 지원한다. 개론 수업엔 강인병 LG디스플레이 전무와 박홍식 삼성디스플레이 수석연구원 등 10여명이 강단에 선다.

두 회사는 그동안 세계 디스플레이 업계 1, 2위를 다퉈왔으며, 지난해 OLED(유기발광다이오드) 관련 특허소송전을 벌이는 등 치열한 경쟁을 해왔다. 양사는 작년 말 소송을 취소한 뒤 특허공유 등을 논의키로 했으나, 사실상 진전 없이 협상을 중단했다.

김현석 기자 realist@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