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한조 외환은행장이 하나은행과의 조기통합 필요성을 강조하면서 노사 협의를 제안했다.

8일 외환은행에 따르면 김 행장은 전날 인트라넷으로 직원들에 보낸 서면 메시지에서 "현재의 위기 상황 극복을 위해선 조기통합 논의 개시가 불가피한 상황"이라고 말했다.

그는 "은행 산업 패러다임의 급격한 변화와 국내외 금융권의 경쟁 심화 및 규제 강화 등으로 경영 환경이 어려워지고 수익성 악화 추세가 지속하는 시점"이라고 진단하면서 "통합은 현재의 위기를 극복하기 위한 대안인 것이 분명하다"고 강조했다.

이어 "조직에 헌신해온 직원들의 상실감과 불안감을 은행장으로서 충분히 이해한다"며 "조직과 구성원 모두 윈윈(Win-Win) 할 수 있는 방향으로 논의를 시작할 것"이라고 밝혔다.

김 행장은 외환은행이 하나은행과 '하나의 그룹(one group)'이라는 현실을 직시하고, 감정적으로 대응하기보다는 냉철한 이성으로 통합 논의를 판단해달라고 당부했다.

아울러 통합에 대한 공감대를 형성하고, 노동조합과도 성실하게 협의하겠다고 덧붙였다.

김 행장의 메시지는 최근 김정태 하나금융그룹 회장의 조기통합 관련 발언에 호응하면서 통합에 대한 직원들의 정서적 거부감과 노조의 반발을 잠재우는 의도로 풀이된다.

김 회장은 지난 3일 기자단 오찬 간담회에서 "이제 하나은행과 외환은행의 통합을 논의해야 할 시점이 아닌가 생각한다"며 "(통합이) 우리에게 가장 중요한 때"라고 언급, 하나·외환은행의 조기통합 추진을 시사했다.

외환은행 노조는 그러나 김 회장의 발언이 합병 후 5년간 외환은행의 독립 경영을 약속한 2012년의 '2·17 합의'를 깬 것인 만큼 김 행장이 제안한 노사 협의에 응하지 않겠다고 맞섰다.

노조는 이날 성명에서 "김 행장의 메시지는 하나금융의 입장을 반복한 것으로, 큰 의미를 두지 않는다"며 애초 계획대로 오는 12일 서울역 광장에서 조기통합 반대 집회를 열겠다고 밝혔다.

(서울연합뉴스) 홍정규 기자 zheng@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