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경호의 ‘On the air, in the air’. 정석범 기자
김경호의 ‘On the air, in the air’. 정석범 기자
매 순간 끊임없이 쏟아지는 정보의 홍수 속에서 그것의 옳고 그름과 질적인 수준을 어떻게 가려야 할까. 잘못된 지식과 왜곡된 정보는 단순히 정보 유출에 그치는 게 아니라 개인의 희생과 엄청난 사회적 후유증을 야기하지만 해결책을 찾기는 쉽지 않다.

서울 서소문동 서울시립미술관에서 다음달 3일까지 열리는 ‘오작동 라이브러리’전은 정보 과잉과 불안정한 지식환경 속에서 갈수록 올바른 선택이 어려워지는 지식정보 사회의 ‘오작동’ 현상에 주목하고 그 대안을 모색하는 전시다. 서울시립미술관이 30~40대 젊은 작가들의 창작활동을 지원하기 위해 마련하는 격년제 프로그램 세마(SeMA) 블루전이다.

전시에 참여한 9명의 작가는 저마다 작품을 통해 나름대로 정보를 수집·가공하고 재배열해 대안적인 정보를 생산한다. 권죽희는 ‘fromthebooktothespace’에서 지식의 보고를 상징하는 브리태니커 백과사전을 국수 가락처럼 가늘게 절단한 뒤 뒤섞어 전혀 다른 모습으로 묘사했다. 이는 정보의 복제와 융합, 재배열을 통해 정보를 무한으로 확대 재생산하는 지식정보사회를 비유한 것이다.

김실비의 ‘목석과 당나귀들’은 많은 정보와 지식에 노출돼 있지만 여전히 목석과 같은 아둔함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는 정보사회 구성원의 무력감과 바람직한 지식의 구축 방법에 대해 의문을 제기한다. 또 서울 주재 이란 케이블 뉴스 방송국의 뉴스 카메라맨으로 일했던 김경호는 텔레비전을 탑처럼 쌓아올린 ‘On the air, in the air’에서 처음 제작한 뉴스가 재편집 과정을 통해 어떻게 왜곡·변형되는가를 실제 촬영 화면과 방송 화면의 대비를 통해 보여준다.

위키피디아가 다양한 정보 소스와의 링크를 통해 오류를 수정해 나가듯 작가들은 다양한 고려사항을 한데 결합(링크)해 보다 견고한 작품을 구축해 나간다. 시각적 정보와 지식이 축적된 전시 공간에 ‘오작동 라이브러리’라는 이름을 붙인 것은 그 때문이다. 그렇게 해서 오작동 라이브러리는 견고하게 작동하는 라이브러리로 나아간다.

전시는 관객에게도 오류를 최소화하라고 요구한다. 작가의 작품을 일방적으로 수용하기보다 여러 고려 사항과의 링크를 통해 작동 오류를 발견하고 자신만의 감상법을 견고하게 만들어 나갈 것을 권한다. 개별 전시작품에는 작가의 메시지와 함께 경기 성남시 샘물중학교 학생들의 비판적 감상평이 부착돼 있다. 미술관 측이 관객을 위해 마련한 또 하나의 ‘링크’인 셈. 관객은 두 가지 견해를 비교·종합(링크)함으로써 자신의 견해를 수정해 나갈 수 있는 것이다. (02)2124-8942

정석범 문화전문기자 sukbumj@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