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일 개봉하는 할리우드 SF 판타지 ‘혹성탈출: 반격의 서막’(감독 맷 리브스·사진) 종반부의 이 장면은 유인원이 인간보다 우월한 종족이 될 것임을 암시한다. 시저가 인간과의 관계를 주도하고 있기 때문이다. 말콤은 그저 시저의 행동을 따를 뿐이다. 앞서 유인원들은 말을 타고 총을 쏘면서 인간 마을을 습격해 관객에게 충격을 줬다.
이 영화는 유인원이 인간을 노예로 지배하는 사회를 그린 ‘혹성탈출’(1968년)의 두 번째 프리퀄(전편보다 시간상으로 앞선 이야기를 보여주는 속편)이다. 2011년 개봉한 ‘혹성탈출: 진화의 시작’에서 10년 후의 상황을 그렸다. 인간은 치명적인 바이러스로 멸종 위기에 봉착했고, 유인원은 지적 능력이 급성장하면서 숲속에서 공동체 무리를 형성해 살고 있다.
말콤은 고장난 수력발전소를 가동하려고 숲속으로 들어가면서 유인원 무리와 맞닥뜨린다. 말콤과 시저는 양측이 평화롭게 공존하는 방법을 모색하지만 강경파들로 인해 결국 충돌하고 만다.
이 영화는 암울한 미래를 통해 인간의 교만함에 대해 경고한다. 첫 편은 인간이 유인원에서 발전했다는 진화론을 근본적으로 뒤집었다. 여기서는 유인원을 하찮은 존재로 보고 방심한 인간들이 치명상을 입는다. 인간이 멸종 위기에 봉착한 것도 과학기술에 대한 맹신과 부작용에서 비롯됐다. 치매 치료제가 치명적인 바이러스로 변질되면서 대부분의 인간이 숨진 것이다.
영화에서는 무엇보다 유인원의 움직임과 표정을 사실적으로 잡아낸 뉴질랜드 웨타 디지털스튜디오의 기술력이 돋보인다. 유인원을 컴퓨터그래픽이 아니라 열대우림 지역에서 야외 촬영을 통해 구현했다. 모션캡처 장비를 착용한 배우들의 얼굴과 몸짓을 촬영해 소프트웨어로 옮겨 담아 3차원(3D) 유인원 모형에 디테일을 입혔다. 이로써 털과 피부, 눈빛 움직임 등을 실제 유인원처럼 보이도록 했다. 특히 털이 말랐을 때와 축축할 때, 흠뻑 젖었을 때의 질감과 움직임까지 비교할 수 있도록 표현했다.
유재혁 대중문화 전문기자 yooj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