항생제 써도 반응없는 '슈퍼 폐렴구균' 비상
국내 요양시설이나 병원에서 집단 생활을 해온 노인 환자에게서 기존 치료제(항생제)에 반응하지 않는 폐렴구균(슈퍼 박테리아·사진)이 세계 최초로 발견됐다.

삼성서울병원은 8일 강철인 감염내과 교수팀이 2011~2012년 병원을 찾은 폐렴구균 환자 510명을 조사한 결과 5명에게서 ‘광범위 항생제 내성 폐렴구균’이 발견됐다고 발표했다. 강 교수는 “이들 5명의 환자는 현재 폐렴구균 치료에 광범위하게 쓰이는 8종 항생제(페니실린·세파로스포린·매크로라이드·퀴놀린·클린다마이신·테트라사이클린·트리메소포림-설파메톡사졸·카바페넴)에 전혀 반응을 보이지 않았다”며 “이런 내성을 가진 사례는 세계에서 여태껏 보고된 적이 없다”고 말했다.

강 교수팀은 이 같은 내용을 미국 질병관리본부(CDC) 학술지에 최근 발표했다. CDC는 세계 최고 질병관리기관으로 국내 연구팀의 임상 결과를 ‘메인 주제’로 다루기는 이번이 처음이다.

폐렴구균은 폐렴을 유발하는 균으로 공처럼 둥글다고 해서 이런 이름이 붙여졌다. 폐렴구균 예방접종은 영유아와 65세 이상 노인을 대상으로 올해부터 무료로 시행 중이다. 폐렴구균이 3가지 이상 항생제에 반응하지 않으면 다제내성(多制耐性)이라고 한다.

이번에 발견된 슈퍼 박테리아 폐렴구균은 기존 치료법에 쓰이던 항생제에 전혀 반응하지 않았다. 폐렴구균 환자에게 잘 쓰이지 않는 반코마이신이나 리네졸리드 등 두 가지 항생제에만 미약한 반응을 보였다. 환자들은 평균 연령 71.8세의 노인들로 중풍과 같은 신경계 질환이나 운동장애를 앓고 있었다. 노인요양시설(3명)과 요양병원(2명)에서 장기간 항생제 치료를 받았다는 공통점이 있다.

한 환자는 입원 7일 만에 패혈증으로 숨질 정도로 병세 진행이 빨랐다. 오명돈 서울대병원 감염내과 교수는 “요양시설엔 감염내과 전문의가 없어 내성을 키울 수 있을 만큼 항생제를 많이 쓰고 있다면 국내 요양시설 전부가 폐렴구균 무풍지대가 될 수도 있다”고 우려했다.

이준혁 기자 rainbow@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