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물산이 4대강 공사의 입찰 담합에 대한 과징금을 취소하라며 공정거래위원회를 상대로 낸 소송에서 “정부가 담합을 알면서도 묵인·조장했다”고 주장한 것으로 전해졌다. 패소한 삼성물산은 판결에 불복해 대법원에 상고한 상태다.

8일 서울고등법원에 따르면 판결문에서 삼성물산은 2012년 9월 제기한 과징금 소송에서 “정부가 8개 건설사의 공동 행위를 알면서도 신속한 공사 시공을 위해 이를 묵인·조장했다”고 주장했다. 삼성물산은 “(정부가) 이명박 전 대통령의 임기 내에 4대강 공사를 마칠 수 있도록 다수 공구를 동시 발주함으로써 건설사들로 하여금 공동 행위를 할 수밖에 없는 상황을 조성하거나 묵인했다”고 지적했다. 특히 ‘이명박 전 대통령’을 언급한 건설사는 삼성물산이 유일하다.

이는 금강 1공구 등 13개 공구 등을 나눠 갖기로 합의했다가 과징금을 부과받은 나머지 7개 건설사가 공정위를 상대로 한 소송에서 주장한 내용과 차이가 있다. 현대건설은 “대규모 다기능 보를 설계할 수 있는 능력을 갖춘 설계 용역회사는 8개사에 불과해 애초 경쟁이 이뤄지기 어려운 조건이었다”면서도 정부를 직접 비판하지는 않았다. SK건설은 “건설업계의 경영 악화가 지속되는 사정을 고려해 달라”고 했고, GS건설은 “국책 사업의 성공적인 수행 등 국익에 기여한 점을 참작해 달라”고 선처를 호소했다.

이에 대해 삼성물산 측은 “작년 감사원의 4대강 감사 결과와 국회 법제사법위원회의 감사원 국정감사 과정에서 거론된 내용을 재판부에 제출한 것”이라며 “정부가 4대강 공사 담합을 묵인·조장했다고 주장한 적이 없다”고 해명했다. 법무법인이 재판 과정에서 제출한 소명 자료가 판결문에서 원고 측 주장으로 표기되면서 오해가 생겼다는 것이다. 법무법인 태평양이 삼성물산을 대리했다.

배석준 기자 euliu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