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산칼럼] '메기효과' 필요한 한국 경제
잘 알려진 이야기지만 ‘메기효과’는 항상 생각해 볼 만한 화두를 던진다. 미꾸라지만 있는 수조에서는 미꾸라지들이 활력을 잃고 잘 움직이지 않는다. 그런데 천적인 메기를 투입하면 미꾸라지들이 잡아먹히지 않으려고 피해다니느라 생기를 잃지 않으며 수조 안 분위기도 활성화된다는 것이다.

지금 한국 경제는 상당한 어려움에 봉착해 있다. 저금리, 저성장, 노령화 흐름이 고착화되고 있다. 자영업, 부동산, 가계부채로 대표되는 취약 부문도 단기에 치유하기 힘든 과제들이다. 금융산업은 더 큰 어려움에 직면해 있다. 금융업에 대한 부정적 인식이 심화되고 있고 은행, 증권, 보험 모두 수익성 저하로 재무건전성까지 위협받는 지경이다. 이런 상황을 타개하기 위해서는 ‘메기효과’ 방식의 처방을 고려할 필요가 있다. 노력만 하면 많은 ‘메기’를 발굴해 우리 경제에 투입할 수도 있다.

예를 들어 보자.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의 방한과 함께 한국은 한·중 자유무역협정(FTA) 연내 타결과 위안화 직거래 시장 개설 및 위안화 적격외국인투자자(RQFII) 지위를 획득했다. 후속조치를 잘 취한다면 이런 결과물들을 한국 경제를 위한 ‘메기’로 만들 수 있다. FTA 논의 과정에서 농산물시장을 중국에 추가 개방하는 대신 무공해 유기농 고급 농산물로 중국 시장을 거꾸로 공략할 수도 있다. 또 중국의 금융서비스 시장 개방조치를 얻어낸다면 금융사들의 중국 진출이 활성화되면서 추가적 성장 동력을 얻을 수 있다. 한·중 FTA 논의를 ‘메기’ 삼아 ‘판’을 바꾸게 되는 것이다.

원·위안 직거래시장과 RQFII 지위 획득도 ‘메기’가 될 수 있다. 위안화청산결제은행도 지정됐고 원·위안 통화스와프도 체결된 상황이다. 이를 잘 이용하면 한국은 위안화 역외금융허브 지위를 노릴 수 있다. 한국은 중국에 대해 흑자를 내는 몇 안 되는 국가 중 하나다. 대중 무역의 일정 부분이 위안화로 결제될 경우 한국 경제에 위안화가 쌓이게 된다. 이를 토대로 위안화 역외금융허브로서의 위상을 구축한다면 국제적으로 위안화가 달러에 버금가는 기축통화로 부상하게 될 때 수많은 새로운 비즈니스 기회를 잡을 수 있다.

중국이 최근 주도하고 있는 아시아인프라투자은행(AIIB) 가입이 한반도 통일 과정에서 ‘메기’역할을 할 수 있다는 점에서 심도 있는 논의를 해 볼 가치가 충분하다. 최근 통일 금융에 대한 논의에서는 북한의 개방을 이끌어내는 동시에 통일비용 부담을 줄이기 위해 북한을 국제금융기구에 가입하도록 유도하는 것이 효과적이라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문제는 세계은행이나 아시아개발은행 등에 대한 북한의 가입이 어렵다는 점이다. 그런데 만일 AIIB가 출범하고 나중에라도 북한이 이에 가입하게 된다면 이는 매우 의미가 있다. 이 경우 북한에 대한 개발지원을 더욱 체계화·다자화시킬 수 있다. 박근혜 대통령이 드레스덴 구상에서 제시한 동북아개발은행의 화두와 연계해 이 과제를 추진하는 것도 의미가 있다. AIIB 내에 북한 개발 전담기구를 설치하도록 하거나 북한 지원 전담 자회사를 만드는 경우 이 두 가지 구상은 서로 시너지가 생기며 유라시아 구상과 실크로드 구상의 접점을 찾을 수 있게 되는 것이다. 이 경우 중국이 AIIB를 통해 북한 지원을 하는 부분에 대해 한국이 관여할 통로를 마련할 수 있다는 점에서도 의미가 있다. 미국의 반대를 극복하는 게 관건이기는 하지만 이 과제는 북한 핵위협 감소와 통일이라는 화두의 추진에 ‘메기’ 역할을 할 수 있다는 점에서 좀 더 깊이 논의해 볼 필요가 있다.

한국 경제와 금융산업을 위해 크든 작든 다양한 시도와 논의가 이뤄져야 한다. ‘이건 이래서 안 되고 저건 저래서 안 된다’고 말로만 떠들고 비판만 하다가 앉은 채 시들어버리는 것보다는 일어서서 끊임없이 새로운 시도를 하는 것이 낫지 않겠는가. ‘판’을 개선하려는 노력과 함께 새로운 ‘판’을 짜려는 노력도 지속돼야 한다. 한국 경제와 금융산업 내에 수많은 ‘메기’를 만들어내고 투입함으로써 새로운 기회를 모색해야 할 때다.

윤창현 < 한국금융연구원장 chyun3344@daum.net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