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 & 포인트] 中企에 힘이 될 사업손실준비금제
조선 숙종 때 관리인 홍처량이 청풍부사로 내려가 있을 때의 일이다. 청풍은 궁벽한 산속에 있어서 매년 세금으로 들어오는 것이 적은 고을이었다. 하지만 홍처량이 비용을 절약해 재물을 저축한 결과 3년 후에 곡식 수천 곡(斛)을 얻을 수 있었고, 이것을 다른 창고에 저장해 두고 흉년이 들 때를 대비했다. 몇 년 후 실제로 큰 흉년이 닥쳤으나, 창고에 저장해 둔 곡식에 힘입어 온 고을이 구제받을 수 있었다. 목민심서의 진황육조 ‘비자(備資)’편에 나오는 이야기다.

현대를 살아가는 우리에게도 다산의 가르침은 시사하는 바가 크다. 경영자에게는 더욱 그러하다. 요즘처럼 경기 불안정성이 높고 비즈니스 사이클이 빠르게 바뀌는 경영환경에서는 오늘의 성공이 내일의 성공을 보장해주지 않는다. 기업 실적이 좋을 때 ‘비자’의 덕목을 실천한다면 향후의 어려움을 헤쳐 나갈 밑거름이 될 수 있을 것이다.

최근 논의되고 있는 사업손실준비금 손금산입제도는 기업이 이익의 일부를 미래에 발생할 손실에 대비해 손비로 인정되는 준비금으로 적립해 법인세를 이연시키도록 하는 세제지원제도다. 결손이 발생한 해에는 이를 적립된 준비금과 상계시키고 나머지는 5년 후 일시환입해 과세하기 때문에 과세이연은 물론 손익의 변동 폭을 낮춰 재무적 안정성을 높이는 효과가 있다.

규모가 작은 중소기업은 상대적으로 재무적 안정성이 취약하기 마련이다. 자금조달의 어려움, 연구개발 투자의 한계, 약한 시장지배력 등 태생적으로 불리한 위치에 있기 때문이다. 요즘은 경기침체, 원자재 가격 상승, 환율변동 같은 외부충격으로 인해 재무적 안정성이 더 큰 위협을 받고 있다. 이런 시점에서 사업손실준비금 손금산입제도의 부활이 논의되고 있다는 사실은 한국 경제를 든든하게 뒷받침하고 있는 중소기업들에 큰 힘이 될 것이 분명하다. 투자자 입장에서도 중소기업의 재무변동성이 완화되기 때문에 그만큼 투자의 안정성이 확대될 수 있어 유리하다.

약 200년 전 목민심서에 나온 ‘비자’의 지혜가 사업손실준비금 손금산입제도를 통해 되살아나 코스닥시장과 코넥스시장에 활력을 불어넣고, 이를 바탕으로 우리 경제가 더 힘찬 도약을 하게 되길 기대한다.

김원식 < 코스닥협회 상근부회장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