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켓인사이트 7월7일자 오후 2시 44분

[마켓인사이트] 롯데 후계구도 열쇠 'L제2·L제4…' 정체는?
롯데알미늄은 지난 7일 사업보고서 정정공시를 냈다. 최대주주명단에 ‘L제2투자회사’가, 주요 주주에 ‘광윤사’가 처음으로 올라왔다. L제2투자회사는 롯데상사에서 분리설립된 일본 회사이고, 광윤사는 신격호 롯데그룹 명예회장의 개인기업이다.

L제2투자회사는 한국 롯데그룹의 지주회사격인 호텔롯데의 지분 3.2%를 보유, 일본과 한국으로 나뉜 롯데그룹의 지배구조에서 중요한 고리 역할을 하고 있는 것으로 분석된다. 베일에 가려져 있는 롯데그룹 지배구조의 일단이 드러난 셈이긴 하지만, 계열사 간 정확한 지분구도는 여전 히 안갯속이다.

○L제2, L제4··· 의문의 회사들

L제2투자회사의 존재가 드러난 것은 금융감독원의 요구에 의해서다. 롯데알미늄은 그동안 ‘호텔롯데 등 한국 특수관계인들’이 최대주주라고 사업보고서 등에 기재해왔다. 금감원은 최근 정기보고서(분기·반기·사업보고서) 제출 기업은 최대주주와 최대주주의 간략한 현황을 밝혀야 한다는 법 규정을 들어 최대주주를 명확하게 기재해 정정보고서를 낼 것을 요구했다. 그 결과 일본의 L제2투자회사가 롯데알미늄 지분 34.92%를 보유한 단일 최대주주로 드러났다.

L제2투자회사의 소유주는 아직 밝혀지지 않고 있다. 그러나 L제2투자회사가 롯데그룹 지배구조의 정점에 있는 호텔롯데 지분 3.32%를 보유한 주요 주주라는 점에서 업계의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마켓인사이트] 롯데 후계구도 열쇠 'L제2·L제4…' 정체는?
호텔롯데는 신격호 총괄회장→광윤사→일본 롯데홀딩스→호텔롯데→주요 계열사로 이어지는 지배구조의 핵심 고리로 존재한다. 도쿄 신주쿠에 본사를 둔 일본롯데홀딩스가 지분 19.0%를 보유해 최대주주지만 L제4투자회사(15.6%), L제9투자회사(10.4%) 등 다른 정체불명 투자회사들이 78%에 달하는 지분을 들고 있다.

○후계구도 ‘안갯속’

롯데그룹은 신격호 명예회장의 장남인 신동주 일본롯데홀딩스 부회장이 일본의 계열사를, 차남인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이 한국의 기업을 맡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그러나 신동주 부회장이 작년부터 주요 계열사인 롯데제과 지분을 계속 사들이는 등 후계구도에 복잡한 기류가 흐르고 있기도 하다.

한국 롯데그룹의 최대 계열사인 롯데쇼핑은 신동빈 회장이 13.46%, 신동주 부회장이 13.45%를 각각 갖고 있다. 롯데제과는 롯데그룹의 모태기업이자 식품 계열사들을 거느린 중간 지주회사로 신동빈 회장이 5.34%, 신동주 부회장이 3.89%를 보유하고 있다. 신동주 부회장의 지분율은 지난해 7월 이후로만 0.41%포인트 높아지며 전운이 감돌고 있다. 여기에 L제2, L제4, L제9 등 소유주를 알 수 없는 특수목적회사들이 끼어 있는 게 드러나면서 후계구도의 큰 그림을 자신 있게 그리기 어려워졌다는 분석이다.

L제2투자회사 등 특수목적회사는 비상장기업으로서 소유주를 공개할 의무가 없다. 실소유주는 베일에 가려져 있고, 금융당국은 물론 롯데의 고위임원들도 실체를 모르고 있다는 게 정설이다.

호텔롯데 대주주에 대한 정보공개 압박이 강해지고 있긴 하다. 지난해 11월 일본 롯데홀딩스의 계열사와 재무현황이 처음 공개된 것도 금감원이 호텔롯데에 회사채신고서 정정을 요구한 결과였다.

투자은행(IB) 업계 관계자는 “호텔롯데가 대주주 정보공개 요구가 더 강해질 것을 우려해 공모회사채 발행을 피하고 있다”며 “특수목적회사까지 동원하는 것을 보면 상당 기간 지배구도가 드러나지 않을 수도 있다”고 말했다.

이유정/이태호 기자 yjle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