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도권 최대의 전통시장 중 하나인 구리시장에서 소비자들이 물건을 고르고 있다. 신경훈 기자 nicerpeter@hankyung.com
수도권 최대의 전통시장 중 하나인 구리시장에서 소비자들이 물건을 고르고 있다. 신경훈 기자 nicerpeter@hankyung.com
기온이 30도 이상 치솟은 지난 7일 낮 12시 무렵. 경기 구리전통시장 패션거리에 있는 음식점 ‘탕스냉면&국면’ 안은 손님들로 꽉 찼다. 6000원짜리 ‘탕스냉면’을 맛보려고 구리는 물론 서울, 하남, 안산, 수원 등 수도권 전역에서 몰려온 손님들이다. 평일에는 하루 600여명, 주말에는 700명이 넘는 사람이 이 식당을 다녀간다. 구리시 인창동에 사는 이은영 씨(35)도 이날 친구와 함께 이곳에서 냉면을 먹었다. 이씨는 식사 후 시장 메인 통로에 있는 ‘미소화장품’에서 선크림을 구입했다. 이어 ‘충남상회’에 들러 당근 양파 감자 호박 등 저녁 찌개거리를 1만원어치 샀다.

시장 먹여 살리는 스타 점포들

"맛집 찾아왔다 장도 보고 가요"…구리전통시장의 '맛있는 시너지'
전통시장에 자리잡은 대박 점포들이 소비자들을 시장으로 끌어들이는 효자 역할을 하고 있다. 박홍기 구리전통시장 상인회장(52)은 “대박 점포들은 자신은 물론 시장 전체를 살찌우는 전후방 효과를 낳기 때문에 시장 뒤쪽 후미진 골목을 통째로 먹자골목으로 꾸미는 방안도 고민하고 있다”고 말했다.

시장 전체를 살찌우는 스타 점포들은 음식점에 국한되지 않는다. 구리시장의 ‘모아의류’는 매장 크기가 429㎡(약 130평)로, 상품 종류가 3000여가지나 되는 대형 점포다. 한 달 매출이 2억원에 이른다. 옷가지를 사 든 쇼핑객들은 메인 통로 가운데를 차지한 노점상에서 떡볶이와 만두, 호빵 등을 사먹고 간다. 이규봉 모아의류 사장(51)은 “전통시장에서도 구리시장은 10~20대들이 무리지어 몰려오는 희귀한 사례에 속할 것”이라며 “이들이 인근 곱창골목과 메인 통로 분식집들을 먹여 살린다”고 했다.

"맛집 찾아왔다 장도 보고 가요"…구리전통시장의 '맛있는 시너지'
유박사 곱창’은 20여개 음식점이 몰려 있는 곱창골목의 대표 주자로 24시간 영업을 한다. 유경화 사장(54)은 “평일에는 600~700명, 주말에는 1000명 가까이 손님이 온다”며 “곱창을 먹은 뒤 가까운 시장통으로 이동해 물건을 사는 손님이 많다”고 말했다.

상인회도 시장 부흥 한몫

구리시장은 경기 동부 최대 가장 장사가 잘되는 전통시장 중 하나로 꼽힌다. 구리·남양주 일대를 아우르는 최적의 입지 조건을 갖춘 데다 먹거리 점포와 의류 가게들이 상권에 힘을 주고 있다. 박 회장은 “장사가 잘된다고 소문이 나서 메인 통로 점포들은 33㎡ 안팎의 매장 월세가 400만~500만원을 호가할 정도로 비싸다”고 전했다.

상인회 회장단의 리더십도 상권을 일으키는 데 일조하고 있다. 박 회장은 구리시와 중소기업청을 끈질기게 설득한 끝에 쇼핑객을 끌어오는 핵심 편의시설인 주차장을 마련했다. 구리시가 시유지를 제공하고 중기청이 시설비 44억원을 지원해 121대 규모의 주차장을 2012년 12월 완공했다.

지난해에는 문화관광형 시장에 선정돼 2015년 말까지 중기청 지원을 받아 다양한 마케팅 활동을 벌일 수 있는 기반이 마련됐다. 경상현 문화관광형시장 육성사업단장은 “라디오방송국과 야외무대를 통해 다양한 홍보 이벤트 활동을 하면서 구리시장을 찾는 시민이 늘어나고 있다”고 말했다.

강창동 유통전문기자 cdka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