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크라이나가 러시아에 갚지 않고 있는 가스대금 체납액이 약 53억 달러로 늘어났다고 러시아 국영가스 수출기업 가스프롬이 8일(현지시간) 밝혔다.

이타르타스통신 등에 따르면 알렉세이 밀레르 가스프롬 사장은 이날 기자회견에서 “우크라이나 가스수입업체 나프토가스가 어제까지 6월분 가스대금을 지불해야 했지만 아무런 돈도 받지 못했다”며 “6월 1~15일 공급분 17억㎥에 대한 미지급 대금이 8억3800만 달러이며, 지금까지 누적 체납액은 52억9600만 달러(약 5조3600억원)에 이르렀다”고 설명했다.

밀레르 사장은 “우크라이나 측이 대금을 지불하지 않고 있는 가스 공급분은 모두 115억3500만㎥로 이는 러시아의 폴란드에 대한 연간 가스 수출 규모 와 맞먹는 엄청난 양”이라고 지적했다.

러시아는 크림 병합 등으로 갈등을 겪고 있는 우크라이나에 대한 압박 수단으로 지난 4월부터 가스 공급가를 80% 이상 인상했다. 그전까지 1000㎥당 268달러였던 가스가격을 485달러로 크게 올렸다.

이에 우크라이나는 가스 가격을 할인하고 2009년 체결된 불합리한 장기 가스공급계약을 갱신해야 한다고 요구하면서 가스 대금 지급 을 미뤄왔다. 유럽연합(EU)의 중재로 몇 차례 열린 러시아와 우크라이나 간 가스공급 협상도 끝내 성과를 내지 못했다.

우크라이나가 러시아 가스의 평균 유럽 수출가인 1000㎥당 380~390달러보다 훨씬 낮은 가격을 제시한 데 대해 러시아가 거부 입장을 밝히면서 협상이 무산됐다. 그러자 러시아는 지난달 16일부터 우크라이나가 미리 지불한 대금에 해당하는 양만큼의 가스만 공급하는 선불공급제를 채택하고 곧바로 우크라이나에 대한 가스공급을 중단했다. 우크라이나는 지하저장고에 모아둔 가스를 빼내쓰면서 동시에 유럽국가들이 러시아에서 수입한 가스를 역수입해 사용하며 버티고 있다.

한편 알렉산드르 노박 러시아 에너지부 장관은 우크라이나, EU와의 가스 협상 재개를 위해 다음 주 귄터 외팅어 EU 에너지 담당 집행위원을 만날 예정인 것으로 알려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