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율 스트레스에 수출株 이익 '홀쭉'
원화 강세가 증시에서도 ‘우려’를 넘어 ‘공포’로 치닫고 있다. 가장 먼저 2분기 실적을 공개한 삼성전자의 영업이익이 전 분기보다 15% 이상 감소한 7조2000억원에 그침에 따라 다른 대형 수출주도 어닝쇼크 공포감에 휩싸이고 있다. 환율로 인한 손실이 생각했던 것보다 클 수 있다는 의미다.

연말부터 미국에서 금리 인상 논의가 시작돼 달러화가 강세로 전환되면 원화값이 안정을 찾을 것이라던 종전의 시나리오가 힘을 잃고 있다.

◆현실로 다가온 달러당 900원 시대

미래에셋증권은 9일 올해 평균 원·달러 환율 전망치를 1060원에서 1028원으로, 2015년 전망치는 1055원에서 995원으로 낮췄다. 환율 전망치가 바뀌면서 수출주들의 이익 전망이 동시에 나빠지고 있다. 당초 3조1250억원으로 예상됐던 기아차의 올해 이익 전망치는 2조7560억원으로 11.8% 떨어졌다. 2015년 이익 전망치 하락 폭은 이보다 큰 14.8%에 달한다. 박인우 미래에셋증권 연구원은 “증권사의 공식 환율 전망치 조정에 앞서 환율에 민감한 자동차 업종에 새로운 환율 전망을 적용했다”며 “원화 강세 장기 지속을 전제로 자동차 업종을 바라봐야 할 때”라고 말했다.

다른 금융투자업체도 원화 강세 국면이 지속된다는 쪽으로 의견을 바꾸고 있다. 현대증권은 지난해 말 1030원이었던 연평균 원·달러 환율 전망치를 올해 초 1020원으로 바꾼 데 이어 지난달 1010원으로 다시 한번 의견을 변경했다. 삼성선물 역시 최근 원·달러 환율 밴드 하단을 1000원에서 980원으로 낮췄다.

정미영 삼성선물 리서치센터장은 “금리 인상에 대한 미국 중앙은행(Fed)의 태도가 소극적으로 바뀐 데다 유럽 중앙은행도 돈을 풀기 시작했다”며 “당분간 환율의 방향이 바뀌기는 어려워 보인다”고 말했다. 이어 “27개월 연속 경상수지 흑자 행진이 이어지며 달러 유입이 늘어난 데다 정부의 환율 방어 의지가 예전같지 않다는 점도 원화값 상승을 부추기는 요인”이라고 설명했다.

◆달러 자산 투자 ‘적신호’

외국계 증권사들도 원화 강세 장기화를 점치고 있다. 바클레이즈의 향후 6개월 원·달러 환율 전망치는 1010원이며 향후 1년 전망치는 1000원이다. 모건스탠리는 내년 환율 전망치를 950원까지 낮춰잡았다. 박찬익 바클레이즈 전무는 “한국은 글로벌 경기 사이클과 관계없이 경상수지 흑자를 낼 수 있는 경제체질”이라며 “950~970원 정도를 적정 환율로 봐야 한다”고 말했다. 다른 외국계 증권사 임원도 “채권시장으로 들어오는 달러화가 상당하다는 점을 감안하면 원화값은 쉽게 떨어지지 않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전문가들은 최근 급변한 환율 전망을 감안, 투자 계획을 재점검할 필요가 있다고 조언했다. 한 증권사 프라이빗뱅커(PB)는 “원화 약세 전환을 예상해 달러 자산에 투자했다가 환손실을 입을 수 있다”며 “1~2년 내 쓸 곳이 정해져 있는 단기 자금을 달러 자산에 투자하는 것은 삼가야 한다”고 말했다.

송형석/강지연/윤정현 기자 click@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