분리과세 하이일드펀드 설정액이 출시 석 달여 만에 5000억원을 돌파했다. 분리과세 혜택보다는 펀드 내 편입자산인 공모주 ‘10% 우선 배정 효과’가 인기 비결이다. 그러나 이 펀드에 투자자금이 몰리면 펀드별로 받아갈 수 있는 공모주 물량이 줄고, 기대수익률도 낮아질 수밖에 없다고 전문가들은 지적했다.

◆‘공모주 효과’ 희석 우려

출시 석달 만에 5000억 넘게 몰렸지만…웃지 못하는 분리과세 하이일드펀드
지난 7일 기준 금융투자협회 집계에 따르면 70개 분리과세 하이일드펀드 전체 설정액은 5635억원으로 나타났다. 지난 4월 관련 펀드가 출시된 이후 석 달여 만에 5000억원 넘는 뭉칫돈이 몰린 것이다.

분리과세 하이일드펀드는 자산의 30% 이상을 신용등급 BBB+ 이하 비우량채권이나 코넥스 주식으로 담아야 한다. 그럼에도 투자자가 몰리는 이유는 공모주 우선 배정 혜택 때문이다. 기업공개(IPO)에 나서는 공모주의 10%를 우선 배정받을 수 있어 하반기 공모주 시장을 공략하려는 투자자가 이 펀드로 몰리고 있다.

하지만 펀드 설정액이 커지는 만큼 펀드당 배정받을 수 있는 공모주 수는 줄게 된다. 손석찬 KTB자산운용 상품개발팀장은 “최근 실시한 화인베스틸 청약에서는 분리과세 하이일드펀드가 경쟁적으로 나서지 않아 일반 공모주펀드 대비 많은 물량을 받을 수 있었다”며 “이달 공모 예정인 쿠쿠전자부터는 펀드 내 배정 물량이 크게 줄어들 것”이라고 말했다. 이민홍 한국투자증권 상품전략부 팀장은 “분리과세 하이일드펀드는 연말까지 가입할 수 있는 한시적 상품이고, 어느 정도 투자 수요를 채운 것으로 보인다”며 “일정 규모를 넘어서면 추가 판매를 중단할 것”이라고 말했다.

◆장기 투자엔 공모펀드가 유리

현재 설정된 분리과세 하이일드펀드는 70개로 ‘흥국분리과세하이일드(채권혼합)’와 ‘KTB공모주하이일드분리과세(채권혼합)’ 2개를 제외하면 68개 모두 사모형이다.

전문가들은 공모, 사모펀드의 장단점을 잘 따져본 뒤 선별 투자하라고 입을 모았다. 사모 분리과세하이일드펀드는 짧은 기간 고수익을 원하는 고액 자산가에게 유리한 상품으로 평가받는다. 68개 사모 펀드(7일 기준) 만기는 대부분 1년~1년2개월이다. 공모주 종목당 투자 비중은 전체 펀드자산의 10%로 제한되는 공모 펀드와 달리 사모 펀드는 20%까지 투자할 수 있다. 따라서 사모 펀드 운용사들은 1년 내 IPO하는 우량주를 선별, 집중 투자하는 전략을 구사할 계획이다. 단 펀드 만기와 규모를 고려해 하이일드채권은 한두 종목만 편입할 것으로 알려졌다. 따라서 하이일드 채권 미상환 리스크(위험)는 공모 펀드보다 클 수 있다는 지적이다.

공모 펀드는 내년 하반기부터 공모주 10% 우선배정 효과가 극대화될 것으로 전망된다. 사모 펀드가 청산되거나 설정액이 줄면 그만큼 할당받는 공모 물량이 늘어날 수 있어서다.

안상미/황정수 기자 sarami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