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천당, 인공눈물…환인, 신경정신계 의약품…'특화藥' 효과 본 중소제약株, 기운 넘치네
정부의 리베이트 규제 강화 등 영업환경 변화로 올해 제약업체 주가가 전반적으로 약세지만 중소형 제약사들은 선전하고 있다. 대형사들이 강력한 리베이트 규제 등에 부딪혀 주춤하는 사이 삼천당제약, 환인제약 등 중소형 제약사들은 틈새를 파고드는 특화 전략으로 몸값을 높였다.

9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삼천당제약 주가는 올 들어서만 111% 뛰었다. 이날 장중엔 9900원까지 오르며 사상 첫 1만원대 진입을 코앞에 두고 있다.

삼천당제약의 ‘비밀 병기’는 인공눈물을 생산하는 자회사 디에이치피코리아다. 디에이치피코리아는 국내에서 유일하게 일회용 인공눈물 생산시설을 보유하고 있다. 삼천당제약은 200억원을 투자해 2012년 이 회사 지분 80%를 인수했다. 전자기기 사용이 많아지고 라식 라섹 등 안과수술이 늘면서 연간 3000억원 규모인 인공눈물 시장은 더욱 커질 것으로 예상된다.

최석원 신한금융투자 연구원은 “디에이치피코리아의 인공눈물 매출이 연평균 31% 늘어날 전망”이라며 “삼천당제약 영업이익에 대한 기여도는 지난해 43%에서 2016년엔 56%로 높아질 것”이라고 말했다.

환인제약은 우울증 같은 신경정신계 의약품에 특화했다. 이 회사 주가는 연초 대비 43% 올랐다. 정홍식 한화투자증권 연구원은 “환인제약은 전체 매출의 71%가 정신신경용제 의약품”이라며 “고령화로 우울증 및 치매성질환이 증가하면서 올해 매출 1203억원, 영업이익 220억원의 사상 최대 실적 달성이 예상된다”고 말했다.

‘레모나’ 브랜드로 잘 알려진 경남제약도 올 들어 71% 올랐다. 이달엔 최근 1년 내 최고가도 경신했다. 올해 레모나 모델로 영입한 배우 김수현 효과로 중국 관광객을 대상으로 한 매출 증가가 부각됐다. 경남제약 판매 품목 중 비타민군이 차지하는 매출 비중은 56%에 이른다.

이정기 하나대투증권 연구원은 “올해 중국 관광객이 구매하는 레모나에스산의 매출이 전년 동기 대비 30% 이상 증가했다”며 “덕분에 올 한 해 매출은 370억원으로 13%, 영업이익은 44억원으로 740% 증가할 것으로 예상한다”고 말했다.

이 밖에 근화제약은 지난 3일 최대주주인 알보젠이 한화의 드림파마 인수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되면서 합병 시너지 효과에 대한 기대로 주가가 22% 상승했다. 지난해 근화제약의 매출 규모는 708억원이었지만 드림파마(930억원)와 합치면 제약업계 20위권에 진입한다.

반면 연간 매출 규모가 6000억원 이상인 상위권 대형 제약사들의 주가는 힘을 못 받고 있다. 지난해 매출 기준 국내 1위 제약사인 유한양행 주가는 올 들어 4% 떨어졌다. 한미약품은 13%, 대웅제약은 28% 하락했다. 불법 리베이트를 제공하다 두 번 이상 적발되면 보험급여에서 퇴출되는 ‘리베이트 투아웃제’의 하반기 시행이 영향을 미쳤다. 내수시장에서 한계가 확인되면서 신약을 앞세운 해외 진출 성과에 기대를 걸고 있다.

김미현 동양증권 연구원은 “비용을 줄이려는 노력으로 대형 제약사들의 2분기 실적은 전년 대비 소폭 증가하는 등 나쁘지 않을 것”이라며 “다만 규제와 내수 부진 등으로 악화되는 국내 영업환경과 중국, 미국 등으로의 수출 감소가 중장기 성장성에 대한 우려를 키우고 있다”고 말했다.

윤정현 기자 hit@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