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기의 경제 '해법 찾기'] '선도기업 딜레마' 극복 나선 삼성
삼성전자가 2년 만에 처음으로 7조원대 초반으로 떨어진 2분기 영업이익을 발표한 다음날인 9일 아침 삼성그룹 주요 사장단 40여명은 삼성 서초사옥에서 ‘선도 기업의 딜레마와 극복 전략’을 주제로 특강을 들었다. 삼성전자를 비롯 전자 계열사의 위기 타개책을 모색하기 위한 자리였다.

두 달째 입원 중인 이건희 삼성 회장의 장기 부재 속에 삼성전자를 글로벌 1등으로 이끈 주역인 ‘갤럭시 신화’가 위기에 처하자 삼성 사장단은 이날 “더 열심히 뛰겠다”고 다짐했다. 삼성은 당장 비상경영체제에 돌입하고 새로운 성장을 견인할 돌파구 마련에 나섰다.

◆비장한 삼성 사장단

삼성그룹 사장단은 이날 한결같이 굳은 표정으로 출근했다. 지난 2분기 갤럭시 스마트폰 판매에 빨간불이 켜지며 영업이익이 7조2000억원에 그치는 ‘어닝 쇼크’를 기록한 데 따른 것이다. 사상 최대 영업이익을 낸 지난해 3분기의 10조1000억원과 비교하면 불과 9개월 새 이익이 3조원 가까이 빠졌다.

권오현 삼성전자 부회장은 출근길에 기자들과 만나 “앞으로 잘해야죠”라며 각오를 다졌다. 삼성전자 반도체 부문 총괄인 김기남 사장 역시 ‘시스템LSI 부문이 여전히 부진하냐’는 질문에 “열심히 해야죠”라고 답했다. 삼성전자 최고재무책임자(CFO)인 이상훈 사장도 딱딱하게 굳은 얼굴로 출근했다.

삼성 사장단은 서초사옥 39층 대회의실에서 이호욱 연세대 교수의 특강을 들었다. 경영전략 전문가인 이 교수는 특강에서 “초우량 기업들이 무너지는 이유는 자기 분야에서의 성공 체험에 매몰돼 자신이 하는 일이 옳고, 자신의 기술과 시장이 가장 중요하다는 생각을 하게 돼 파괴적 혁신, 지속적 혁신을 하지 못하기 때문”이라고 조언했다.

◆사업재편 가속화

삼성은 비상경영체제를 전격 가동하고 미래 먹거리를 찾는 데 더욱 박차를 가하기로 했다. 이 회장의 장기 입원에도 차질없이 사업재편 작업을 벌여온 만큼 건설 부문 등에서 추가로 사업재편에 나설 예정이다. 삼성은 올 들어서만 삼성SDS와 삼성에버랜드 상장, 삼성SDI와 제일모직 합병 등 굵직굵직한 사업재편과 지배구조개선 작업을 해왔다.

이 회장의 공백이 장기화하는 것은 적잖은 부담이다. 삼성 미래전략실의 이준 커뮤니케이션팀장은 “(이건희 회장이) 서서히 호전되고 있다”고 말했다.

삼성 사장단과 미래전략실 팀장들은 여름휴가를 대부분 반납할 것으로 보인다. 하반기 경영대책 마련이 시급하기 때문이다. 그룹 관계자는 “계열사별로 단기적으로 수익을 개선할 수 있는 방안 마련에 착수했다”고 말했다.

◆신형 스마트폰으로 반격

삼성전자는 이르면 이달 새로운 스마트폰 제품을 내놓는다. 3분기 실적을 끌어올리기 위해서다. 갤럭시S5와는 디자인 등이 전혀 다른 제품을 선보일 것으로 전해졌다. 2분기 실적이 크게 악화하자 새로운 제품 라인을 추가한 것이다.

다른 대기업도 동병상련의 위기감 속에 삼성이 어떻게 위기를 타개해갈지 예의주시하고 있다. 유환익 전국경제인연합회 산업본부장은 “삼성이 서비스 의료 보건 등 새로운 먹거리에 과감하게 투자해 위기를 헤쳐나간다면 성장동력을 찾지 못해 어려움을 겪고 있는 다른 기업에 본보기가 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박영태/전설리 기자 pyt@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