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2~3인 가구 늘면서 "59㎡도 충분히 살만해"
투자자도 월세 받기 좋고 처분 쉬운 소형평수 찾아
"시장 침체 장기화 우려"
○중산층 아파트 전용 84㎡→59㎡
올 1분기 서울 잠실동 엘스 아파트 전용 84㎡(1층)가 7억9000만원에 팔렸다. 같은 단지 전용 59㎡는 14층 로열층이긴 하지만 이보다 훨씬 높은 8억500만원에 거래됐다. 2~3년 전엔 최저가 84㎡와 최고가 59㎡ 아파트 간 가격 차이가 9000만원 이상이었다. 잠실동 골드공인 관계자는 “실거주자들은 주거여건에 민감해 같은 면적이라도 층과 향, 동과 지하철과의 거리에 따라 집값 차이가 커졌다”면서도 “20평형대 가격이 30평형대를 넘어서는 건 몇 년 전만 해도 볼 수 없었던 일”이라고 말했다.
서울 주요 단지의 평균 매물 가격의 격차도 줄어들고 있다. 서울 공덕동 공덕래미안4차 전용 59㎡는 2012년 4억5000만원에 거래됐지만 지금은 5억원을 호가하는 반면 6억2000만원에 거래된 전용 84㎡는 6억1000만원으로 내려 가격 차이가 1억1000만원으로 좁혀졌다. 전농동 전농SK뷰 단지는 2010년 6월 전용 84㎡와 59㎡의 평균 거래가격이 각각 3억7000만원, 2억6000만원이었다. 4년이 지난 지난달 전용 84㎡는 여전히 3억7000만원에 거래됐지만 59㎡는 3000만원 오른 2억9000만원에 거래됐다. 박경숙 SK뷰공인(전농동) 대표는 “거래가 끊긴 건 아니지만 84㎡는 최근 3억5000만원에도 거래가 되지 않았다”며 “실수요자뿐만 아니라 투자자들도 월세 받기가 좋고 처분하기도 쉬운 작은 평수를 주로 찾는다”고 전했다. ○1인 가구보다 적은 4인 가구
전용 84㎡ 아파트의 상승세가 꺾인 것은 정부의 전세 임대소득 과세 방침에 따른 투자 심리 위축과 비수기라는 계절적 요인이 겹친 탓으로 분석되고 있다.
최근 도심에 있는 전용 59㎡ 재건축 아파트 청약을 준비하는 김민찬 씨(33)는 “집을 사려면 빚을 내야 하는데 직장과 가까운 곳의 84㎡ 가격은 예산 범위를 넘고 집값이 6억원을 넘으면 대출도 어렵다”며 “경제적 여유가 더 생겨도 지금 사는 마장동보다 입지가 좋은 곳의 59㎡를 사고 싶지 이곳에서 집을 넓힐 생각은 없다”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근본적으로 중형 아파트의 주요 수요층인 4인 가구가 줄어드는 게 전용 84㎡ 약세 원인이라고 지적한다. 함영진 본부장은 “2005년 91만여가구이던 서울 4인 가구 수가 2010년 81만여가구로 줄어들었으며 최근 감소세가 계속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이에 반해 서울 1인 가구 수는 계속 늘어 90만가구를 넘었으며 2~3인 가구도 160만여가구에 이르고 있다.
최근 아파트 공급이 늘어나는 가운데 물량 비중이 가장 높은 84㎡의 약세는 주택시장 전체의 침체를 불러올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올해 서울에서 공급됐거나 분양 예정인 아파트 중 59㎡ 이하는 5469가구인 반면 60~84㎡는 9164가구에 이른다. 허윤경 건설산업연구원 연구위원은 “서울은 지방에 비해 집값이 상대적으로 높고 시세 하락에 대한 부담도 크기 때문에 2~3인 가구가 84㎡ 아파트 구입을 망설이고 있다”며 “정부의 수요 진작 정책이 시기를 놓치면 시장 침체가 장기화할 수 있다”고 말했다.
이현일 기자 hiuneal@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