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지역 전용 84㎡ 아파트와 전용 59㎡ 아파트 간 가격차가 계속 좁혀지고 있다. 서울 잠실동 엘스 아파트는 지난 5월 저층 84㎡ 아파트와 로열층 59㎡ 거래가격 격차가 1500만원으로 줄어들었다. 한경DB
서울 지역 전용 84㎡ 아파트와 전용 59㎡ 아파트 간 가격차가 계속 좁혀지고 있다. 서울 잠실동 엘스 아파트는 지난 5월 저층 84㎡ 아파트와 로열층 59㎡ 거래가격 격차가 1500만원으로 줄어들었다. 한경DB
“중산층 아파트가 옛 32평형에서 25평형으로 옮겨가고 있다.” 중산층 대표 주택으로 꼽히는 전용 84㎡(옛 32평형) 아파트 시장이 흔들리면서 부동산 전문가들 사이에선 이 같은 분석이 힘을 얻고 있다. 실제 서울 지역 전용 84㎡ 아파트와 전용 59㎡(옛 25평형) 아파트 간 가격차가 계속 좁혀지면서 일부 단지에선 가격이 역전되는 사례도 나오고 있다. 함영진 부동산114 리서치센터장은 “2008년 금융위기 이후 40평형대(전용 110㎡) 이상 아파트 값이 크게 떨어지면서 일부 단지 40평대 집값이 30평대보다 낮아진 일은 있었으나 국내 아파트 대표선수 격인 30평형대가 20평형대와 역전되는 것은 이례적”이라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단기적인 원인으로 투자심리 위축을, 근본적인 원인으로는 4인 가구 수 감소 추세를 지적했다.

○중산층 아파트 전용 84㎡→59㎡

올 1분기 서울 잠실동 엘스 아파트 전용 84㎡(1층)가 7억9000만원에 팔렸다. 같은 단지 전용 59㎡는 14층 로열층이긴 하지만 이보다 훨씬 높은 8억500만원에 거래됐다. 2~3년 전엔 최저가 84㎡와 최고가 59㎡ 아파트 간 가격 차이가 9000만원 이상이었다. 잠실동 골드공인 관계자는 “실거주자들은 주거여건에 민감해 같은 면적이라도 층과 향, 동과 지하철과의 거리에 따라 집값 차이가 커졌다”면서도 “20평형대 가격이 30평형대를 넘어서는 건 몇 년 전만 해도 볼 수 없었던 일”이라고 말했다.

서울 주요 단지의 평균 매물 가격의 격차도 줄어들고 있다. 서울 공덕동 공덕래미안4차 전용 59㎡는 2012년 4억5000만원에 거래됐지만 지금은 5억원을 호가하는 반면 6억2000만원에 거래된 전용 84㎡는 6억1000만원으로 내려 가격 차이가 1억1000만원으로 좁혀졌다. 전농동 전농SK뷰 단지는 2010년 6월 전용 84㎡와 59㎡의 평균 거래가격이 각각 3억7000만원, 2억6000만원이었다. 4년이 지난 지난달 전용 84㎡는 여전히 3억7000만원에 거래됐지만 59㎡는 3000만원 오른 2억9000만원에 거래됐다. 박경숙 SK뷰공인(전농동) 대표는 “거래가 끊긴 건 아니지만 84㎡는 최근 3억5000만원에도 거래가 되지 않았다”며 “실수요자뿐만 아니라 투자자들도 월세 받기가 좋고 처분하기도 쉬운 작은 평수를 주로 찾는다”고 전했다.
○1인 가구보다 적은 4인 가구

전용 84㎡ 아파트의 상승세가 꺾인 것은 정부의 전세 임대소득 과세 방침에 따른 투자 심리 위축과 비수기라는 계절적 요인이 겹친 탓으로 분석되고 있다.

최근 도심에 있는 전용 59㎡ 재건축 아파트 청약을 준비하는 김민찬 씨(33)는 “집을 사려면 빚을 내야 하는데 직장과 가까운 곳의 84㎡ 가격은 예산 범위를 넘고 집값이 6억원을 넘으면 대출도 어렵다”며 “경제적 여유가 더 생겨도 지금 사는 마장동보다 입지가 좋은 곳의 59㎡를 사고 싶지 이곳에서 집을 넓힐 생각은 없다”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근본적으로 중형 아파트의 주요 수요층인 4인 가구가 줄어드는 게 전용 84㎡ 약세 원인이라고 지적한다. 함영진 본부장은 “2005년 91만여가구이던 서울 4인 가구 수가 2010년 81만여가구로 줄어들었으며 최근 감소세가 계속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이에 반해 서울 1인 가구 수는 계속 늘어 90만가구를 넘었으며 2~3인 가구도 160만여가구에 이르고 있다.

최근 아파트 공급이 늘어나는 가운데 물량 비중이 가장 높은 84㎡의 약세는 주택시장 전체의 침체를 불러올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올해 서울에서 공급됐거나 분양 예정인 아파트 중 59㎡ 이하는 5469가구인 반면 60~84㎡는 9164가구에 이른다. 허윤경 건설산업연구원 연구위원은 “서울은 지방에 비해 집값이 상대적으로 높고 시세 하락에 대한 부담도 크기 때문에 2~3인 가구가 84㎡ 아파트 구입을 망설이고 있다”며 “정부의 수요 진작 정책이 시기를 놓치면 시장 침체가 장기화할 수 있다”고 말했다.

이현일 기자 hiuneal@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