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제베도 WTO 사무총장 "한국, 쌀 개방 미루면 대가 치러야"
한국이 쌀 시장 개방을 미루려면 이해 당사국들에 보상을 해야 한다고 호베르토 아제베도 세계무역기구(WTO) 사무총장(사진)이 밝혔다.

아제베도 총장은 10일 언론 인터뷰에서 올해 말 종료되는 쌀 관세화(쌀 시장 개방) 유예를 연기하는 방안에 대해 “(그렇게 하려면) WTO 회원국들과 추가 유예기간 및 이해 당사국들에 대한 보상에 관해 협상을 벌여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한국이 관세화 추가 유예를 선택할 경우 부담해야 할 보상에는 쌀 이외 다른 수입품목에 대한 관세 인하, 쌀이나 여타 품목에 대한 저율관세할당(TRQ) 물량 증대 등이 포함된다”고 덧붙였다.

이 같은 발언은 한국이 쌀 시장을 개방하지 않으면 현재 연간 40만9000t 수준인 쌀 의무수입물량을 대폭 늘리는 등 부담을 떠안아야 한다는 점을 분명히 한 것으로 풀이된다. 앞서 필리핀은 지난달 WTO로부터 쌀 시장 개방을 5년 더 연장받는 대가로 쌀 의무수입물량을 2.3배 늘리고 쌀 이외 다른 품목을 추가 개방하기로 했다.

아제베도 총장은 “한국의 쌀 관세화 의무는 현재 진행 중인 도하개발아젠다(DDA) 협상과 관계없이 WTO 농업협정에 따라 이행돼야 한다”며 “농업협정 부속서에 앞으로 관세화 유예를 더 연장할 수 있다는 규정은 없다”며 “쌀 관세화는 한국이 약속했던 의무”라고 강조했다.

하지만 국내 일부 농민단체와 전문가들은 DDA 협상이 아직 타결되지 않은 점 등을 들어 쌀 의무수입물량을 현 수준에서 동결하면서 관세화 유예의 재연장 협상이 가능하다고 주장하고 있다. 이미 한 차례 쌀 관세화를 연장한 한국은 오는 9월까지 쌀 관세화 여부에 대한 방침을 WTO에 통보해야 한다.

한국의 연간 쌀 의무수입물량은 2005년 20만5000t에서 올해 40만9000t까지 늘었다.

김재후 기자 hu@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