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유무역협정(FTA) 체결과 쌀 관세화를 통한 농산물 시장 개방 확대에 따라 쌀 양파 마늘 등의 농산물 가격이 급락할 경우 피해 농가들의 소득을 보전할 수 있는 길이 열린다. 정부는 이를 위해 ‘농업 수입보장보험’ 제도를 도입하기로 했다.

농림축산식품부 고위 관계자는 10일 “다음주 중 쌀 관세화(시장 개방)를 공식 선언하면서 농업 수입보장보험제도를 포함한 쌀 산업 발전대책을 함께 발표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수입보장보험은 농가의 농산물 품목별 수입을 일정 부분 보장해주는 제도로 미국 캐나다 등에선 이미 활성화돼 있다. 13년 전 도입된 농작물 재해보험은 자연재해로 인해 농산물 수확량이 줄어들 경우 보험금을 지급하지만 수입보장보험은 수확량 감소뿐 아니라 가격 하락에 따른 피해도 보전해준다.

농식품부 관계자는 “풍작에도 가격 폭락으로 인해 농가 수입이 감소하는 풍년의 역설이 지속되고 있는 데다 개방 확대에 따라 농업 불안정이 더 깊어질 수 있다”며 “농산물 가격 하락 위험을 효율적으로 관리할 수 있는 수단인 수입보장보험이 절실한 상황”이라고 말했다.

농식품부는 한국식 수입보장보험 보장률을 과거 5년간 기준수익의 60~85% 수준으로 설계하고 있다. 보험료의 절반은 국비, 25% 안팎은 지방비로 지원해 농민 부담을 최소화하는 방향으로 추진하고 있다. 중복 지원을 막기 위해 재해보험과 수입보장보험에 동시 가입하는 것은 허용하지 않기로 했다. 대신 기준수입의 일정 부분만 보장하는 ‘기본형’과 함께 재해보험과 수입보장보험을 합친 ‘추가보장형’ 상품으로 준비하고 있다.

농식품부는 지난 8년간 양파 오이 포도 배추 등에 대해 수입보장보험의 효과를 모의실험한 결과 농가 수입 안정 효과가 큰 것으로 나타났다고 설명했다. 특히 가격 변동이 극심한 배추의 경우 수입보장보험 가입 농가는 가입하지 않은 농가보다 소득이 27.4% 많은 것으로 조사됐다.

농식품부는 우선 내년 3개 품목에 한해 시범사업을 거친 뒤 이르면 내후년 본사업으로 확대하겠다는 방침이다. 3개 품목은 아직 확정하지 않았다. 현재는 NH농협손해보험을 보험사로 지정해 1500개 농가 11개 품목에 대해 2차 도상연습을 실시하고 있다. 내년 수입보장보험 시범사업에 사용할 예산으로는 46억원을 책정해 예산당국과 협의하기로 했다. 농어업재해보험법 개정으로 근거법령도 만든다.

다만 본사업까지는 적지 않은 예산이 소요될 것으로 예상된다는 점이 걸림돌이다. 현재 51개 품목에 적용되는 재해보험 수준으로 본사업을 실시하게 되면 연간 5000억원에 이르는 예산이 필요할 것으로 추산된다.

농식품부 관계자는 “수입보장보험에 따른 생산자와 소비자 편익을 감안할 때 비용 대비 효과가 큰 것으로 분석됐다”며 “단계적으로 수입보장보험 품목을 확대하는 방안을 계획하고 있다”고 말했다.

■ 농업 수입보장보험

농산물의 수확량 감소나 가격 하락으로 농가 수입이 일정 수준 이하로 줄어들지 않도록 보장하는 보험. 일정 보험료를 내면 과거 5년간 평균 수확량과 평균 가격을 곱한 기준수입의 60~85%(농민 선택)를 보장해준다. 보험료 절반은 중앙정부가, 25% 안팎은 지방자치단체가 지원하는 방식으로 설계된다.

세종=조진형 기자 u2@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