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27일 CJ오쇼핑이 진행한 란제리 생방송 모습. CJ오쇼핑 제공
지난달 27일 CJ오쇼핑이 진행한 란제리 생방송 모습. CJ오쇼핑 제공
지난달 27일 밤 10시40분 서울 논현동 임피리얼팰리스호텔 야외 수영장에 조각 같은 몸매를 자랑하는 남녀 모델들이 속옷 차림으로 줄지어 등장했다. 이들은 수영장 주변에서 포즈를 잡거나 선베드에 누워 휴식을 취하며 몸매를 뽐냈다. 수영장 파티를 연상시킨 이날 행사는 CJ오쇼핑이 매주 금요일 방영하는 ‘FNL(Friday Night Lingerie)’의 생방송 촬영이었다. 홈쇼핑으로는 이례적으로 스튜디오를 벗어나 진행한 방송에 시청자들은 “예능 프로그램보다 재미있다”는 등의 호평을 쏟아냈다. 방송 2시간 동안 주문 수량은 1만세트로 목표치보다 50% 많았다.

국내 홈쇼핑 1위 CJ오쇼핑이 홈쇼핑의 고정관념을 깨며 진화하고 있다. 야외 생방송과 토크쇼, 리얼다큐 등 지상파 못지않은 다양한 형식으로 소비자들을 TV 화면 앞에 불러모으고 있다. 10년 전 시작한 해외 사업은 국내 1위를 넘어 글로벌 1위를 넘보는 수준까지 성장했다. 모바일을 통한 매출 비중은 20%에 육박해 더 이상 ‘TV’ 홈쇼핑이 아니라는 평가를 받고 있다.

‘쇼핑+엔터테인먼트’로 업계 선도

CJ오쇼핑은 지난해 매출 1조2607억원, 영업이익 1571억원으로 국내 홈쇼핑 1위를 차지했다. 올 1분기에도 전년 동기보다 17.9% 증가한 3283억원의 매출을 올리며 1위 자리를 지켰다. 올 1분기에는 취급액에서도 7827억원으로 업계 1위에 올라섰다. 취급액은 홈쇼핑사가 납품업체에서 받는 수수료를 포함한 상품 판매금액 전체를 뜻한다.

CJ오쇼핑은 1995년 8월 개국한 홈쇼핑텔레비전(HSTV)을 CJ그룹이 2000년 인수해 오늘에 이르렀다. 단순히 상품을 소개하는 데서 그치지 않고 오락적 요소를 곁들인 ‘쇼퍼테인먼트(shopper+entertainment)’ 형식을 선보이며 홈쇼핑 업계를 이끌어 왔다. 개국 첫해 20억원에 못 미쳤던 취급액은 지난해 국내외를 합쳐 4조8000억원으로 18년 만에 2400배가 됐다.

방송 형식뿐만 아니라 상품에서도 차별화를 시도했다. 홈쇼핑을 유심히 보지 않는 소비자는 여러 홈쇼핑 업체가 판매하는 상품이 대부분 비슷하다고 생각하기 쉽다. 그러나 CJ오쇼핑에는 다른 홈쇼핑에서는 볼 수 없는 상품이 많다. 이름하여 ‘온리 원(only one) 브랜드’다.

온리 원 브랜드는 CJ오쇼핑이 제조사와 공동 기획해 만들거나 유명 디자이너와 판권 계약을 맺고 선보이는 상품이다. 파리 국제 란제리쇼에 네 차례 초청받은 란제리 ‘피델리아’, 캐비아(철갑상어 알)를 원료로 한 화장품 ‘르페르’, 스칸디나비아 디자인의 주방용품 ‘오덴세’ 등이 대표적이다. 지난해 CJ오쇼핑 매출의 30%가 온리 원 브랜드에서 나왔다.

이런 상품은 CJ오쇼핑만의 ‘단골 고객’을 만드는 효과도 있다. 김희진 CJ오쇼핑 경영관리팀 부장은 “온리 원 브랜드가 많아지면서 한 번 구매한 고객이 다시 구매하는 재구매율이 높아졌다”고 말했다.

모바일·DMB로 ‘옴니채널’ 완비

CJ오쇼핑은 2010년 4월 홈쇼핑 업계 최초로 스마트폰 애플리케이션인 ‘모바일 CJ몰’을 만들었다. CJ오쇼핑의 모바일 취급액은 첫해 18억원에서 이듬해인 2011년 162억원으로 급증했다. 지난해 모바일 취급액은 3050억원으로 늘었다. 지난 1분기에는 전체 취급액의 18.6%인 1453억원이 모바일에서 나왔다.

CJ오쇼핑의 모바일 앱에서는 TV 홈쇼핑과 마찬가지로 판매 방송을 보면서 상품을 구입할 수 있다. 여느 유통업체의 모바일 앱처럼 사진과 가격 등 간단한 정보만 보고 상품을 구입하는 것도 가능하다. TV 홈쇼핑을 통해 얻은 고객 데이터베이스를 기반으로 맞춤형 마케팅을 펼치고, 가격 경쟁을 벌이기보다는 품질이 검증된 상품을 판매해 신뢰를 얻는다는 것이 CJ오쇼핑의 모바일 전략이다.

모바일 앱은 기존 TV 홈쇼핑과 시너지 효과를 내고 있다. TV에만 의존하던 과거에는 TV를 잘 보지 않는 소비자는 홈쇼핑 고객이 아니었다. 출퇴근 시간과 심야 시간에도 소비자에게 다가가기 어려웠다. 그러나 모바일 앱이 나오면서 이런 제약이 사라졌다. 젊은 층을 끌어들이는 효과도 있다. CJ오쇼핑이 분석한 결과 모바일 구매 고객의 주 연령층은 35~45세로 TV를 이용하는 고객보다 10세가량 낮은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해 5월부터는 DMB로도 홈쇼핑 방송을 내보내면서 소비자와의 접점을 더욱 넓혔다.

2017년엔 세계 1위 목표

CJ오쇼핑은 올해가 해외 사업에서 본격적으로 이익을 내는 해가 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초기 진출국인 중국 외에 베트남 인도 필리핀 등에서도 올해 흑자전환을 이룰 것으로 보고 있다.

CJ오쇼핑은 2004년 중국 2위 미디어 기업인 상하이미디어그룹과 합작, ‘동방CJ’를 설립하며 해외 사업을 시작했다. 국내 홈쇼핑 업체 중 첫 해외 진출이었다. 이후 인도 일본 베트남 태국 터키 필리핀에 연이어 진출해 해외 7개국에서 9개 홈쇼핑을 운영하고 있다.

CJ오쇼핑은 해외 진출 초기 법률적 제약과 문화적 차이 등으로 어려움을 겪었다. 그러나 상품 조달 전문 자회사 CJ IMC를 통해 현지 우수 상품을 발굴하고 아시아 국가에 부는 ‘한류’ 열풍을 적극 활용해 매출을 늘려갔다.

CJ오쇼핑의 해외 취급액은 2004년 180억원에서 지난해 1조7970억원으로 증가했다. 같은 기간 전체 취급액에서 해외 부문이 차지하는 비중은 1.4%에서 36.9%로 높아졌다. 올해 해외 취급액은 2조1000억원으로 늘어날 것으로 보고 있다.

변동식 CJ오쇼핑 대표는 비전에 대해 “2017년 미국 QVC를 제치고 세계 1위 홈쇼핑 기업으로 성장하는 것이 목표”라고 설명했다. 변 대표는 “2020년엔 국내외 취급액 20조원을 달성하고 이 중 70%(14조원)를 해외에서 올리는 명실상부한 글로벌 기업으로 키워 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유승호/이현동 기자 ush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