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리콘밸리와 다른 한국적 토양…관건은 기술 혁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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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et's Master - '기술경영' (3)
美선 잡스나 쇼클리처럼
개인의 승부욕·열정이 중요
혁신통한 中企의 제품 개발이
한국식 기술 경영의 성공 모델
美선 잡스나 쇼클리처럼
개인의 승부욕·열정이 중요
혁신통한 中企의 제품 개발이
한국식 기술 경영의 성공 모델
컴퓨터로 제작한 애니메이션을 한 편 본 뒤 아이팟으로 즐기는 음악을 듣고, 다시 노트북 모니터를 주시하며 작업을 진행하고 있다. 작업을 마치고 서울로 이동해야 하기에 스마트폰을 통해 열차를 예매하다 갑자기 이런 생각이 떠올랐다. ‘누가 이 멋진 기기들을 만들 생각을 했을까. 그 누군가에 의해 세상이 이렇게 변했구나.’ 생각할수록 감탄하지 않을 수 없었다. 이 같은 혁신적인 제품이 탄생하는 과정을 깊이 고민해야 하는 소위, 기술경영을 공부했다는 사람이 답으로 고작 생각해낸 것은 ‘기술의 진화가 지속적으로 이뤄지면 이 같은 기기들은 자연스럽게 만들어질 것’이란 사실이다.
학자로서의 양심상 조금 더 깊은 고민을 해 보았다. 이 같은 기기는 수세기 전부터 아주 많은 사람이 참여해 일궈낸 것이 아니다. 아주 열성적이고 집념이 넘치는 한 사업가에 의해 개발된 것이다. 우리가 잘 아는 스티브 잡스 말이다. 그의 노력으로 지구촌 수많은 사람의 손에서 요술을 부리는 스마트폰이 만들어졌다.
수년 전 ‘우리나라에는 왜 스티브 잡스 같은 사람이 없을까’를 설명하면서 기술경영 인력의 중요성을 강조한 글을 본 기억이 있다. 잡스는 어떤 사람 이길래 이리 특별할까. 잡스 자서전에도 언급돼 많은 사람이 이미 알다시피, 잡스는 우리네 정서로 치면 원만한 성격의 인물이 아니다. 괴팍한 사람이다. 자신이 설립한 애플에서 쫓겨났다가 우여곡절 끝에 다시 들어간 사람이다.
필자는 대학에서 기술사업화와 창업을 가르친다. 강단에 설 때마다 살구나무 과수원을 실리콘밸리로 탈바꿈시킨 인물 중 한 사람으로 1957년 노벨상을 수상한 윌리엄 쇼클리를 소개한다. 그의 천재성 덕분에 진공관 시대를 마감하고, 지금 우리가 즐기는 휴대폰과 노트북처럼 작은 기기의 제품 생산이 가능한 트랜지스터와 반도체의 탄생을 이끌어낼 수 있었다. 당시 혁명적인 신기술을 개발한 쇼클리는 투자받아 실리콘밸리에 8명의 젊은 과학자를 채용, 창업한다. 그중 한 명이 인텔을 창업한 고든 무어다. 그런데 창업자 쇼클리는 매우 경쟁적이고, 고압적이며 괴팍한 성격이었다. 8명의 유능한 과학자들과 마찰을 빚어 결국 헤어지게 된다. 재미있는 것은 쇼클리와 잡스는 기술개발에 대한 넘치는 열정, 괴팍하기까지 한 지나친 승부욕을 지닌 점에서 닮았다. 이들은 우리가 이상적으로 생각하는 성공을 이뤄낸 본보기다.
그러나 필자는 이를 미국적 성공 사례라고 생각한다. 한국적 토양은 미국과는 사뭇 다르다. 기술개발과 벤처, 사업화 추진 생태계가 다르다. 규모가 작더라도 지속적인 혁신활동으로 새로운 기술과 높은 품질로 세계 시장을 석권하는 알짜배기 기업을 키워내는 것, 제품과 공정 혁신을 통해 기업의 성장을 지속하는 지역의 많은 중소기업이 한국형 기술경영의 성공 모델이라고 생각한다.
필자가 속한 대학의 기술경영 MBA 과정에는 대다수 재학생들이 지역 중소기업 재직자다. 석사과정을 졸업하기 위해서는 2년간 배운 기술경영 지식을 현장에 적용, 그 성과의 측정이 가능한 결과물을 도출하는 ‘캡스톤프로젝트’를 성공적으로 마쳐야 한다. 대학에서도 재직 학생들의 편의를 위해 금요일과 토요일, 늦은 시간까지 강의를 제공하고 근로 현장까지 찾아간다. 필자가 지도교수로 1년 반 동안 지도한 PCB 검사업체 동하코퍼레이션의 기술개발 최고책임자(CTO)는 올해 초 대학원에서 익힌 기술 전략을 활용, 경쟁 업체보다 앞선 기술을 자체 개발하고 공정 혁신에 성공했다. 상무로 승진도 했다.
이 기업의 기술경영 성공사례를 살펴보자. 공정 혁신 책임자인 그가 대학원에서 익힌 지식을 토대로 사업화 모형을 응용, 일부 라인에 시범 적용했다. 그 결과 전년 대비 5% 수준이던 매출 성장률이 2012년부터는 10% 이상 늘었다. 공정 혁신 결과 매출 대비 80%대였던 원가를 70%대까지 줄였다. 이런 성과가 1년간 지속되면서 2013년 1개 사업장을 추가로 증설, 기존 3개 사업장에서 4개 사업장으로 사업장을 확장했다. 다른 경쟁 기업이 경영애로를 겪고 있는 것과는 대조적이다. 이 결과 동아코퍼레이션은 지난 6월 고용창출 100대 우수 기업으로 선정돼 대통령표창을 받았다.
필자는 1년 반 전 다소 늦은 나이에 기술경영 전담교수로 직업을 바꾸면서 △연구실 불이 가장 먼저 켜지고 맨 나중에 꺼지게 한다 △1주일에 하루는 반듯이 기업을 방문한다는 각오를 다졌다. 학생들이 보내온 기술경영 문제점에 대해서는 새벽 시간을 내서라도 답을 주었다. 동하코퍼레이션 기술개발 이사도 그중 한 사람이다. 학생들 중 일부는 창업했다. 중소기업을 지향하는 한국적 기술경영이 필요한 이유다.
한정희 < 전남대 경영전문대학원 기술경영전담교수 >
학자로서의 양심상 조금 더 깊은 고민을 해 보았다. 이 같은 기기는 수세기 전부터 아주 많은 사람이 참여해 일궈낸 것이 아니다. 아주 열성적이고 집념이 넘치는 한 사업가에 의해 개발된 것이다. 우리가 잘 아는 스티브 잡스 말이다. 그의 노력으로 지구촌 수많은 사람의 손에서 요술을 부리는 스마트폰이 만들어졌다.
수년 전 ‘우리나라에는 왜 스티브 잡스 같은 사람이 없을까’를 설명하면서 기술경영 인력의 중요성을 강조한 글을 본 기억이 있다. 잡스는 어떤 사람 이길래 이리 특별할까. 잡스 자서전에도 언급돼 많은 사람이 이미 알다시피, 잡스는 우리네 정서로 치면 원만한 성격의 인물이 아니다. 괴팍한 사람이다. 자신이 설립한 애플에서 쫓겨났다가 우여곡절 끝에 다시 들어간 사람이다.
필자는 대학에서 기술사업화와 창업을 가르친다. 강단에 설 때마다 살구나무 과수원을 실리콘밸리로 탈바꿈시킨 인물 중 한 사람으로 1957년 노벨상을 수상한 윌리엄 쇼클리를 소개한다. 그의 천재성 덕분에 진공관 시대를 마감하고, 지금 우리가 즐기는 휴대폰과 노트북처럼 작은 기기의 제품 생산이 가능한 트랜지스터와 반도체의 탄생을 이끌어낼 수 있었다. 당시 혁명적인 신기술을 개발한 쇼클리는 투자받아 실리콘밸리에 8명의 젊은 과학자를 채용, 창업한다. 그중 한 명이 인텔을 창업한 고든 무어다. 그런데 창업자 쇼클리는 매우 경쟁적이고, 고압적이며 괴팍한 성격이었다. 8명의 유능한 과학자들과 마찰을 빚어 결국 헤어지게 된다. 재미있는 것은 쇼클리와 잡스는 기술개발에 대한 넘치는 열정, 괴팍하기까지 한 지나친 승부욕을 지닌 점에서 닮았다. 이들은 우리가 이상적으로 생각하는 성공을 이뤄낸 본보기다.
그러나 필자는 이를 미국적 성공 사례라고 생각한다. 한국적 토양은 미국과는 사뭇 다르다. 기술개발과 벤처, 사업화 추진 생태계가 다르다. 규모가 작더라도 지속적인 혁신활동으로 새로운 기술과 높은 품질로 세계 시장을 석권하는 알짜배기 기업을 키워내는 것, 제품과 공정 혁신을 통해 기업의 성장을 지속하는 지역의 많은 중소기업이 한국형 기술경영의 성공 모델이라고 생각한다.
필자가 속한 대학의 기술경영 MBA 과정에는 대다수 재학생들이 지역 중소기업 재직자다. 석사과정을 졸업하기 위해서는 2년간 배운 기술경영 지식을 현장에 적용, 그 성과의 측정이 가능한 결과물을 도출하는 ‘캡스톤프로젝트’를 성공적으로 마쳐야 한다. 대학에서도 재직 학생들의 편의를 위해 금요일과 토요일, 늦은 시간까지 강의를 제공하고 근로 현장까지 찾아간다. 필자가 지도교수로 1년 반 동안 지도한 PCB 검사업체 동하코퍼레이션의 기술개발 최고책임자(CTO)는 올해 초 대학원에서 익힌 기술 전략을 활용, 경쟁 업체보다 앞선 기술을 자체 개발하고 공정 혁신에 성공했다. 상무로 승진도 했다.
이 기업의 기술경영 성공사례를 살펴보자. 공정 혁신 책임자인 그가 대학원에서 익힌 지식을 토대로 사업화 모형을 응용, 일부 라인에 시범 적용했다. 그 결과 전년 대비 5% 수준이던 매출 성장률이 2012년부터는 10% 이상 늘었다. 공정 혁신 결과 매출 대비 80%대였던 원가를 70%대까지 줄였다. 이런 성과가 1년간 지속되면서 2013년 1개 사업장을 추가로 증설, 기존 3개 사업장에서 4개 사업장으로 사업장을 확장했다. 다른 경쟁 기업이 경영애로를 겪고 있는 것과는 대조적이다. 이 결과 동아코퍼레이션은 지난 6월 고용창출 100대 우수 기업으로 선정돼 대통령표창을 받았다.
필자는 1년 반 전 다소 늦은 나이에 기술경영 전담교수로 직업을 바꾸면서 △연구실 불이 가장 먼저 켜지고 맨 나중에 꺼지게 한다 △1주일에 하루는 반듯이 기업을 방문한다는 각오를 다졌다. 학생들이 보내온 기술경영 문제점에 대해서는 새벽 시간을 내서라도 답을 주었다. 동하코퍼레이션 기술개발 이사도 그중 한 사람이다. 학생들 중 일부는 창업했다. 중소기업을 지향하는 한국적 기술경영이 필요한 이유다.
한정희 < 전남대 경영전문대학원 기술경영전담교수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