볼 일 없어도 가고싶게…래미안 용산, 욕실서 한강 조망
51㎡ 소형아파트도 욕실 2개…맞벌이부부 '아침의 여유' 배려
◆1970~1980년대 중대형도 욕실 한 개
1960~1970년대 아파트 욕실은 기본 기능 이상은 없었다. 이 시기 지어진 아파트 대부분은 몸을 씻는 욕실과 변기가 있는 화장실이 분리돼 있었다. 재건축되기 이전의 서울 서부이촌동 시영아파트, 구반포아파트 등이 그랬다.
1970년대 후반~1980년대에 걸쳐 욕실과 화장실은 하나로 통합됐다. 가족 구성원들의 욕실을 이용하는 시간대가 조금씩 다르고, 목욕은 여전히 대중목욕탕에서 하는 일이 많아 욕실·화장실의 중요성은 크게 부각되지 않았다. 이 시기에 지어진 아파트는 4~5인이 사는 중대형에도 욕실을 한 개만 두는 게 흔했다. 1988년 입주한 서울 방이동 올림픽선수기자촌 아파트 전용 84~110㎡, 1985년 입주한 목동신시가지 1단지 전용 91㎡ 등은 중대형인데도 화장실이 한 개다.
◆소형도 두 개…대형은 호텔처럼
한 아파트에 두 개의 욕실이 만들어진 건 1990년대 말~2000년대 초반부터다. 최근엔 소형 평형에도 욕실 두 개가 있다. 홍록희 대림산업 분양팀장은 “맞벌이 부부가 늘어나면서 아침에 욕실을 쓰는 시간이 겹친다”며 “가족 간 프라이버시를 중시하는 분위기도 욕실 두 개가 만들어진 이유”라고 설명했다.
지난달 충남 천안시에서 분양된 대림산업의 ‘e편한세상 스마일시티’는 전용 51㎡ 소형 아파트에 욕실 두 개를 뒀다. 이달 분양하는 경기 광주시 ‘e편한세상 광주역’ 전용 59㎡ 부부욕실에는 분리형 샤워부스까지 만들어진다.
대형 평형은 고급 마감재를 써 호텔 욕실 같은 분위기를 만드는 게 최근 추세다. 최근 분양된 삼성물산의 ‘래미안 용산’ 최고층 펜트하우스의 일부 욕실은 앞쪽에 배치한 테라스와 연결해 한강을 바라보며 목욕할 수 있도록 했다.
◆‘즐기는 욕실’로 발전
아파트 욕실 설계의 최신 트렌드는 ‘즐기는 욕실’이다. 현대건설 관계자는 “반신욕 등으로 30분 이상 욕실에서 시간을 보내는 사람들이 늘었다”며 “그 시간이 지루하지 않도록 음악을 듣거나 TV를 볼 수 있도록 배려한 설계가 나오고 있다”고 말했다. 현대건설이 건설 중인 ‘목동 힐스테이트’는 방수기능이 있는 10인치 욕실 전용 TV를 설치하기로 했다. 분양 중인 ‘래미안 마포 웰스트림’ 욕실에는 블루폰(블루투스 스피커폰)이 설치된다.
어린이들을 위한 특화 설계도 나왔다. KCC건설이 경기 이천시에서 이달 분양할 예정인 ‘이천 설봉 KCC스위첸’은 어린이의 키 높이를 고려해 욕실 거울을 달았다. 아이에스동서는 울산에서 지난해 11월부터 입주를 시작한 ‘우정혁신도시 에일린의 뜰’을 비롯한 일부 아파트에 어린 자녀(3~7세)를 위한 욕실 ‘키누스형’을 옵션으로 선택할 수 있게 했다. 박정훈 아이에스동서 홍보팀장은 “아이들 눈높이에 맞는 다양한 디자인과 색채를 도입해 자녀들이 욕실에 친근감을 느낄 수 있도록 했다”고 말했다.
이현진 기자 appl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