길거리서도 쫓겨난 흡연자들, 아파트 단지·뒷골목서 '뻑뻑'
지난 10일 오후 서울 여의도동 여의나루로 인근 아파트 단지. 평일인데도 한강시민공원으로 향하는 시민들로 붐볐다. 거리와 맞닿아 있는 아파트 단지 입구에선 담배를 피우는 흡연자들의 모습이 곳곳에서 눈에 띄었다. 아파트 단지가 밀집한 여의나루로는 지난 1일부터 금연거리로 지정됐다. 흡연 시 적발되면 과태료 10만원이 부과된다. 그러나 여의나루로에서 한발짝 떨어진 아파트 단지 입구에서 담배를 피우는 흡연자들은 어떤 제재도 받지 않았다. 아파트 단지는 금연구역이 아니기 때문이다.

서울시와 각 자치구가 2012년부터 본격적으로 시행 중인 금연 정책이 실효성이 떨어진다는 지적이 나온다. 금연 구역을 확대해 간접흡연을 줄이겠다는 취지는 좋지만 오히려 흡연자들이 아파트 단지나 뒷골목으로 몰리는 ‘풍선 효과’가 일어나고 있다는 지적이 적지 않다.

대표적인 곳이 강남대로다. 관할구청인 서초구는 2012년 6월부터 강남대로를 금연거리로 지정했다. 구 공무원들이 수시로 단속을 벌인 결과 강남대로의 흡연자는 거의 사라졌다는 게 서초구의 설명이다. 문제는 강남대로와 연결된 각각의 골목길에 담배꽁초가 넘쳐난다는 점이다. 강남대로와 한발짝만 떨어진 골목길에서 담배를 피우면 제재할 방법이 없다. 구 관계자는 “단속반원을 비웃기라도 하듯 일부러 대로와 골목길에 한 발씩 걸쳐두고 담배를 피우는 사람도 적지 않다”고 털어놨다.

지난 1월부터 연면적 100㎡(약 30평) 이상의 음식점이나 주점에서 흡연이 전면 금지되면서 이들 업소가 밀집한 거리는 예전에 비해 오히려 더 지저분해졌다는 게 지역 주민들의 지적이다. 젊은 층이 많이 찾는 신촌과 홍대의 경우 밤만 되면 거리 곳곳에 담배꽁초가 넘쳐난다. 내년부터 면적에 상관없이 모든 음식점과 주점에서 흡연이 금지되면 거리가 지금보다지저분해질 것이란 우려가 많다.

본격적인 금연정책이 시행된 지 2년이 지났지만 아직까지 효과를 내지 못하고 있다. 서울시가 지난 1월 성인 1000명을 대상으로 벌인 조사에 따르면 전체 간접흡연 경험은 2012년 90.8%에서 지난해 88.6%로 소폭 하락하는 데 그쳤다. 같은 기간 실외 공공장소에서의 간접흡연 경험 횟수도 전년과 같은 하루 0.9회였다.

이에 따라 무작정 금연구역만 확대할 것이 아니라 별도 흡연구역을 지정해 간접흡연 피해를 줄여야 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서울시도 뒤늦게 대책 마련에 나섰다. 김홍덕 서울시 건강정책팀장은 “내년 하반기부터 흡연자의 편의를 위해 거리 곳곳에 소규모 흡연구역을 조성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강경민 기자 kkm1026@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