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르투갈 최대 은행인 방쿠이스피리투산투(BES)의 리스본 본사 건물 앞을 10일(현지시간) 한 여성이 지나가고 있다. 리스본AFP연합뉴스
포르투갈 최대 은행인 방쿠이스피리투산투(BES)의 리스본 본사 건물 앞을 10일(현지시간) 한 여성이 지나가고 있다. 리스본AFP연합뉴스
[유럽發 돌발 악재] 포르투갈 또 은행 위기…글로벌 증시 '유동성 파티'에 찬물
올 들어 안정세를 지속해 온 글로벌 금융시장에 ‘돌발 악재’가 등장했다. 포르투갈 최대 은행인 방쿠이스피리투산투(BES)의 모회사가 10일(현지시간) 디폴트(채무불이행)에 빠졌다는 소식에 유럽증시가 동반 급락했다. 한국의 코스피지수가 14.10포인트(0.7%) 하락한 것을 비롯해 11일 아시아 주요 증시도 약세를 보였다.

투자자들이 우려하는 것은 이번 사태가 ‘제2의 유럽 위기’를 알리는 전주곡이 될 수도 있다는 것. 하지만 현재로서는 국제금융 시장 전반의 위기로 확산될 가능성은 낮다는 분석이 우세하다. 유럽 주요 증시는 11일(현지시간) 보합세로 마감했다.

◆포르투갈 증시 급락

포르투갈 주식시장에서 10일 BES의 주가는 17% 수직 하강했다. 모회사인 이스피리투산투인테르나시오나우(ESI)가 단기 채권에 대한 이자 지급 기한을 지키지 못했다는 소식이 주가 하락의 도화선이 됐다. BES의 주식 거래는 즉각 중지됐고, 이 여파로 포르투갈 증시는 전날 대비 4.2% 폭락했다. 유럽 주요 증시도 줄줄이 하락했다.

전문가들은 ESI의 부실이 복잡한 지배 구조를 통해 BES에 악영향을 미쳤다고 분석했다. ESI는 지난 5월 13억유로(약 1조8000억원)에 달하는 회계부정이 적발됐다. 이에 따라 무디스는 지난 9일 ESI의 금융그룹이자 BES가 속해 있는 이스피리투산투금융그룹(ESFG)의 신용등급을 B2에서 Caa2로 세 단계 강등했다. ESI의 문제가 BES로 전염되지 않을까 우려하던 투자자들이 이번 악재에 크게 반응하며 낙폭을 키웠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전염 우려” vs “국지적 이슈”

BES 주가 급락이 전 유럽 증시의 하락으로 이어진 것은 유럽 은행 시스템 전반의 취약성이 이번 사태를 통해 드러날 수 있다는 우려 때문이라는 분석이다. 파이낸셜타임스(FT)에 따르면 BES의 자본 부족액은 20억~30억유로에 달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별도의 대책이 마련되지 않을 경우 BES 역시 채무불이행에 빠질 수 있다. FT는 따라서 포르투갈 정부가 이번 사태를 해결하기 위해 나서야 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고 지적했다.

문제는 자금 부족이 BES에만 그치지 않을 가능성이 높다는 점이다. 매트킹 씨티그룹 투자전략가는 “유럽은행들은 최근 수익 개선을 위해 위험자산에 대한 투자를 늘렸다”며 “이번 사건은 유럽 은행 시스템의 취약성을 보여 준다”고 평가했다. 피터 게르니 섹소뱅크 주식투자팀장은 “포르투갈 상황이 악화되면 다른 유럽 국가의 자산 시장으로 위기가 빠르게 전염될 것”이라고 예상했다. 이날 그리스의 3년 만기 국채 발행에는 시장 예상치인 25억~30억유로에 크게 못 미치는 15억유로만 참여해 불안한 시장심리를 보여줬다.

그러나 현재로선 이 같은 전망이 기우에 불과하다는 진단이 우세하다. 유럽을 제외한 다른 나라 증시의 낙폭이 크지 않은 것은 투자자들이 이번 사태를 포르투갈에 한정된 ‘국지적’ 사건으로 판단하고 있음을 보여준다는 지적이다. 마켓워치는 “유로존(유로화 사용 18개국) 금융업에서 BES가 차지하는 비중은 0.25%에 불과하다”며 “이번 문제는 포르투갈의 내부 문제”라고 분석했다. 신환종 우리투자증권 연구위원도 “포르투갈과 달리 스페인 이탈리아 등 다른 유럽은행 등은 그동안 강도 높은 구조조정을 해 재무건전성이 많이 개선됐다”고 말했다.

포르투갈 중앙은행은 “BES 회사채 안전에 대해서 의심할 이유가 없다”며 “예금자들도 걱정할 필요없다”고 발표했다.

김순신 기자 soonsin2@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