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일상을 다독이는 힘
2006년 4월, 호주 태즈메이니아에서 광산이 붕괴되는 사고가 발생했다. 이 사고로 광부 2명이 지하에 고립돼 생사의 갈림길에 놓였다. 다행히 지상의 구조팀과 연락이 닿아 소식을 주고받으며 구조의 손길을 기다릴 수 있었지만, 언제 추가로 붕괴될지 모른다는 두려움이 그들을 엄습했다. 고립된 광부들은 지상의 구조팀에 기본적인 생필품과 함께 미국 밴드 푸 파이터스의 노래가 든 아이팟을 요청했다. 음악을 들으며 붕괴된 지하 광산에서 사투를 벌이던 그들은 결국 14일 만에 기적적으로 구조됐다. 어둠 속에서 흘러나오는 음악이 이들에게는 두려움과 고통을 이기는 힘이자 살아서 나갈 수 있다는 희망을 심어줬던 것이다.

우리에게도 지친 일상을 격려하고 무너진 삶을 다독여주는 ‘힘’이 필요한 시기다. 작게는 매일 반복되는 무료한 생활에, 크게는 국가적 재난으로 인한 슬픔과 안타까움으로 우리는 지금 지쳐 있고 또 아프다. 그 때문일까? 사람들의 얼굴엔 여유가 없고, 거리는 생동감을 잃었다. 많은 이들의 마음을 다독여줄 치유와 위로, 삶을 회복할 수 있는 새로운 원동력이 필요한 때이기도 하다.

붕괴된 광산에서 음악으로 희망의 끈을 놓지 않았던 광부들처럼 문화예술교육은 지친 마음을 어루만지고, 아픈 일상을 일으키는 ‘힘’을 지니고 있다. 문화와 예술이 만나 함께하는 교육은 ‘치유’와 ‘회복’ 그리고 ‘다시 시작할 수 있는 가능성’과 이를 실행하기 위한 ‘자발적 동기 유발’을 가능하게 하기 때문에 어렵고 힘들 때 더 큰 힘을 발휘할 수 있다.

문화예술교육은 단순한 휴식이 아니라 일상 그 자체의 건강함을 회복시키는 것을 목적으로 한다. 그렇기에 사회가 힘들고 어려울 때 다른 사람들과 건강한 관계를 만들어내는 동력으로 작용하는 것이다. 오케스트라 활동으로 함께하는 즐거움을 깨닫게 된 초등학생부터 캘리그래피를 통해 자존감을 되찾게 된 소년원생들, 연극을 만들고 무대에 올려 사람들을 감동케 한 어르신에 이르기까지 평범한 시민들의 일상이 긍정적으로 변화하고 있는 그 현장에서 우리는 문화예술교육이 갖고 있는 가능성과 힘에 다시 한 번 눈뜨게 된다.

모두의 마음에 격려와 위로가 필요한 요즘, 문화예술교육은 서로의 마음을 이해하고, 상처를 보듬고, 다시 일어날 수 있는 보이지 않는 힘이 될 것이다. 이를 바탕으로 보다 많은 시민들이 문화예술교육을 삶의 일부로 받아들여, 그 소중한 경험을 바탕으로 다시금 스스로를 되돌아볼 수 있길 바란다. 나아가 사람과 사람 사이의 마음을 전하는 새로운 언어이자 무너진 일상과 지친 내면을 회복하는 즐거운 활력소가 되길 기원한다.

박재은 < 한국문화예술교육진흥원장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