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연천 서울대 총장이 차기 총장 선출 이후 격화되고 있는 학내 갈등에 대해 처음으로 입을 열었다.

오 총장은 11일 학내 구성원들에게 이메일로 보낸 이임사에서 “최근의 차기 총장 선출 과정과 관련해 대학의 대표로 총체적 책임을 느낀다”고 말했다.

그는 “전체 과정이 법률, 정관, 규정에 따라 진행됐지만 서울대 교직원의 총의가 기대 수준에 맞게 반영됐는지에 대해서는 논란이 있었다”며 “교직원의 정서가 첫 간선제 선출이라는 새로운 제도적 장치와 괴리되면서 생기는 어려움을 미리 예견하고 제도적 보완 조치를 적절히 취하지 못한 점을 아쉽게 생각한다”고 말했다. 이어 “앞으로 총장 선출 과정을 진지하게 점검하고 개선하려는 노력이 전개될 것으로 기대한다”고 덧붙였다. 오 총장은 오는 20일 4년간의 임기를 마치고 평교수로 돌아간다.

이번 사태의 당사자인 오세정 서울대 물리천문학부 교수도 같은 날 학내 구성원들에게 이메일을 보내 “대학 운영구조 개선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그는 “법인화의 장점을 살리려면 최고 의결기구인 이사회가 구성원과 호흡을 맞추면서 권리와 책임을 함께할 수 있는 제도가 뒷받침돼야 한다”며 “특히 총장 선출은 외부의 입김을 배제하고 서울대의 미래상과 후보들에 대한 진지한 토론을 거쳐 투명하고 민주적인 결정을 내릴 수 있는 제도가 마련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오 교수는 차기 총장 후보인 성낙인 법학전문대학원 교수에게 총장 선출 규정을 개정하는 데 힘써달라고 당부했다.

앞서 서울대 총장추천위원회는 교직원 정책평가단과 총장추천위원 평가를 합산해 오 교수를 1순위로 이사회에 추천했다. 그러나 이사회는 지난달 19일 2위였던 성 교수를 총장 최종후보자로 선출해 일부 학내 구성원의 반발을 샀다.

이정재 교수협의회 회장은 오 총장의 이임사에 대해 “긍정적으로 본다”고 말했다.

오형주 기자 ohj@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