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월 도전을 시작한 무한도전 '스피드 레이서' 특집이 지난 5일, 6일 양일간 열린 '코리아 스피드 페스티벌'에 레이서로 데뷔전을 치르는 것으로 막을 내렸다. 안타까운 사고와 돌발 상황 등으로 인해 기대에 미치지 못했지만, 그들의 도전 정신만은 아름답게 남았다. 그 3일간의 기록을 되돌아본다.
[변성현 기자] 장장 5개월여에 걸쳐 연습한 실력을 발휘할 때가 왔다. '2014 코리아스피드페스티벌'(KSF)의 결승 경기가 시작했다.

이른 시간, 선수들의 마지막 연습주행이 시작됐다. 연습주행에서 단연 돋보였던 것은 유재석이었다. 예선의 부진을 딛고 펄펄 날고 있었다. 역시나 문제는 차량에 있었다.

유재석은 예선과 다른 차량으로 연습에 임했다. 지난 4일 연습주행에서 탔던 차량이었다.

그는 차량을 바꾸고 연습한 결과 1분 35초 967을 기록했다. 이 기록은 연습주행 베스트 랩타임 2위의 기록이며, 예선에서 이 기록이 나왔다면 3위에 해당하는 기록이었다.

기록을 보며 기자는 유재석의 반전을 기대했다.

유재석, 정준하, 멘토 권봄이까지 탈락
네 명의 멤버 가운데 먼저 출전한 것은 벨로스터 터보 마스터즈 유재석, 정준하. 두 사람은 그리드에 정렬했고, 이어 그리드 워크 이벤트가 진행됐다.

차량에 타 있는 두 멤버를 응원하기 위해 다른 멤버들도 그리드로 향했다.

출발 5분전 사인이 나고 취재진과 미케닉, 레이싱모델이 빠지자 드디어 레이스의 준비가 끝났다.

포메이션 랩을 돌고 다시 그리드에 차량들이 멈춰섰다. 빨간불이 하나씩 점등되고 다섯 개의 불이 모두 켜졌다가 꺼졌다. 운명의 시간, 차량들은 굉음을 내며 질주하기 시작했다.

정준하의 차량이 지나가고 후미 그룹에 유재석의 모습도 보였다. 그렇게 운명의 한 바퀴가 또 지나고 선두권이 메인 스트리트에 나타났다. 빠르게 지나가는 차량속에 정준하의 모습이 보였다. 그리고 마지막 차량이 지나갔다. 유재석은 없었다.

채 한 바퀴도 돌지 못하고 사고를 겪으며 피트로 걸어 들어왔다. 그렇게 유재석의 도전은 마무리 됐다. 그는 애써 밝은 표정을 지으며 피트로 들어갔다.

이어 달리던 정준하도 차량 이상으로 그대로 멈췄다. 멘토인 권봄이도 리타이어 하며 무한도전 출연자 모두 리타이어 했다. 이제 남은 것은 하하와 노홍철 뿐이었다.
하하-노홍철 안타까운 리터이어

벨로스터의 아쉬움은 뒤로한 채, 이번에는 하하가 나설 차례였다.

차량들이 그리드 정렬을 마친 그 순간 가장 뒷편에 낯익은 차량이 서 있었다. 노홍철이었다. 의아해 하는 것도 잠시. 곧 경기에 집중했다.

그러나 그들에 대한 기대도 그리 길지 못했다. 두 친구는 주행중 나란히 사고로 탈락했다. 하하는 타이어 휠이 부서지며 경기를 포기했다. 시간이 얼마나 지났을까. 전광판에 노홍철의 모습이 보였다. 사고로 더이상 주행을 할 수 없었다.
두 멤버 모두 절망에 빠졌다. 두 사고로 인해 '스피드 레이서'에 참가한 네 명의 선수 모두 탈락이라는 쓴 맛을 경험했다.

[취재후기] 보는 사람도 안타까웠던 두 친구의 좌절

우연치 않게 기자는 노홍철과 하하의 사고 모습을 모두 목격했다.

하하는 차량에서 내리기 전부터 안타까웠다. 앞바퀴 한 쪽이 없어져서 차량이 아스팔트를 긁는 중에도 계속 전진하던 하하는 고개를 푹 숙였다. 처음에는 어떻게든 피트까지 가려는 듯 애쓰는 모습을 보였으나, 더 이상은 힘들다는 것을 느낀 순간 고개를 떨궜다. 그리고 차에서 빠져나와 안전지대로 대피한 후 한동안 안타까움을 감추지 못했다.

노홍철은 하하가 사고난 지점과 얼마 떨어지지 않은 지점에서 사고가 났다. 전광판에 사고 현장이 나와 고개를 돌렸더니 그 곳에 노홍철이 있었다. 사고 직후 빠르게 대피한 그는 주변에서 경기를 지켜보던 팬들을 보며 환하게 웃어보였다. 그러나 다시 차량을 볼 때는 아쉬움이 얼굴에 가득했다.
이 사고를 본 기자는 [단독포착] 이라고 기사를 썼고 네티즌들 사이에서 갑론을박이 이어졌다. '김빠지게 결과를 알게 됐다'는 것이다. 그렇다면 기자는 이 상황을 쓰지 말아야 했을까? 그때도 지금도 대답은 'NO'다.

레이싱은 스포츠 경기고 모든 스포츠가 그렇듯 결과는 바로 나온다. 그렇지만 결과가 나온 야구경기도 하이라이트를 보고, 분석하는 프로그램을 본다.

'무한도전'의 김태호PD는 이 경기 결과를 숨기려고 하지 않았다. 만약 숨기려 했다면 애초에 이 프로젝트를 진행하지도 않았을 것이다.

그들은 기자들조차 못본 장면과 감동으로 이번 레이스를 재구성 할 것이다. 언제나 그렇듯 '무한도전'이 이런 뻔한 결과를 가지고 어떤 작품을 만들어 낼지 팬으로서 그저 지켜보면 될 일이다.

한경닷컴 변성현 기자 byun84@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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