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당할 수 있는 위험을 지는 습관도 필요
1억원의 은퇴자금만 있으면 월 100만원 정도의 이자를 받으며 편안한 노후생활을 즐기던 것이 그리 오래전의 일은 아니다. 그러나 지금 은행 예금금리는 연 2% 중반대다. 세금을 떼고 나면 연 2% 초반까지 내려 앉는다. 물가 상승까지 고려하면 돈의 가치를 유지하기 힘든 것이 현실이다.

이제는 자신이 감당할 수 있는 수준의 위험을 지는 연습을 시작해야 한다. 안전자산의 대명사인 채권 투자는 어떨까. 작년까지는 선진국의 금리 인하로 채권 투자에 좋은 환경이었다. 수익률도 국내, 해외채권 모두 좋은 성과를 보였다. 그러나 지난해 지나치게 많은 돈이 모였고, 이는 채권 가격의 버블을 가져왔다. 올해는 가격 되돌림 현상이 일어날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에 채권은 비중을 줄여야 하는 자산으로 보인다. 미국의 양적완화 축소에 따라 우리나라 국채 금리도 동반 상승할 가능성이 높다. 그래도 채권에 투자한다면 만기가 짧고, 금리가 높은 단기채권을 권한다.

만기가 확정된 기업어음(CP)도 대안이 될 수 있다. 일반 CP는 담보 없이 발행되나 신용보강을 한 자산담보부기업어음(ABCP)은 연 3%에서 연 4% 초반까지 금리를 받을 수 있다.

채권보다는 위험하지만 주식보다 안전한 중위험·중수익 상품으로 인기를 끌고 있는 것이 주가연계증권(ELS)과 글로벌전환사채다. ELS는 기초자산이 일정 수준 이하로 하락하지 않으면 원금이 보존되며 이자를 받을 수 있다. 변동성이 적은 주가지수로 기초자산이 설정된 ELS를 권한다. 연 5%에서 연 6% 정도의 수익을 추구하기에 적당하다.

글로벌 전환사채는 해외 주요 기업들이 발행하는 전환사채에 투자하는 펀드다. 주식으로 바꿀 수 있다 보니 채권의 안정성과 주식의 수익성을 동시에 추구할 수 있어 중위험·중수익 상품을 선호하는 고객에게 적합하다.

다음 단계는 주식이다. 7월 현재까지는 전 세계적으로 주가가 많이 올랐다. 유독 한국과 중국 시장만 소외됐다. 한국 주식시장이 하반기 이후 다른 시장 대비 상대적으로 좋은 성과를 낼 수 있을 것이다. 하지만 개인이 개별 종목에 투자하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다. 자신의 운용철학을 지속적으로 유지하는 믿을 만한 운용사가 운용하는 펀드가 그 대안이 될 수 있다.

이종혁 < KB국민은행 명동스타PB센터 팀장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