점심시간에 잠깐 나가는 것도 고역일 정도의 더위가 아스팔트마저 녹일 기세다.
당장이라도 어디론가 떠나고 싶지만 여름휴가는커녕 주말도 멀게만 느껴지는 요즘이다.
그저 버티는 것도 힘이 든다면 적절한 휴식으로 몸과 마음에 활력을 불어넣어야
할 때다. 서울이나 근교에서 부담 없이 찾아갈 만한 곳을 모아봤다.
경복궁 근정전의 야경.
경복궁 근정전의 야경.
고궁과 전통문화에 빠져들면 더위 싹~

여름철 고궁의 기온은 도심보다 약 3~4도 낮다. 고궁의 숲이 직사광선과 복사 열을 막아 상대적으로 기온이 낮아지기 때문이다. 존재만으로도 도시의 열섬 현상을 완화시켜 주는 고궁은 야간 개장도 계획하고 있다.

경복궁(royalpalace.go.kr)은 오는 30일부터 8월11일까지 ‘경복궁 여름철 야간 특별개방’을 시행한다. 관람 시간은 오후 7~10시, 입장 마감 시간은 오후 9시다. 개방 구역은 광화문 흥례문 근정전 경회루 권역이며, 경복궁 야간 개방 기간에 맞춰 국립고궁박물관도 오후 10시까지 무료 개방한다.

문화재 보호 차원에서 제한된 인원만 들어갈 수 있다. 1일 최대 관람인원은 1500명. 인터넷 판매는 1390장, 현장 판매는 110장으로 한정돼 있다. 1인당 2장까지 살 수 있지만 지난해의 경우 예매 시작 1시간 만에 다 팔렸으니 서두르는 것이 좋다. 입장권은 23일 오후 2시부터 인터넷(ticket.auction.co.kr)과 전화로 예매할 수 있다. 장애인과 국가유공자 각각 50명(보호자 1명 포함 무료)을 비롯해 부모가 데려온 6세 이하 어린이는 현장에서 무료로 입장할 수 있다. (02)3700-3900~1

덕수궁을 관람하는 시민들.
덕수궁을 관람하는 시민들.
덕수궁은 유일하게 야간에 상시 개방하는 만큼 좀 더 편하게 갈 수 있다. 덕수궁에서는 9월25일까지 매주 목요일 오후 7시부터 ‘천하명인 덕수궁 풍류’ 공연이 펼쳐진다. 전통예술공연 가(歌), 무(舞), 악(樂)으로 관람객의 눈과 귀를 즐겁게 해주는 프로그램이다. 고종이 자주 찾아가 커피를 마셨던 정관헌에서 행사가 열린다. 매월 프로그램이 달라지는데 7월엔 ‘하하(夏夏), 달빛 여름에 물들다’를 주제로 공연한다. 17일에는 대금산조, 호남 살풀이, 심청가 중 부녀상봉 대목을, 24일에는 거문고 산조, 허튼 춤, 판소리 심청가 중 심봉사 눈뜨는 대목을, 31일에는 가야금과 장구 공연, 민살풀이, 경기민요 등을 공연할 예정이다.

흥선대원군의 사저인 운현궁도 8월까지 매주 금요일 야간 개장을 한다. 시간은 오후 7~9시, 입장 마감 시간은 8시30분이다. 사전 예약 없이 무료로 관람 가능하다. 노락당을 제외한 운현궁 전 구역을 개방하며 창극 공연과 전통공연 행사도 운현궁 이로당에서 진행된다. 창극 공연은 오후 7시부터, 전통 공연은 오후 7시30분부터 시작된다. (02)766-9090
뚝섬수영장 전경.
뚝섬수영장 전경.
한강 두배 즐기기

한강에서 수상레포츠를 즐기는 모습.
한강에서 수상레포츠를 즐기는 모습.
​여의도 물빛무대에서는 재즈와 국악, 관현악 등의 공연이 펼쳐지는 ‘물빛 페스티벌’, 7개 한강공원에서 만끽하는 ‘윈드서핑 체험’, 다양한 응급 처치와 안전교육을 받을 수 있는 양화한강공원의 ‘어린이 수상안전 교실’, 여의도와 뚝섬 한강공원에서 매주 토요일 즐길 수 있는 ‘오리보트 경주대회’ 등도 놓치지 말자. 이번 ‘한강 행복몽땅 프로젝트’의 자세한 내용은 홈페이지(hangang.seoul.go.kr/project)에서 확인할 수 있다.

축제장으로 변신하는 한강

서울시민에게 한강은 가깝고도 편안한 피서지다. 한여름 한강공원에 가보면 더위를 피해 모인 시민이 꽤 많다는 사실에 놀란다. 하지만 올여름 한강은 단순히 ‘가깝고 시원한 강’을 넘어 축제의 한마당으로 변화를 꾀한다. 서울시는 더위에 지친 시민을 위해 19일부터 8월19일까지 한 달간 ‘2014 한강 행복몽땅 프로젝트’를 전개한다. 한강공원 전역에서 다양한 프로그램이 펼쳐지며 지난해에는 행사 기간 중 944만명이 참가할 만큼 시민들의 호응도가 높았다.

올해는 더욱 다채로운 행사가 열릴 예정이다. 먼저 여의도·뚝섬·잠실·잠원 한강공원 등 4곳에서는 ‘한강 여름 캠핑장’(hangangcamping.kr)이 19일부터 8월19일까지 운영된다. 서울시에서 텐트를 설치해 제공하므로 무거운 캠핑 장비를 가져갈 필요가 없다. 테이블, 의자, 매트, 아이스박스, 랜턴 등을 빌릴 수 있어 편리하다. 홈페이지를 통해서만 신청할 수 있고, 요금은 텐트 1개동에 2만원.

이색 이벤트도 열린다. 종이박스 보트 경주 대회인 ‘한강 박스원 레이스’는 8월9일 잠실한강공원에서 열린다. 최근 한 TV 예능프로그램에서 소개돼 화제를 모은 대회로, 재활용 종이박스를 이용해 배를 직접 제작한 뒤 참가하는 방식으로 치러진다. 초등학생부터 성인까지 참가할 수 있으며, 선착순 400팀을 모집한다. 판매처(ticketmonster.co.kr)에서 참가를 위한 표를 사야 한다. 참가비는 팀당(2명) 6만원.

색다른 볼거리도 풍성하다. 한강 유람선, 요트 등 선박 60여척이 한데 어우러져 양화~여의도~반포 구간을 운항하는 ‘몽땅 배 퍼레이드’도 눈길을 끈다. 20일부터 8월17일까지 매주 일요일 오후 4시부터 오후 5시30분까지 열린다.
한강 다리 아래 둔치에서 열린 ‘다리 밑 경복궁 근정전의 야경. 영화제’를 찾은 시민들
한강 다리 아래 둔치에서 열린 ‘다리 밑 경복궁 근정전의 야경. 영화제’를 찾은 시민들
‘다리 밑 영화제’도 지난해에 이어 올해도 열린다. ‘음악’을 주제로 한 영화들이 25일부터 8월16일까지 매주 금요일과 토요일 오후 8시에 8개 한강 다리 밑에서 상영된다. 방화대교 양화대교 성산대교 동작대교 한남대교 청담대교 원효대교 천호대교 등에서 볼 수 있다. 어린이, 청소년 등을 대상으로 한 62종의 ‘생태체험교실’도 진행된다. 강서습지생태공원·여의도샛강·고덕수변생태공원·난지 야생탐사센터 등 9곳에서 열리며, 생물을 직접 잡아보는 등 생태체험 프로그램 등으로 구성된다. 참가 신청은 서울시 공공예약시스템(yeyak.seoul.go.kr)에서 하면 된다.

영화와 캠핑의 조화, 더위를 쫓는다!

부천판타스틱영화제 상영작 '동굴' 중 한 장면.
부천판타스틱영화제 상영작 '동굴' 중 한 장면.
흥미진진한 영화를 보는 동안에는 더위도 어느덧 사라져 버린다. 그간 영화를 너무 많이 봐서 이제는 볼 것이 없다는 고수라도 놓칠 수 없는 이벤트가 시작된다.

17~27일 열리는 ‘제18회 부천판타스틱영화제(PiFan 2014)’는 미스터리, 공포, 스릴러, 공상과학 장르에 중점을 두고 있는 장르 영화제다. 해를 거듭하며 마니아뿐만 아니라 대중적인 사랑을 듬뿍 받는 영화제로 성장했으며 올해는 48개국에서 출품한 210편의 작품을 선보인다. 호러 장르의 색이 짙었던 예년과는 달리 올해는 ‘사랑, 환상, 모험’이라는 큰 주제에 초점을 맞추고 더욱 신비롭고 환상적인 장르 영화를 내세울 예정이다.

올해 눈길을 끄는 이벤트 중 하나는 ‘우중 영화산책’이다. 18~23일 진행되며, 참가자는 1박2일간 부천에 있는 야인시대 캠핑장에 머물며 영화제와 캠핑을 동시에 즐길 수 있다. 영화 상영은 물론 우쿨렐레 배우기 등의 이벤트, 소시지 요리대회, 떡볶이 시식 행사와 같은 참여형 프로그램도 함께 열린다. 인디밴드 공연, 다양한 예술 분야의 유명인들과 함께하는 토크 프로그램 등도 마련된다.

雨中 영화산책 신청 하세요

영화와 캠핑을 결합한 ‘우중영화산책’.
영화와 캠핑을 결합한 ‘우중영화산책’.
영화제 기간 중 18~23일 진행하는 ‘우중 영화산책’의 참가 신청은 공식 홈페이지(pifan.com)에서 할 수 있다. 텐트가 설치된 임대구역의 참가비는 5만원, 참가자가 직접 텐트를 설치해야 하는 자가구역은 3만원. 참가자에게는 각종 이벤트는 물론 먹거리까지 함께 즐길 수 있는 혜택을 제공할 예정이다. 오후 3시부터 입장할 수 있고, 오전 11시까지 퇴장하면 된다. 영화 상영 시간은 오후 10시30분부터다. (032)327-6313(#177)

한여름의 더위마저 잊게 할 공포영화도 준비돼 있다. 이번 영화제에서는 프로그래머가 추천한 ‘오싹오싹 공포특집’ 14편도 선보인다. 무엇보다 부천판타스틱영화제가 아니라면 들어보기도 어려운 작품이 즐비하다. 심장이 약한 이들은 제목만 봐도 섬뜩해질 터. 첫 번째 주제 ‘잔혹함의 끝, 고어’에서는 잔인한 장면이 도처에 등장하는 ‘줄리아’ ‘아메리칸 테러’ ‘악령의 심판’ ‘텍사스 전기톱 학살’ 등의 하드 코어 영화들이 관객의 비명을 터뜨리게 만들 예정이다.

두 번째 주제 ‘긴장감 넘치는, 서스펜스’에서는 ‘원 컷-어느 친절한 살인자의 기록’ ‘터널 3D’ ‘동굴’ ‘백설공주 살인사건’ ‘쌍둥이자리’ ‘더미인형 홍훈’ 등이 예측할 수 없는 이야기 속으로 관객을 이끈다. 세 번째 테마 ‘공포의 존재, 악마, 악령, 좀비!’에서는 ‘악마의 시종’ ‘아스모덱시아’ ‘좀비 인어의 습격’ ‘좀비스쿨’ 등의 작품이 상영된다.

김명상 기자 terry@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