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달 31일까지 서울 서초동 예술의전당 CJ토월극장에서 공연하는 뮤지컬 ‘브로드웨이 42번가’.
내달 31일까지 서울 서초동 예술의전당 CJ토월극장에서 공연하는 뮤지컬 ‘브로드웨이 42번가’.
물이 오를 대로 올랐다. 탭댄스 동작이 한층 경쾌하고 화려해졌다. 장면 구성과 이음새는 훨씬 조화롭고 매끄럽다. 전체적인 소리도 한결 좋아졌다.

CJ E&M이 제작해 서울 서초동 예술의전당 CJ토월극장에서 최근 막이 오른 뮤지컬 ‘브로드웨이 42번가’는 ‘공연은 진화한다’는 명제가 딱 들어맞는 무대다.

같은 제작사와 제작진, 배우들이 2009년 이후 되풀이해 무대에 올려 매너리즘에 빠질 법한데도 그렇지 않다. 단순히 노하우가 쌓여 숙성된 정도가 아니다. 1996년 국내 초연부터 여러 번 ‘42번가’를 봤던 사람도 ‘이 작품이 이렇게 속도감 있고 재미있었나’라는 생각이 들게 할 만큼 새로우면서도 완성도는 더 높아졌다.

미국 대공황기 뉴욕 브로드웨이를 배경으로 재기발랄한 시골 처녀 페기 소여가 코러스로 출발해 스타의 꿈을 이루는 ‘신데렐라 이야기’가 펼쳐진다. 이야기 전개와 장면 구성은 거의 그대로다. 단지 몇몇 장면에서 ‘군더더기’ 부분을 덜어냈을 뿐인데 템포가 빨라지고 극적 짜임새가 촘촘해졌다. 예를 들면 2막 ‘신혼여행은 버팔로에서’ 장면이 대폭 줄었다. 이는 너무 길게 늘어지는 쇼 장면들이 주는 지루함을 없애고 극의 밀도를 높이는 효과를 가져 왔다.

뛰어난 완성도엔 공연장도 한몫한다. 작품이 가진 시청각적 에너지를 오롯이 즐기기에 1000석 규모의 공연장이 딱 맞는 느낌이다. 음향 설계가 훌륭하다. 여러 공연장을 거친 ‘브로드웨이 42번가’나 지난해 1월 재개관한 이후 여러 뮤지컬 작품을 올린 CJ토월극장이나 이번 공연에서 가장 나은 음향을 들려준다. 솔로와 코러스가 대형 스피커에서 한데 뭉겨서 나오지 않고, 입체적으로 어우러져 좋은 소리를 만든다.

주·조연 코러스 가릴 것 없이 좋은 퍼포먼스를 펼친다. 남경주 박해미 이충주 전예지 등 작년 무대에 섰던 배우뿐 아니라 새로 합류한 김영호와 최우리도 개성 있는 연기로 확실한 존재감을 심어준다.

다만 이번 공연에서도 반주가 ‘녹음된 음악(MR)’이고 일부 코러스 노래에 사전 녹음이 섞이는 것은 여전히 아쉽다. 뮤지컬 고전답게 주요 곡의 멜로디를 편곡해 짧지 않은 길이로 들려주는 서곡을 라이브 아닌 MR로 듣는 게 썩 유쾌한 경험은 아니다. 내달 31일까지, 6만~12만원.

송태형 기자 toughlb@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