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상무부는 지난 11일(현지시간) 원유와 천연가스 시추에 사용되는 한국산 유정용 강관에 대해 9.89~15.75%의 반덤핑 관세를 매기기로 판정했다고 월스트리트저널(WSJ) 등이 전했다. 한국과 함께 피소된 인도 대만 베트남 태국 필리핀 등 8개 국가의 제품도 덤핑 혐의가 인정돼 최고 118.32%, 평균 26% 수준의 반덤핑 관세 부과가 결정됐다.

철강업계는 이와 관련, “반덤핑 관세율이 평균치보다 낮다는 점에는 그나마 다행이지만, 경쟁관계인 대만 업체에 비해 크게 높아 어느 정도의 수출 타격이 불가피하다”고 밝혔다.

미 상무부는 한국산 강관이 지나치게 낮은 가격에 덤핑 수입되고 있다며 현대하이스코 제품에 15.75%, 넥스틸에 9.89%의 반덤핑 관세 부과를 결정했다. 나머지 8개 업체인 아주베스틸, 대우인터내셔널, 동부제철, 휴스틸, 넥스틸QNT, 일진철강, 금강공업, 세아제강 등의 반덤핑 관세율은 12.82%였다. 세아제강의 베트남 법인인 세아스틸비나도 24.22% 관세 부과 결정을 받았다.

유정용 강관은 최근 셰일가스 개발 붐으로 미국 내 수요가 급증하고 있다. 반면 한국 내에는 유정용 강관 수요가 전혀 없어 생산된 제품의 98.5%가 미국으로 수출되고 있다. 2012년 기준으로 대미 수출 물량은 78만t, 금액으로는 8억300만달러 규모다.

앞서 US스틸 등 미국 철강회사는 작년 7월 한국 등에서 생산한 유정용 강관이 덤핑 수입돼 피해를 봤다며 상무부와 미국 국제무역위원회(ITC)에 한국 등을 상대로 반덤핑 조사 청원을 했다. 미국 상무부는 지난 2월 다른 국가의 덤핑 혐의는 인정하면서도 한국에 대해서는 무혐의 예비판정을 했으나 이번에 판정을 번복했다. 이 때문에 오는 11월 중간선거를 앞두고 미국 철강업계의 표심을 잡기 위한 조치일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대우인터내셔널 관계자는 “미 ITC의 최종 결정이 남아 있지만 이번 판정이 뒤집힐 가능성은 낮다”며 “당초 ‘무혐의’ 판정에서 10%대 관세율 부과로 바뀐 것은 이례적인 일”이라고 말했다. 그는 “대만 청훙스틸과 텐션스틸 등이 0~2.54%를 적용받은 것 등과 비교할 때 상대적으로 가격 경쟁력을 잃을 수 있다”고 우려했다.

미 ITC는 내달 21일께 최종판정을 내릴 것으로 예상되며, 한국 정부와 업체들은 반덤핑 판정이 인정될 경우 세계무역기구(WTO)에 제소한다는 방침이다.

워싱턴=장진모 특파원 ja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