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조조정을 통해 비용을 줄이는 것보다는 오히려 새로운 수익을 창출할 수 있는 인적 투자가 필요하다.”(강경훈 동국대 경영학과 교수)

“한번 줄어든 수익성은 회복되기 힘든데다 규제까지 강화되는 환경에서 선제적 구조조정을 고려해야 하는 상황이다.”(배현기 하나금융경영연구소장)

경제사회발전노사정위원회와 전국금융산업노조, 전국은행연합회 등 노·사·정 단체가 ‘금융산업 구조조정의 현황과 고용안정 방안’ 공개 토론회를 14일 서울 명동 은행연합회관에서 열었다. 최근 은행 증권 보험을 막론하고 불고 있는 금융권 구조조정 속에서 바람직한 방향을 모색하기 위해서다. 이날 토론회에서는 강경훈 교수와 배현기 소장, 권순원 숙명여대 경영학부 교수가 발제자로 나섰다.

강 교수는 발제에서 최근 구조조정의 근거로 꼽히는 점포 과잉 문제를 반박했다. 그는 “한국의 인구 대비 은행 지점 수는 우체국예금보험의 지점을 포함하더라도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평균보다 낮은 수준”이라며 “골드만삭스나 웰스파고 등의 글로벌금융사는 인력을 감축하는 대신 오히려 확대해 지속성장의 기반을 확보했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그는 “우량 기업은 은행을 이용하지 않고 가계금융은 포화인 현재 상황에서 새로운 먹거리를 위한 인적 투자가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구조조정이 아니라 고령화시대의 노인 금융, 중소·벤처기업 전문 인력 등 새로운 수익원을 위한 인적 투자가 필요하다는 것이다.

반면 배 소장은 “수익성이 다시 올라가기는 어렵고 규제는 강화되는 상황에서 선제적 구조조정에 대한 주주들의 요구가 커지고 있는 상황”이라고 진단했다. 고객들은 이미 저금리와 저수수료에 익숙해졌고 자기자본비율 기준 상향 등 국제적 금융규제는 강화되고 있어 비용절감으로 눈을 돌릴 수밖에 없다는 얘기다. 그는 “알리바바는 벌써 대출업에까지 진출하는 등 금융사들의 파이가 줄어들고 있는 상황”이라며 “고용 또한 달라진 상황에 종속되는 것이지 구조조정은 무조건 안 된다고 할 수 없다”고 강조했다.

수익성 악화 원인에 대한 진단이 잘못됐다는 주장도 나왔다. 권 교수는 발제에서 “은행업 수익성 악화의 직접적 원인은 각종 금융사고 비용과 외환·파생상품 분야의 손실”이라며 “자기자본 대비 판매·관리비 비중은 줄어드는 추세인데도 은행들이 점포와 인력 축소로 대응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그는 “숙련된 금융 인력에 대한 투자가 금융업 성장잠재력을 위한 근본 대안”이라고 덧붙였다.

박한신 기자 hanshi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