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사를 앞두고 이사를 준비 중인 예비 직장인 김현미 씨(26)는 전세보증금 문제로 골치를 앓고 있다. 기존 집 임대차계약이 만료됐지만 집주인은 “다음 세입자를 받기 전까지 보증금을 돌려주기가 어렵다”며 “내달 중순까지 기다려 달라”고 요구하고 있어서다. 김씨는 “집주인 재무상태를 몰라 보증금을 온전히 되돌려 받을 수 있을지 불안하다”며 “다음 전셋집을 얻을 때는 대비책을 마련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가을 이사철이 다가오면서 전세를 새로 구하려는 세입자들 사이에 전세보증금 안전이 새로운 이슈로 떠올랐다. 전세가율(매매가 대비 전세가 비율) 70% 초과 지역이 속출할 정도로 집값 대비 전셋값 비중이 높아지면서 이 문제에 대한 관심은 더욱 커지는 양상이다.

이를 반영하듯 전셋집이 경매에 넘어가거나 임대차계약 종료 30일이 지나도 세입자가 보증금을 돌려받지 못하는 이른바 ‘깡통주택’으로 인한 피해를 막기 위한 전세금 보증 상품이 인기를 끌고 있다.

○전세금보증 가입액만 4조원

전세보증금을 안전하게 돌려받을 수 있는 보증상품은 크게 두 가지다. 대한주택보증의 ‘전세보증금 반환보증’과 SGI서울보증의 ‘전세금신용보장보험’이다. 두 상품 모두 순수 전세뿐만 아니라 보증부 월세(반전세)처럼 일부 보증금이 있는 주택의 세입자도 가입할 수 있다.

14일 대한주택보증에 따르면 이 상품의 지난달 가입건수는 724가구, 가입금액은 1321억원이다. 올 1월 584억원(354가구), 2월 930억원(533가구) 3월 1335억원(764가구) 등으로 올 상반기 누적금액은 5271억원(3059가구)에 이른다. 대한주택보증 관계자는 “전세금을 돌려받지 못할 수도 있다는 세입자 불안이 그만큼 크다는 방증”이라고 말했다.

SGI서울보증의 전세금보장신용보험을 찾는 수요자도 늘고 있다. 올 들어 5월까지 가입건수는 5553건, 가입금액은 7009억원이다. SGI서울보증의 이 상품 누적 가입금액은 3조5000억원을 웃돈다. 두 상품을 합치면 전세금 반환보증 관련 상품에 가입한 가구는 3만6866가구, 가입금액은 4조735억원에 달한다.

○주택 형태별로 보장비율 달라

두 상품의 기본 구조는 비슷하다. 전세기간이 끝나고 한 달이 지나도 집주인이 전세금을 돌려주지 않으면 회사가 대신 세입자에게 전세금을 돌려준다. 그 뒤 회사가 집주인에게서 보증금을 돌려받는 방식이다. 대한주택보증 등은 최근 집주인 동의 없이 세입자가 가입할 수 있도록 가입 절차를 완화했다.

대한주택보증은 아파트 90%, 주거용 오피스텔 80%, 그 밖의 주택 70%까지 전세금을 보증한다. 반면 SGI서울보증은 아파트·오피스텔은 전액 보증하고, 연립·다세대는 70%, 단독·다가구는 80%까지 보증한다. SGI서울보증 관계자는 “연립 등은 아파트에 비해 시세 변동이 커 보장비율이 상대적으로 낮다”고 설명했다.

대한주택보증이 SGI서울보증에 비해 보장한도가 낮은 대신 보험금은 저렴하다. 1억원 기준으로 대한주택보증의 개인 보험금(1년)은 19만7000원이고, SGI서울보증은 23만2000원이다. SGI서울보증은 전세금 일부만 가입할 수도 있다. 예컨대 4억원 전세금 가운데 2억원만 보험에 들어 보험료를 낮출 수 있다.

이현진 기자 appl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