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정옥 워터웍스유진 사장이 14일 서울 가산동 본사에서 샤워기 제품을 설명하고 있다. 신경훈 기자 nicerpeter@hankyung.com
이정옥 워터웍스유진 사장이 14일 서울 가산동 본사에서 샤워기 제품을 설명하고 있다. 신경훈 기자 nicerpeter@hankyung.com
“제게 3년의 시간을 주십시오.”

이정옥 워터웍스유진 사장이 2001년 대표에 오르자마자 한 일은 직원들에게 ‘경영정상화를 위한 시간’을 구하는 것이었다. 워터웍스유진은 1971년 유진공업사를 모태로 둔 수도꼭지류 제조 전문기업이다. 1997년 말 외환위기 여파로 회사가 어려워진 데 이어 회사 창업자이자 부친인 이두근 회장마저 뇌출혈로 쓰러졌다. 당시 회사 재무담당 임원으로 일하던 이 사장이 대표를 맡게 된 이유다.

일부 직원은 ‘여자 밑에서는 일할 수 없다’며 반발했다. 경쟁사로 옮기거나 아예 회사를 그만두는 직원도 있었다. 이 사장은 “공장 부지를 팔고 직원 수를 절반가량 줄이는 등 직원들에게 약속한 시간 안에 회사를 정상화하기 위해 고군분투했다”고 말했다.

○대 이어 가업 승계

이 사장이 경영을 맡은 뒤 회사 실적이 좋아졌다. 회사가 위기에서 벗어나면서 매년 10% 이상 성장했다. 최대 320억원(2007년)의 매출을 기록한 적도 있다. 이 사장 취임 직전 150억원이었던 것과 비교하면 두 배 이상의 실적이다.

최근 5년 사이에 건설 경기가 침체되면서 회사 외형은 줄었지만 그래도 지난해 200억원대 매출을 유지했다. 많은 건설사가 무너지면서 수많은 관련 업체가 연쇄 부도를 낸 것을 감안하면 워터웍스유진은 선방했다.

○장기근속직원이 60%

이 사장은 이에 대해 “43년 동안 쌓아온 기술력이 바탕이 됐다”고 설명했다. 수도꼭지류는 금속을 녹여 원하는 형태로 만드는 주물이 특히 중요하다. 주물을 할 때 금속 배합이 잘못되면 불량률도 높아진다.

이 사장은 “우리 제품의 불량률은 0.01%”라며 “숙련된 직원이 많기 때문”이라고 전했다. 워터웍스유진 전체 직원 85명(정규직 기준) 가운데 20년 이상 장기 근무한 직원은 60%가량이다.

아파트는 같은 수도꼭지나 샤워기를 설치해도 층수에 따라 수압이 다를 수 있는데, 제품 수압을 조절하는 기술이 워터웍스유진의 노하우라는 설명이다. 직접 제조·판매하기 때문에 질 좋은 AS를 제공하는 것도 강점이다. 이 사장은 “수도꼭지 샤워기 등 7000여개 제품을 생산하고 있다”며 “매년 공급되는 주택 열 집 가운데 네다섯 집에 우리 제품이 설치된다”고 말했다.

○생산원가 절감 집중

이 사장은 생산원가를 절감하는 데도 공을 들이고 있다. 우선 수도꼭지 연마 로봇을 개발하는 데 집중했다. 경기 화성시 생산 공장에 연마 로봇만 6대가 있다. 수도꼭지 표면을 반질반질하게 만드는 이 로봇은 세계 최초로 개발한 것이다. 로봇 개발로 연간 3억원가량 비용을 줄일 수 있었다. 3만3000㎡ 규모 공장 부지에 협력업체 네 곳을 입주시킨 것도 비용 절감을 위해서다.

이 사장은 이 같은 공로를 인정받아 15일 경영혁신, 기술 및 연구개발 등에 기여한 중소기업인에게 주는 중소기업유공자 포상 산업통상자원부 장관상을 받는다.

조미현 기자 mwis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