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시가 안팎으로 중국 관련 난제에 직면했다. 대중(對中)경제 의존도가 큰 탓에 중국 시장 동향에 촉각을 곤두세울 수밖에 없지만 중국 경기가 한국 증시에 영향을 미치는 양상은 과거보다 훨씬 복잡해졌다. 중국 경기개선이 산업재와 소비재 수출 증가라는 공식이 흔들리고 있는 것이다. 한국 증시의 주축인 정보기술(IT)산업 기반을 흔드는 중국 업체의 도전도 거세다. 중국이 외교 선물로 제공한 판다처럼 소홀히 대할 수는 없지만 관리도 어려운 ‘판다의 딜레마’에 증시가 빠졌다는 지적도 나온다.
'판다의 딜레마'에 빠진 한국 증시
○中 지표 개선돼도 웃지 못해

시장의 관심은 16일 발표되는 중국 2분기 국내총생산(GDP) 증가율에 쏠려 있다. 중국의 경기 동향은 증시에도 큰 영향을 미치는 상수로 보는 시각이 많기 때문이다. 증권가에선 중국의 2분기 GDP 증가율이 전분기와 동일한 7.4% 안팎이 될 것이란 시각이 많다. 지난 1분기에 중국은 18개월 만에 GDP 증가율이 최저치를 기록했는데 추가적인 악화는 없을 것이란 설명이다.

문제는 최근 들어 중국 경기 반등·회복이 한국 증시에 과거처럼 직접적으로 효과를 미치는 경우가 줄고 있다는 데 있다. 이경수 신한금융투자 투자전략팀장은 “중국의 경기지표가 좋아지더라도 중국 내 재고문제 탓에 IT, 자동차, 통신장비 등 분야 한국기업의 수출 개선으로 이어지지 못하고 있다”며 “중국 경기 개선 효과가 증시에 반영되려면 재고소진 기간인 1분기가량의 시차가 불가피할 것”이라고 말했다.

○中 그림자 드리운 IT 대표기업

산업 측면에선 증시의 주축을 이루는 기업들이 최근 들어 잇따라 ‘중국 악재’에 직면했다. IT산업의 중심축인 휴대폰 산업은 중국 저가 스마트폰 업체의 공세에 시장 구도가 변하는 모양새다. 2분기 삼성전자 실적 악화의 주원인은 중저가폰 판매 부진이었다. 중국 업체들에 중저가 시장 점유율을 잠식당한 것이다.

특히 중국 스마트폰 업체 샤오미의 약진이 두드러진다. 작년 1870만대 휴대폰을 판매했던 샤오미는 올 상반기에만 2611만대 휴대폰을 쏟아냈다. 시장조사업체 카운터포인트에 따르면 올 4월 중국 스마트폰 시장에서 샤오미의 저가폰 ‘홍미’가 1위를 차지했다. 1분기 중국시장 점유율(11%)도 삼성전자(18%)와 레노버(12%)에 이어 3위를 차지했다. 홍성호 LIG투자증권 연구원은 “중국 휴대폰 업체들이 싼 가격에 우수한 제품을 내놓으면서 한국 업체들이 구조적으로 고전하게 됐다”며 “스마트폰 시장에서의 원가절감 경쟁은 삼성전자나 LG전자에는 불리한 구도”라고 했다.

고속성장의 대표주자격인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 관련주도 중국 악재에 직면했다. 모바일 메신저 카카오톡과 네이버의 메신저 서비스 ‘라인’의 중국 내 서비스가 열흘가량 먹통이 됐다. 코스닥 상장사 다음과 합병하는 카카오톡은 이달부터 중국에서 텍스트 전송 등 기본 서비스만 가능한 상태고 라인은 모든 기능이 중단됐다. 서비스 중단 이유로는 중국 정부의 인터넷 통제 가능성이 제기되는 가운데 이들 업체는 발만 구르고 있다. 최관순 SK증권 연구원은 “카카오톡과 라인의 중국 매출 비중이 크지 않은 까닭에 당장 실적에 미치는 영향은 적다”면서도 “해외진출 목표지로 삼은 중국에서 위험요인이 가시화된 것은 부담일 수밖에 없다”고 언급했다.

김학균 KDB대우증권 투자전략팀장은 “중국 경기가 한국 금융시장에 미치는 영향은 큰 반면 중국 본토시장이 합리적으로 개방된 시장이 아니라는 점에서 증시에 미치는 영향력의 방향과 세기가 일정치 않은 경우가 많다”고 짚었다.

김동욱 기자 kimdw@hankyung.com